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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춘양 송이버섯

by 변기환 2012. 9. 18.

"개도 송이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송이가 흔하다는 말이다. 올해가 그렇다. 예년 이맘때쯤 등외품이 15만 원을 훌쩍 넘었지만, 올해는 10만 원 내외다.


요즘이야 송이버섯이 비싸 귀한 대접을 받지만, 예전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무렵에는 지금처럼 귀하거나 비싸지 않았다.


그때는 아버지가 매일 아침·저녁 사과 한 상자 분량의 송이버섯을 채취했었지만, 지금은 거의 나지 않는다.


바쁜 아버지를 대신 해 송이버섯을 중간상에게 갖다 주는 일은 내 몫이었다. 요령이 있으면 용돈 벌이도 쏠쏠했다.


당시에는 채취한 송이버섯을 전량 중간상이 거둬들여 임협을 통해 일본으로 수출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쉽게 사 먹을 수도 없었다.


지금은 중간상이 까다롭게 등급을 구분하지만, 당시에는 대충 구분했기 때문에 대가리가 떨어지거나 부러진 것은 이쑤시개로 슬쩍 이어붙이고 벌레 먹은 것은 손가락으로 슬슬 문질러 흔적을 없애 좋은 등급을 받기도 했다. 요렇게 눈속임을 해서 용돈 벌이를 했다.


송이가 나는 철에는 호박과 송이를 넣고 맑게 끊인 국이 아침·저녁으로 밥상에 올랐고, 가장 흔한 도시락 반찬이 송이 고추장아찌였다.


어제저녁 봉화에서 저녁 먹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갔더니, 송이버섯을 준비했다. 송이버섯은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찍어 생으로 먹어야 특유의 향과 아삭아삭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요리할 경우 다시마와 멸치를 끊인 육수에 쇠고기를 넣고 충분히 익힌 후 송이버섯을 데치듯 살짝 익혀 간장에 찍어 먹으면 된다. 쇠고기와 송이를 몽땅 때려 넣고 끓여 먹으면 많이 무식하다는 소리 듣는다.


봉화가 송이버섯으로 유명해서 많은 사람이 봉화에서 송이를 많이 사는데, 사실 봉화읍 내에서 유통되는 송이버섯은 100% 봉화산이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봉화 송이가 다른 지역 송이보다 다소 비싸므로 일부 판매상은 외지 송이를 들어와 봉화 송이로 팔기도 한다. 때문에 봉화 읍내에서 사기 보다는 발품을 더 팔아 춘양에서 구입하는 게 훨씬 믿을만 하다.


춘양은 해발 1,000m가 넘는 구룡산, 문수산, 각화산 등으로 둘러싸여 질 좋은 송이가 많이 난다. 또한, 인근 소천면, 분천면, 울진 옥방, 남회룡 등지에서 채취한 송이버섯도 몽땅 춘양에 집합하기 때문에 봉화보다는 훨씬 좋은 송이버섯을 살 수 있다.


오늘 짬을 내 태풍에 쓰러진 사과나무를 세우러 시골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얼마 전 송이버섯 쇼핑몰을 만들어 준 가게에 들렀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1등급 송이는 대접부터 다르다. 하나하나 포대기에 곱게 싸서 인증 스티커를 붙인다. 개당 십만 원이 넘은 적도 있고, 비교적 싼 올해도 개당 2~4만 원은 한다. 


이놈들은 등외품 갓이 완전히 폈거나 벌레 먹고 부러지고 상처 난 것들이다. 값이 싸기 때문에 가장 많이 찾는다. 사실 등급 내 송이보다는 이놈이 향이 더 짙고 맛이 좋다. 다만 벌레가 먹은 경우 굽거나 끓이는 도중 벌레가 기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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