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산행 정선 상정 바위산, 고양산
등산시간 : 8시간 30분 (휴식, 점심시간 포함)
등산거리 : 약 17.Km
지난주 모 산악회와 남덕유산을 다녀오면서 지리산 등산을 약속했었다. 나는 토요일 오전까지 이번주 일요일인 줄 알았다.
토요일 오후 친구가 산악회에서 정선 고양산을 가는데 같이 가겠느냐고 연락이 와서 지리산 등산이 이번 주가 아니라 다음 주라는 걸 알았다. 같이 가겠느냐고 했을 때 선뜻 대답을 못했다. 다시 연락해 주겠다고 했지만, 갈까 말까를 밤 10시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여름 이 산악회와 대미산에서 황장산까지 9시간을 넘게 걸은 적이 있는데, 너무 험한 곳으로 다니는지라 위험하기도 하고 옷이나 배낭 등 장비 손상이 너무 심했다. 밤 11시 즈음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새벽 버스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안 가는거라고 했지만 이미 배낭은 다 꾸려 놓았다. 새벽 6시 정선으로 출발했다. 정선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걸린것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가 멀었는지 버스는 정선을 지나 꼬불꼬불 한 국도를 끊임없이 간다.
오늘 등산은 고양리에서 출발하여 상정 바위산, 고양산을 거처 반론산 정상에서 고양리로 하산하는 험한 코스란다. 그러나 등산객이 다니지 않아 등산로는 잡초로 묻혀 흔적을 찾아 걷느라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원래 계획했던 코스를 포기하고 고양산에서 바로 하산하였다. 그래도 8시간 30분이 걸린 멀고도 험한 산행이었다.
폐교된 고양리 초등학교 운동장에 차를 두고 상사 바위산 들머리로 출발했다. 밭 둑 옆 농로를 따라 심어진 뽕나무에 오디 열매가 까맣게 익어간다. 아직 덜 익은 듯 보였는데 성급한 산악회원들이 너나 없이 달려들어 오디를 따 먹고 있다.
사실 저런 행동은 옳지 않다. 논, 밭, 집 주위에 있는 과일 나무치고 주인이 없는 것은 없다. 나중에 주인이 알았을 때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매번 느끼지만, 마을을 끼고 있는 등산로 주변의 농민은 등산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반갑게 인사를 먼저 드려도 시큰둥 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인사를 받는다. 특히 과수 농가들이 더 심하다. 그분들이 등산객을 꺼리는 이유가 평소 등산객으로 인해 크든 작든 여러가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논, 밭 가에 있는 키가 작은 산 나무 열매는 가능한 먹지 않는 게 좋다. 왜냐하면 농민이 농약을 쳤는지 알 수 없고, 차가 지나다니면서 먼지가 많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상정 바위산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남한강이 산을 끼고 굽이 돌아 흘러가는데 산 형상이 흡사 한반도처럼 생겼다. 이렇게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우리나라에는 몇 군데 있는데, 영월과 충북 황간의 원류봉이 있다. 그러나 이곳은 상정 바위산자락에 가려 한반도 전체 형상을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상암 바위 정상에서 고양산으로 출발했다. 이곳부터는 등산하는 사람이 없어 등산길이 잡목과 가시나무로 덮여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인지 산나물이며 약초가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다. 아래 식물은 둥굴레 나무다. 이 둥굴레 나무뿌리를 캐어 말려 끓인 차가 둥굴레 차다.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곰취나물도 밭에 심어 놓은 것처럼 즐비하다. 곰치는 쌈을 싸 먹기도 하지만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산행을 마친 후 정선 재래시장 들러 곤드레 밥을 먹었는데 아삭아삭한 곰치 장아찌 맛이 일품이었다.
상정바위 정상에서 올라왔던 길, 오른쪽으로 큰골로 하산하는 등산로가 있다. 고양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등산로를 따라가다가 갈림 길에서 빠져야 한다. 길을 모르는 나는 어디쯤에서 갈라졌는지 모르겠다.
다만, 빽빽하게 우거진 잡목 사이로 간간이 고양산이 보였지만 너무 멀어 보였고 길이 너무 험해서 오늘 중으로 반론산은 커녕 고양산에도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산 후 버스를 타기 위해 시멘트 도로를 약 30분 이상 걸었다. 가던 도중 일행이 부식을 파는 차에서 얼음에 재운 막걸리 몇 병을 사서 한 두 잔씩 나눠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었는 지 평생 잊지못할것 같다.
사실 들머리에 올라설 때까지 오늘 등산 일정을 몰랐고, 상사바위산과 고양산 코스가 어떤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가볍게 7부 바지를
입었는데 상사바위산에서 고양산까지는 등산하러 다닌 흔적이 거의 없고 가시풀로 덮여 있어 다리가 온통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그나마 돌아오는 길에 정선 장에 들러 곤드레나물 밥으로 저녁을 먹고 메밀 부꾸미(전병) 안주로 막걸리 몇 잔 하고나니 피로가 풀린다.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