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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막걸리를 담그다.

by 변기환 2013. 4. 24.

술 담그지 말라는 집사람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몰래 막걸리를 담갔습니다. 마침 오늘이 쉬는 날이라 집사람이 출근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느긋합니다. 찾아보니 전에 쓰고 남은 누룩도 있군요.



재료는 누룩 500g, 쌀 1kg, 물 6L입니다. 하수는 발효가 잘되도록 소주도 넣고 이스트도 넣는다는 데, 고수는 그런 트릭 따위는 쓰지 않습니다.


이제 보니 하필이면 농약 봉다리에 쌀을 계량했네요. 농약을 봉다리가 아니라 봉다리라 다행입니다.



먼저 쌀을 백세를 합니다. 백세란 뿌연 쌀뜨물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여 깨끗하게 씻으라는 의미입니다. 백세 한 쌀은 약 4시간 정도 불립니다.



쌀을 불리는 동안 끓는 물을 부어 독을 소독합니다. 짚을 넣어 태우면 확실하다는데, 아파트에서 불장난 했다가는 경비 아저씨와 사이가 안 좋아질 수 있습니다.



다른 도구들도 소독해 놓습니다. 오전이 후다닥 가는군요.



불린 쌀을 채에 받쳐 물기를 빼 줍니다.



한 시간 정도 물기를 뺀 후 고두밥을 짓습니다. 고두밥을 찔 때는 물을 충분히 붓고 불을 약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이 쫄아 타지는 않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합니다.


재수 없으면 막걸리 담가 먹으려다 집 태워 먹을 수 있습니다. 40분 정도 찌고 20분 뜸을 들입니다.



고두밥이 다 되었으면 대야에 옮겨 식힙니다. 이상하게 고두밥은 금방 식습니다. 10분 만 지나면 미지근할 정도가 됩니다. 밥알이 서로 엉겨붙지 않도록 골고루 저어줍니다.



고두밥이 식는 동안 누룩을 물에 풀어 위에 뜨는 불순물을 채로 걸러 냅니다. 그리고 누룩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윗물은 버립니다.


경험상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술에서 짚 냄새가 많이 나고 색이 누리끼리해지며 숙취도 심해집니다. 몇 번 담가보니 비법이 쌓이는군요.



고두밥이 식었으면 물 2L와 누룩을 넣고 정성껏 잘 섞어줍니다. 물은 생수가 좋은데, 화장 안한 맨 낯으로 마트 가기가 뭣해서 그냥 정수기 물을 받아 사용했습니다. 한 손으로 사진 찍기가 쉽지 않네요.



다~ 됐습니다. 이제 독에 옮겨 담은 후, 물 4L를 붓고 잘 저어 줍니다. 그리고 공기가 잘 통하는 천으로 입구를 봉인합니다.



술 익기 딱 좋은 계절이네요. 집사람 오기 전에게 얼른 베란다에 감춰야겠습니다. 쓴맛이 적당하고 누룩 내가 은근한 막걸리를 생각하니, 벌써 흐뭇해지는군요. 막걸리를 거를 때까지 허벅지 꼬집어 가며 참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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