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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괴산군 신성봉, 마패봉

by 변기환 2016. 2. 28.

오랜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오늘 오를 산은 괴산의 명산 신선봉과 마패봉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제법 내렸네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찾는 이가 드물어 등산로가 눈에 묻혀 길을 잃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조령휴양림을 출발 신선봉을 오른 후 능선을 따라 마패봉으로 이동 마패봉에서 제 3관문으로 하산하는 비교적 짧은 코스입니다.

5.7km 거리를 무려 4시간이나 걸었습니다. 눈이 쌓여 길 찾는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닙니다. 쉽게 생각하고 올랐다간 곡소리 날 듯...

조령휴양림 입구에 서 있는 이정표 안내를 받아 오랜만에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산을 찾아갑니다.

하얀 백지에 내 마음대로 그릴 흔적을 생각하니 마음은 설레고 오랜만에 찾은 산은 항상 그랬듯이 푸근하며 사방에서 지저귀는 이름 모를 새소리에 답답했던 가슴이 부채표 까스 활명수를 마신 듯 뻥 뚫리네요.

그러나 크고 작은 돌이 널브러진 계곡은 눈에 덮여 어디가 등산로인지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곳곳에 매여있는 리본을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이어갑니다.

더워지기 전에 벗고 추워지기 전에 껴입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등산의 기본...

눈길 함부로 걷지 마라. 네 발자국이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늘은 절대 한눈팔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야겠습니다.

돌들 사이로 낙엽이 수북이 쌓였고 그 위에 눈이 덮여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니 생각 없이 걸었다간 갑자기 무릎까지 푹푹 빠집니다. 벌써 수십 번은 넘어졌고 앞으로 수 없이 미끄러져 무르팍 다 까질 듯...

멀리 봉우리가 살짝 보이는데 까마득한 산처럼 높게 느껴집니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지만, 눈 때문에 길을 찾을 수 없으니 포기하고 리본만 따라갑니다.

단조롭지만, 소박하고 담백한 겨울 풍경...

능선이 가까워지자 이마가 땅에 닿을 듯 말 듯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안 되는데 거의 60도 이상입니다.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습니다. 휴양림 매표소까지 1.4km인데 누군가가 점을 지웠네요. 사소한 장난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신선봉을 오르는 능선은 톱니처럼 날카롭고...

양쪽은 아찔한 절벽이며...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는 구간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신선봉에 올랐습니다.

멀리 가야할 마패봉이 보이고...

월악산 능선과 몇 주 전 올랐던 북바위산도 보입니다.

잠시 숨 좀 가다듬으며 쉬다가 마패봉으로 이동합니다.

마패봉을 마역봉이라 부르는군요.

마패봉입니다.

이곳부터는 발목이 묻힐 만큼 눈이 쌓였습니다.

마패봉에 도착했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이 산을 넘을 때 조령 3관문인 주흘관에서 쉬면서 마패를 관문 위의 봉우리에 걸어놓았다고 마패봉이라 부른답니다. 내가 잠시 쉬면서 사진기를 마패봉 표시석에 걸어 두었으니 어서 무럭무럭 자라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마패봉이 사진기봉이 되지 않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오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고 짙은 안개에 조망이 좋지 못하지만,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주흘산 부봉이 보이고 그 너머로 탄향산 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마패봉에서 3관문으로 내려가는 경사가 아찔합니다. 자칫 발이라도 헛디뎠다가는 듬직한 119 구급대 형아 등에 업혀 하산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발목에 힘을 바짝 주고 최대한 천천히 내려갑니다. 누구는 이런 길을 걸을 땐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면 안전하다고 하는데 양반은 소나기가 쏟아져도 뛰지 않는 법이며 얼어 죽을지언정 겻불은 안 쬡니다.

조령관 산성터 흔적이 남아 있네요.

다 내려왔습니다.

조령관 터입니다.

3관문인 조령관을 지나...

출발지인 고사리마을로 돌아갑니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세상은 한없이 평안하고 더불어 마음도 편안해지는데 산을 내려와 세상일이 궁금해 페이스북을 여는 순간 또 누군가 퍼 나르는 우울한 소식에 짜증이 확 나네요. 좋은 것만 봐도 다 못 볼 만큼 인생이 짧은데 왜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 찾아 올리는지...

같은 목적으로 넘었으나, 어떤 이는 청운의 꿈을 이루고 기세등등해 돌아 가는 길이며 어떤 이는 다음을 기약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엇갈린 희비와 수많은 사연이 서린 옛 과거 길을 따라 후자의 모습으로 걸어갑니다.

걷는 것만큼은 자신 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가파른 산을 올랐고 점심을 먹지 못해 발걸음이 무척 무겁고 더딥니다.

30분을 걸어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산이라 거리가 가깝고 해발이 높지 않은 산을 택했는데 역시 괴산군의 산은 쉬운 산이 없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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