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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주실령 나들이

by 변기환 2011. 7. 4.
코스 : 영주 → 부석 → 물야(오전약수터) → 주실령 → 봉화 → 영주
거리 : 72Km
시간 : 5시간 28분

오전에는 얼마 전 저렴하게 구입한 블랙박스를 집사람 차와 내 차에 장착하고, 집사람이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 잽싸게 점심을 차려 먹고 집을 나섰다.

폭염예보가 있어 집사람이 말릴 것 같아 몰래 나선 것이다. 날씨가 덥긴 했지만, 습도가 높지 않고 옅은 구름이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고 있어 자전거 타기에는 딱 좋았다. 적어도 출발할 때는... 

얼마 전 부석에서 선비촌을 돌아오는 코스에서도 이 길을 이용했었다.

큰 느티나무 아래 마루에서 잠시 쉬면서 목도 축이고, 거친 숨을 가다듬었다.

집사람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 복숭아인데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계란 만하다. 그래도 나름의 맛은 있다.

부석에서 봉화 물야로 향했다.

땀에 젖은 배낭이 마르면서 하얗게 소금 띠(?)를 만들었다. 전에 모 산악회원들과 등산을 하면서 들은 얘긴데, 한 분이 등산을 하면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소금으로 염분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했다. 다른 분들도 맞는 말이라면 맞장구를 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염분도 빠져나가긴 하지만, 수분이 훨씬 더 많이 빠져나간다.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체내 염분 농도는 평소보다 더 높아진다.

이런 상태에서 소금을 먹는다면, 체내 염분 농도가 더 짙어지게 되고, 과도한 염분 농도를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수분을 요구하게 되므로 탈수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러므로 소금 보다는 물보다 흡수가 빠른 스포츠 전용 음료나 물을 마시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물야면 소재지를 지나 힘겹게 오르막길을 20~30분 오르면 왼편으로 내성천의 발원지인 오전 저수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오전 저수지를 지나자 오전 약수관광지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지만, 많은 사람이 식사하고 있다. 이곳은 탄산 약수로 끊인 닭백숙이 유명하다.

집사람 몰래 나오느라 점심을 부실하게 먹어선지 갑자기 심하게 시장기가 든다. 여기서부터 주실령까지는 자동차도 힘들어하는 가파른 구간이다.

야생 뽕나무에 오디가 한창이다. 부석에서 물야를 오는 길에 몇몇 사람이 길가에 차를 위험하게 세워놓고 오디를 따 먹고 있었다.

도로에서 날리는 먼지에는 수많은 중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날리는 아연과 차량엔진에서 내뿜는 매연 등이 미세한 먼지 형태로 도로에 가라앉아 있다가 차가 지날 때 마다 날린다.

도로 옆 나무에 열린 열매에는 이런 먼지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흐르는 물에 몇 분간 깨끗하게 씻으면 많이 사라지겠지만, 그냥 따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농장에 가기 위해 수 없이 지나다니는 마을 주민들이 따 먹지않고 그냥 두는 데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다.

주실령 가는길에 도로 왼편을 유심히 보면 백두대간 길에 만나는 박달령으로 가는 작은 길을 볼 수 있다. 승용차가 충분히 다닐만한 길이고 박달령까지는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박달령은 이전 포스트를 참고바란다.

집을 나선지 2시간 40분 주실령 정상에 도착했다. 집에서부터 거리는 40Km.

도로의 경사가 심하다.

주실령 정상에서 얼음물로 목도 축이고 봉숭아로 허기도 면했다. 핸드폰으로 지나온 궤적을 기록하니 배터리가 금방 소모되어 준비해 간 예비 충전기로 보충을 하고 있다.

내려다보니 더 가파르다. 이 더위에 이 길을 어떻게 올라 왔던가? 돌아가는 길은 물야에서 봉화읍을 거쳐 예전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느 바보들이 강폭이 100m가 넘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강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유속이 완만한 곳이라면 적어도 바보 소리를 듣지 않을걸. 바보 돌X가X.

인구 겨우 4만, 재정 자립도가 10% 미만인 봉화군에서 100년 앞을 내다보고 2004년 200억 원을 들어 신축한 자랑스러운 군청사 뒷마당을 돌아서 영주와 봉화를 잇는 예전 도로를 따라 돌아왔다.

주실령 정상에서 집사람에게 닭백숙이 먹고 싶다고 문자를 넣었더니, 껍질 벗긴 닭에 황기와 인삼, 대추, 마늘이 듬뿍 들어간 닭백숙을 끊여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더위에 자전거를 타고 나간 탓에 도끼눈을 하고 나무란다. 다시는 나서지 않겠노라고 약속을 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자외선 차단제를 잊어버리고 가져가지 않았더니 다리가 익었다. 오늘 밤 잠은 다 잤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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