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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장마철 날구지

by 변기환 2013. 7. 2.

퇴근 무렵 아침부터 내린다는 장맛비가 이제야 부슬부슬 내리는군요. 할일 없는 백수 발 병난다고 했던가요? 바쁠 것 없는 요즘 괜히 몸도 마음도 바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이런 날 그냥 넘어가면 죄짓는 기분입니다. 급히 냉장고를 뒤져 날구지 준비를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날구지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쓸데 없는 짓'이나 '괜한 일'을 하는 것- 이라고 하네요. 비가 오니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해 봅니다.



전 부칠 야채를 준비하고 햇감자를 강판에 갑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씹는 느낌이 있어 더 맛있습니다.



밀가리를 조금 추가합니다. 고수는 100%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반죽에 계란을 넣거나 부침가루 따위로 전을 부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약한 불에 노릇하게 지집니다.



술 맛나게 시리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지는군요.



느끼한 전과 같이 먹을 파절이를 준비합니다.



직접 담근 막걸리로 만든 막걸리 식초와 까나리 액젓, 매실청, 고춧가루, 잘게 다진 마늘로 무칩니다.



개인적으로 전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참기름과 간장 향이 강한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보다 1년 이상 묵은 매운 독기 빠진 청양초, 마늘종 장아찌를 곁들여 먹는 것입니다.



밥 대신 먹을 두부김치도 준비합니다.



날구지 준비하는 동안 A급 태풍이 지나가는 듯 강한 바람과 빗줄기가 창을 세차게 뒤흔드는군요.



비 오는 분위기 만끽하고자 베란다에 차렸습니다.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네요.



부침엔 막걸리가 궁합인데 맥주도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한잔하는 동안 어둠이 깊숙이 내려앉았고 거칠게 몰아치던 빗줄기도 잦아드는군요. 해 놓은 것 없이 몸도 마음도 늙어가는 지금 장맛비를 핑계로 술 한잔 하면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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