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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소백산 도솔봉

by 변기환 2010. 7. 19.
등산경로 : 죽령 -> 삼형제봉 -> 도솔봉 -> 삼형제봉 -> 죽령
등산시간 : 6시간 20분
등산거리 : 12Km
6월 14일 고치령->비로봉 산행 후 날씨가 좋지 않아 한동안 등산을 하지 못했다. 토요일 밤 장맛비로 다음날 산행이 가능할지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다.

도솔봉은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래서 죽령에서 출발하여 도솔봉을 지나 단양읍 대강면 사동리로 하산하거나 묘적봉까지 간 다음 옥녀봉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것이었으나 집사람이 당직 근무인 관계로 이쪽저쪽 이동할 차량이 없다. 택시를 이용하면 되지만 이번 산행은 도솔봉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우선 죽령에서 날씨를 확인해 본 결과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다. 어젯밤 먹은 막걸리 숙취에 몇 번을 망설이다 보니 출발시각이 많이 지나버렸다.

안내도에서는 죽령에서 도솔봉까지 약 3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고 표시되어 있다. 경험에 의하면 어느 등산로든 실제로 등산을 해 보면 표시된 시간보다 덜 걸리는 게 대부분이지만 유일하게 죽령에서 도솔봉 구간은 표시된 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인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들머리부터 가파른 구간이 거의 계속 이어진다. 특히 흰봉산과 도솔봉으로 갈라지는 구간부터는 날카로운 바위산을 끝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등산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는 약 4시간 이상을 예상해야 하고 무척 힘든 구간임을 각오해야한다.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산이다. 실제로 며칠 전 방학을 이용하여 죽령에서 도솔봉을 등산하던 대학생 몇 명이 8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탈진하여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하산한 일이 있다. 관련뉴스보기

도솔봉은 죽령 정상에서 죽령 옛길을 내려가다 바로 오른쪽으로 진입해야 한다. 죽령 정상에도 진입로가 있는데 그 구간은 막혀있다.

비 예보는 없었지만, 날씨가 매우 불안하다. 등산 도중 비를 만나면 우의를 입고 짐은 단속을 하면 되지만 우의를 입고 산을 오르면 열과 땀이 배출되지 않아 금방 지치고 만다.

멀리 삼형제봉이 보이고 그 너머 구름에 가려진 도솔봉 정상이 보인다. 어젯밤 먹은 막걸리 숙취에 아직까지 머리가 아프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최악의 컨디션이다.

도솔봉 구간까지는 이정표가 거의 없다. 게다가 짙은 구름과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려 방향을 가름하기가 어려웠다. 전에 와봤던 경험이 있음에도 몇 번이나 등산로를 다시 찾아야 했다.

그래도 핸드폰에 지도와 나침반이 있어 가고 있는 방향은 대충 알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평소 점심은 김밥이나 컵라면을 먹지만 오늘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날씨가 매우 습하여 김은 봉지를 뜯자 눅눅해져 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배냥 무게가 많이 늘어났지만 김밥이나 컵라면보다는 더 맛있었다. 다음부터는 가능한 도시락을 준비해야겠다.

삼형제봉 정상에서 본 죽령, 왼쪽에 서 있는 구조물은 죽령터널 환기탑이다.

멀리 KT 중계탑이 보이고 가운데 솟은 봉우리는 연화봉이다. 오른쪽으로 구름에 가려진 비로봉이 살짝 보인다.

삼형제봉에서 바라본 월악산 방향, 숨이 막히듯 아름다운 경치는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경험이었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은 봉우리 반을 집어 삼켰다가 토해내기를 반복했다.
비 맞을 각오를 한 덕에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그 느낌을 100만분의 일도 담아내지 못하는 똑딱이 카메라가 원망스럽다.

멀리 도솔봉이 보인다. 한순간에 구름이 몰려와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해졌다가 개기를 반복했다. 도솔봉 정상은 여기보다 더 심할거라는 생각에 하산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내리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거의 오분 간격으로 소나기가 지나간다.

잠시 쉬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정상을 꼭 가야겠다는 욕심을 내지 말고 여차하면 하산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출발했다. 과욕은 화를 부른다는 말이 있듯이 등산은 욕심을 내면 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마지막 삼형제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봉우리들은 이미 구름에 묻혀버렸다. 돌아갈 길이 심하게 걱정된다.

마지막 삼형제봉에서 본 도솔봉 정상 아직도 갈길이 멀기만 하다. 다행히 사이 구름이 많이 걷히고 비바람도 많이 잦아들었다.

마지막 삼형제봉에서 출발한 지 약 20분 만에 도솔봉 정상에 도착했다.

지나온 삼형제봉들은 구름에 묻혀버렸다. 다시 비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했다. 서둘러 하산해야겠다.

도솔봉 역시 표시된 수치보다 실제 측정한 고도가 더 높았다.


하산길에 중년의 부부가 늦은 시간 산을 오르면서 등산로에 뱀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줘 살금살금 주변을 살피면서 내려가다 보니 역시 길옆에 똬리를 틀고 있다. 미리 일러주지 않았으면 많이 놀랐을 텐데 고마운 분들이다.

다시 죽령에 도착하니 5시 20분 총 6시간 20분이 소요된 험하고 고된 산행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저녁에 삼겹살로 빠진 살을 보충해야겠다.

죽령을 내려가던 도중 도솔봉을 보니 구름이 산봉우리 반을 삼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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