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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즐거웠던 오월의 여행

by 변기환 2015. 5. 4.

5월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사촌 매제 두 가족과 사촌 형네와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숙소에 들어가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라 영덕 풍력발전단지에 들렸습니다.

이 여행을 지난 설 때 계획했으며 그때는 일본에 가기로 약속 했는데 3월에 알아본 결과 징검다리 연휴라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여행경비 압박에 제주도로 급 변경을 했으나, 이미 비행기 좌석은 모두 매진... 할 수 없이 한국의 나폴리라는 통영 쪽을 알아보다가 말도 안 되는 펜션 숙박료에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방값이 저렴한 영덕에 숙소를 정한 후 포항과 경주 쪽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풍력발전기만 덩그러니 서 있는 줄 알았는데 나름 공원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 놔 방문객이 꽤 많습니다.

좀 생뚱맞긴 하지만 퇴역한 비행기도 전시해 놓았는데 국방색 칠을 한 수송기는 내부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전투기 조종석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비좁네요. 내가 능력이 됨에도 불구하고 전투기 조종사가 안 된 이유는 고소공포증과 폐소공포증 때문입니다.

좋은 길 놔두고 일부러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 숙소를 찾아갑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소화제도 안 먹었는데 가슴이 뻥 뚫리네요.

우리가 이틀 묵을 숙소는 경상북도 학생 해양수련원...

방을 7개나 빌렸는데 통영의 펜션 하루 묵는 가격도 안 됩니다.

술장고 2대에 술을 가득 채웠는데 왠지 부족한 느낌~

올해 초 영덕으로 발령이나 남들은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를 신혼부터 지금껏 하는 사촌 매제가 매우 훌륭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광어 우럭회는 그냥 거들 뿐....

오늘이 메인 디쉬는 리얼 영덕 대게...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데 사촌 처남에게 이런 공손한 대접을 하는 걸 보니 사촌 매제는 내 사촌 여동생를 매우 사랑하는 게 틀림없습니다.

못생겨도 일단 빼내는 데 성공하면 무진장 맛있는 소라...

바다의 산삼이라는 해삼과 꼬들꼬들한 소라 그리고 술을 부르는 쌉싸름한 멍게...

행복은 저 무지개 너머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었군요.

그냥 야들야들하고 쫄깃쫄깃한 동해산 돌 문어... 국민소득은 5만 불이 넘지만 술안주로 돌 문어 조차 먹지 못하는 구라파나 미주가 오늘만큼은 전혀 안 부럽네요.

사촌 매제가 굵고 짧게 가자고 독한 꼬냑을 준비했군요.

일단 건배~

겨우내 살을 찌웠던 대게가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살짝 살이 빠졌지만 맛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출출할 땐 이거거등~

다음날 머리 아프고 속 쓰린 선수를 위해 오성급 호텔 쉐프에 버금가는 내가 정한 해장국은 홍게라면...

홍게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쌀뜨물과 무, 대파, 다진마늘, 표고버섯, 청양고추 등을 준비한 후...

된장을 살짝 풀고 마법의 가루인 수프와 홍게, 각종 재료 넣고 뽀글뽀글 끓이면 끄읏~

아침 먹고 숙소를 나서니 부슬부슬 비가 내립니다.

일정이 바쁜 사촌 여동생네 두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고 사촌 형네와 무진장 막히는 길을 두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호미곶~

호랑이 모양을 한 한반도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호미곶에 새천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자는 의미로 세운 상생의 손...

호미곶을 뒤로하고 다시 차로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곳은 천년고찰 불국사...

황금연휴라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미어터집니다.

초등 중등 고등 수학여행 때 빠짐없이 불국사를 왔건만, 추억은 없고 사진으로만 흔적이 남았는데 마지막 사진을 찍은 해로부터 무려 30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토함산은 내 기억처럼 구름에 가려졌습니다.

국보 제20호 다보탑... 단체로 관람 온 중국인들과 다색 인종이 뒤섞인 걸 보니 이젠 우리나라도 관광 수혜국이며 동시에 점점 다인종화 되어가고 있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석가탑은 완전 해체 후 수리 중입니다.

불국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석굴암은 표 끊는데 10분 관람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해서 아쉽지만 고마 발길을 돌립니다.

돌아오는 길에 맛집 검색해서 찾은 포항의 모 퓨전 한정식... 뽀나스를 받으신 형수님이 쐈는데 맛도 양도 질도 어느 것 하나 섭섭하지 않은 것이 없네요.

숙소로 돌아와 고단했던 하루를 술로 마무리합니다.

다음날 돌아오는 길에 찾은 안동 유교랜드...

욕 나오는 관람료지만, 5월 한 달간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2,000원 할인 중이며 IT 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관람과 동시에 체험을 할 수 있으니 나름 납득이 가는 관람료입니다. 제대로 관람하고 체험하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릴 듯...

2박 3일 짧았던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집니다. 몸의 거리가 마음의 거리라고 했으니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이웃만도 못 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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