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untain Climbing

소백산 연화봉

by 변기환 2013. 6. 23.

고민 많고 마음 심란할 땐 등산이 최고입니다. 멀리 보이는 소백산이 구름에 가려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르겠네요.



올해 초 깍두기 같은 네베갈 초 광폭 타이어를 장착한 MTB를 타고 거품 물며 죽령을 올랐던 때가 생각납니다. 얼마 전 잠시 로드 자전거를 타보니 이건 슬쩍 밟아도 40km를 훅 넘어 가더군요.


MTB는 평지에서 아무리 달려도 30km를 넘기기가 어렵습니다. 타이어가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로드를 보니 갑자기 기변 뽐뿌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군요.



물 한 병외에 아무것도 챙기지 않았습니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 오지만, 오늘 점심은 굶을 겁니다. 오후에 장맛비가 온다는데 우의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면 맞으면 되죠.



일부러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기름도 떨어졌네요.



11시 23분 사바세계와 극락세계의 경계인 죽령 탐방안내소를 지나 극락으로 들어섭니다.



햇살이 따갑지 않아 등산하기 딱 좋네요.



싸리나무 꽃이 예쁘게 폈고,



지천으로 산딸기가 널렸습니다. 요거 따다가 술 담그고 싶네요.



산 뽕나무 열매인 오디도 오지게 달렸습니다.



어젯밤 내린 비가 씻어 놨으니, 한 움큼 따서 한입에 톡 털어 넣습니다. 상콤하고 달달한 게 개량 오디와는 비교 불가입니다.



오디란 놈이 맛은 좋은데 먹고 나면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산추도 좁쌀만 한 열매를 맺는군요.



어릴 때 이걸 뱀이 침 뱉어 놓은 거라고 알았는데, 정말로 뱀이 뱉어 놓은 침인지 지금도 궁금합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은 이제 끝물이네요.



이제껏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외제 차를 여기서 보네요.



함박꽃은 참 오래도 피는군요.



안개가 스물스물 몰려드니 스산해집니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끝내주는데 오늘은 구름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중앙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만 산속 가득히 메아리칩니다.



초록이 짙어가는 유월 자연은 힘찬 생명을 꿈틀거리는군요.



살아가면서 이런 동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삶은 값어치 있는 겁니다.



토끼풀 꽃도 나름 예쁘네요. 어릴 적 토끼풀 꽃으로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니던 닭살 돋는 츄억이 생각나네요.



사진 찍어 가며 느릿느릿 걷다 보니 어느새 제2 연화봉에 올랐습니다.



제2 연화봉 정상에는 일정 지역의 강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강우 레이더 측량소가 있습니다.



예전 이곳엔 KT 안테나가 서 있었는데, 지금은 헐어버리고 안테나를 레이더 강우량 측량소에 달아놨네요. 아주 오래전 아들과 앞집 아이를 데리고 여기를 온 적이 있는데, 앞집 아이가 저 탑이 뭐냐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묻길래 "로봇 태권 V 기지"라고 동심에 상처 주는 구라를 쳤던 때가 생각나네요.


앞집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는데, 지금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을 코밑에 수염 자욱이 거뭇한 중 3이 됐습니다. 아래 사진은 레이더 강우량 측량소가 세워지기 전, 제2 연화봉을 찍은 것 입니다.



사방에 감시카메라를 달아놨군요. 꼭대기가 전망대라는데 아무 때나 와서 구경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꽃이 예뻐서 찍고 보니 민망한 걸 찍었네요.



제2 연화봉 표시석을 지나면 잠시 숨 고르며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평지가 나옵니다.



제2 연화봉 전망대입니다. 여기서 올려다보는 연화봉과 내려다보는 경치가 장관인데 오늘은 구름에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네요.



죽령에서 연화봉 오르는 길에는 소백산 천문대가 있어선 지 곳곳에 태양계 행성 안내도를 만들어 놓았는데, 여기는 토성이군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화봉입니다. 구름이 연화봉을 휘돌아 오르는 게 장관입니다.



철쭉이 아직 남아 있네요.



복장이 불량해서 복장나무인지 복장이 터져 복장나무인지 궁금합니다.



또 구름이 몰려오는군요.



소백산 연화봉 정상 아래에 있는 천문대가 보이는군요.



예전에 사용하던 천문 관측소입니다. 많이 낡았네요.



몇 년 전 낡은 천문대 옆에 최신식 천문대를 만들었습니다.



다 왔네요. 저기가 연화봉입니다.



죽령 탐방안내소를 출발한 지 1시간 40분 만에 연화봉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쉬엄쉬엄 올랐는데도 예전 기록을 단축하는군요.



연화봉 정상엔 태양을 소개하고 있네요.



좀 전에 시원한 소나기 한줄기가 지나갔나 봅니다.



붓창포 꽃입니다.


산아래 민들레 꽃은 어느새 홀씨 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다 날아갔는데 여긴 한창이네요.



연화봉에서 바라본 단양 방향입니다.



올라왔고 돌아봤으니 내려갑니다. 조금 전까지 선명하게 보였던 천문대가 그사이 구름에 묻혔네요.



레이더 강우량 측량소도 구름에 가려지고...



할미꽃 군락지군요. 몇 년째 이 길을 지나다녔지만, 여기에 할미꽃 군락지가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콘크리트길 걷기가 짜증스럽네요.



백만 년 만에 얼굴 안 나오는 셀카도 찍어봅니다.



오디가 여러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군요.



조금만 내려가면 씻을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데 백주대로(白晝大路)에서 꼴불견입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잠시 극락에 머물다가 사바세계에 내려오니 벌써 머리가 아파오네요.



오전에 한산했던 죽령 주차장이 오후가 되니 꽉 찼네요. 옛날 어느 도승이 이 고개를 넘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짚고 가던 대나무 지팡이를 꽂은 것이 살아났다 하여 죽령이라고 합니다.


죽령은 문경의 새재, 영동의 추풍령과 함께 영남대로의 3대 관문입니다. 경상도와 충청도 그리고 강원도를 잇는 중요한 교통로로써 역활을 충실히 수행했던 죽령은 이제 그 기능을 중앙고속도로에 내 주고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는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죽령에서 내려다본 희방사역입니다.

심란한 마음에 다녀온 소백산 연화봉... 그동안 수십 번을 올라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지만, 오를 때마다 다른 모습이고 항상 푸근하게 품어줍니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거라는 희망도 주네요.


'Mountain Climb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골 때리는 두타산  (10) 2013.08.11
충북 알프스 구병산  (14) 2013.07.07
계룡산  (4) 2013.06.06
소백산 철쭉 엔딩  (6) 2013.06.03
가야산  (6) 2013.05.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