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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괴산군 갈모봉

by 변기환 2015. 8. 23.

높이 582m 갈모봉은 산 모양이 갈모(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쓰는 우산 같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작은 군자산(827m)에서 옥녀봉(599m)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솟아 있으며 온통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관이 빼어나고 사방 조망이 아주 좋은 산입니다.

주차장을 조금 지나면 좌측으로 등산로가 나 있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왼쪽으로 개울을 건너 갈모봉을 오른 후 선유동계곡으로 하산 원점으로 도착하는 코스입니다. 5km가 안되는 거리를 2시간 37분 걸렸군요. 점심과 휴식 시간을 빼면 실제 걸린 시각은 약 2시간 10분 정도입니다. 다른 분들 블로그를 보면 대부분 3시간 넘게 걸렸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온 동네 산악회가 많이 왔습니다.

갈모봉과 남군자산은 출입을 막고 있군요. 주차장 매표소에 있던 국립공원관리 직원이 전혀 통제를 하지 않았는데 이상합니다.

길게 늘어선 산악회원 뒤를 따라 오르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앞질렀습니다. 강남산악회, 인천가고파산악회, 대구 모 산악회 모두 추월했습니다. 젊었을 땐 내 앞에 다른 차가 있는 게 용서가 안 돼 기를 쓰고 추월을 했으나, 나이가 드니 달리는 게 겁이나 자연스럽게 속도를 낮춰 달리는데 아직 산에서는 내 앞에 다른 사람이 알짱거리는 게 도저히 용서가 안 되네요.

다 추월하니 제법 의기양양해져 가파른 구간도 쉽게 치고 오릅니다.

중간중간 조망터가 있는데...

오늘 조망은 망해도 폭삭 망했네요.

맑은 날이면 희양산, 속리산, 대야봉, 묘봉, 칠보산, 황학산, 배악산, 백화산 등 괴산과 보은, 문경의 명산을 다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마치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온통 우윳빛입니다.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오릅니다. 갈모산은 가파른 구간이 있긴 해도 해발이 낮고 산행시간도 짧아 등산하기에는 쉬운 산입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기서 좌측길이 갈모봉 정상이며 우측이 하산길입니다. 즉, 좌측으로 갈모봉을 올랐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우측으로 하산하는 것입니다.

가볍게 갈모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짙은 연무는 여전하네요. 이젠 마음을 비워야겠습니다.

좀 쉰 후에 찍은 사진이라 실제로는 약 55분 정도 걸렸습니다.

뒤처졌던 산악회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슬슬 돗떼기시장이 되기 시작합니다.

흐릿하게 대야산이 보이는군요.

잠시 쉬고 있는데 젊은 새댁이 다가와 뜬금없이 "그쪽 사진을 찍었는데, 카페에 올려드릴까요? 지금 문자로 보낼까요?"라네요. 아마 나를 같은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거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고소공포증을 극복해 보려고 잠시 절벽 끝에 걸터앉아 있을 때 사진을 찍은 모양입니다. 나는 사진 찍히면 영혼도 빠져나간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 사진은 죽어도 안 찍는데, 살짝 기분이 상해 핸드폰에 사진을 확인하고 바로 지우게 했습니다. 나나 그 여자나 기분 나쁜 건 매한가지...

정상에서 내려와 전망 좋은 곳에 소박한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우리는 누가 뭘 먹고 있을 때는 민망해하지 않도록 근처에 가지 않는 게 상식이고 상대방을 위한 배려인데, 산악회원은 그런 거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 계속 옆에 서서 지들끼리 떠들어대고 사진도 찍고 그러네요. 그러니 욕을 먹지...

보고 찍고 즐길 조망이 뭐가 있다고...

갈모봉은 등산로를 따라 칠형제바위, 공기돌, 폭포바위, 두부바위, 우주선바위, 찐빵바위, 도마뱀바위, 벌통바위, 모자바위, 치마바위, 비행기바위 등 늘어선 기암이 10여 개가 넘습니다.

하산길은 아주 여유롭습니다. 잠시 후 선유동계곡에 도착했습니다.

여기까지 2시간 8분 걸렸습니다. 점심먹은 시간과 정상에서 잠시 쉰 시간을 빼면 실제로 걸은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입니다.

선유동계곡은 선유구곡이라고도 하는데, 선유동문을 비롯해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이 선유구곡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퇴계 이황 선생께서 지인을 찾았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해, 9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바위에 새겼다고 합니다. 요즘 바위에 글씨를 새겼다간 바로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

뛰어들고 싶은 만큼 물이 차고 맑습니다.

찬물에 더위만 툭툭 털어내고 발길을 서두릅니다.

신선이 숨어 살았다는 은선암입니다.

선유동계곡은 속리산국립공원에 포함되기 때문에 취사, 야영, 수영 등이 금지하고 있는데 버젓이 고기를 구워 먹고 있습니다.

수영금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지만, 지키는 사람도 단속하는 공원직원도 없습니다.

바위 윗부분이 평평하고 가운데가 절구통처럼 패여 있으며 신선들이 이곳에서 금단을 만들어 먹고 장수하였다 하여 연단로라 한답니다.

신선이 내려와 놀던 곳이라 하여 선유동문이라 합니다.

이제껏 산을 오르면서 수많은 부부를 봤는데, 부부는 절대 손을 잡고 다니지 않습니다. 남편이 저만치 앞서고 부인은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게 부부가 등산하는 방식입니다.

다시 출발지로 왔습니다. 다시 봐도 부부는 아닌 것 같군요.

선유동계곡에서 출발지까지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먼 길을 왔는데 등산 시간이 짧아 좀 아쉬움이 남네요.

돌아오는 길에 본 희양산의 멋진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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