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그동안 여러 번 자전거 사고로 인해 집사람이 자전거 반경 1m 내 접근금지명령을 내려 한동안 자전거를 못 탔습니다. 오늘은 집사람이 꽤 오래 집을 비운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잽싸게 자전거와 함께 탈출을 감행,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로드를 끌고 왔어야 했는데 얼떨결에 MTB를 끌고 왔네요. ㅠㅠ



초장부터 샤방하게 넘어가는 오르막 곡선이 어찌나 우아한지 허파에서 픽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땀 한 댓 박, 욕 반 바가지 하면서 허파가 목구녕으로 넘어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올랐는데 또 긴 오르막이 기다리네요.



새로 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영주댐을 돌아볼 예정입니다.



올여름 그렇게 기세등등했던 햇살이 아직도 기가 살아 막바지 기세가 바늘처럼 콕콕 찌르지만, 목덜미를 훑고 지나가는 까슬까슬한 바람에서 연한 가을 정취가 묻어납니다.



내리막을 만났으니 힘차게 페달을 밟아 BoA요~~



눈처럼 고운 은빛 모래가 강줄기를 따라 끝없이 쌓였던 내성천은 영주댐 공시가 시작되면서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10년 전 영주로 이사와 틈만 나면 내성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녀 곳곳에 추억이 서려 있고 고향 산하처럼 정겨운데 이제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좀 많이 섭섭하네요.



댐 상류에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보를 설치했습니다.



도로 한 쪽에 마련한 자전거 전용도로는 정말 신의 한 수입니다. 나름 지나는 자동차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최대한 가장자리를 따라 달리는 소심한 마음도 몰라주고 날카로운 경적으로 뒤통수를 후려치는 운전자가 야속했는데 서로 부대끼지 않고 다닐 수 있으니 몸도 마음도 느긋하네요.



영주댐 방향입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했는데 말끔히 밀었네요.



두툼한 구름이 지나가는 댐 상류 쪽으로 수위조절 보가 보입니다.



그동안 로드만 타다가 깍두기 타이어를 신은 MTB를 타니 이건 뭐 한 치수 큰 중등산화 신고 백사장을 뛰는 느낌이네요. 로드는 살짝만 밟아도 30km는 훌쩍 넘는데 아무리 밟아도 30km를 넘기기가 힘듭니다.



몇 년 전 밤중에 자전거를 타다가 아스팔트 한쪽에 널어놓은 나락에 미끄러져 20m를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고 옷만 조금 찢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자전거든 차든 이맘때 시골 도로 곳곳엔 농산물을 말리고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챙기지 않아 핸드폰으로 찍고 후 보정을 했는데 좀 과하게 한 듯...



슬슬 영주댐이 가까워집니다.



어라~ 이 길이 아닌데~ 길을 잘못 들어섰네요.



다시 삥~ 돌아가던 중 갑자기 체인이 벗겨지는 순간 클릿페달에서 발을 못 빼 그대로 넘어져 무르팍 다 까졌네요.



이리저리 헤맨 끝에 다시 도로에 올라섰습니다.



긴 내리막을 기분 좋게 전력 질주하다가...



전망 좋은 곳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김밥 한 줄, 맥주 한 깡통 가져올걸 그랬어~



드디어 막 담수가 시작된 영주댐이 보입니다.



담수와 동시에 짙은 녹조가~



꽤 많은 가구가 살던 금강마을은 물이 차면서 마을을 이어주던 길이 끊겨 섬 아닌 섬이 되었네요. 향후 저곳까지 짚라인을 놓아 수상 레저 단지를 조성할 거라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김밥 옆구리 터지는 계획을 하고 있답니다.



입찰담합 비리와 부실시공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주댐입니다. 담수와 동시에 녹조가~



나는 너무 일찍 고향을 떠나 철든 후 다시 고향을 찾았을 땐 모든 게 다 변해 버렸지만, 여기저기 남은 흔적에서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고 애틋한 고향을 떠나, 그리하여 떠올릴 흔적조차 잠겨버린 실향민의 마음은 어떻까요? 



갈 길이 먼데 마음이 무거워선지 또 체인이 벗겨지네요.



댐 하류 오토캠핑장은 올여름 무료 개방한다고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개장을 미뤘습니다.



내성천이 소백산에서 발원한 서천과 만나 무섬마을을 휘돌아 회룡포로 이어지는 눈부신 은빛 모래사장은 댐 공사가 시작되면서 더는 모래가 쓸려오지 않아 잡초로 뒤덮여버렸습니다.



무섬마을을 지나갑니다.



오랜만에 왔으니 막걸리 한 사발 하자고 한 번 더 잡았더라면 자전거 팽개치고 퍼질러 앉았을 겁니다.



무섬마을과 영주를 잇는 자전거 전용 도로는 며칠 전 내린 비로 토사에 묻혔다는 소식에 도로를 이용합니다.



영주에 도착했습니다. 이 길이 몇 년 전 밤에 앞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눈뽕~ 길가에 주차해 놓은 레미콘 뒤를 그대로 추돌~ 몇 분간 졸도했던 아찔한 곳이라 여길 지날 때마다 그때 트라우마로 인해 더욱 조심하게 됩니다.



오늘 약 40km 달렸네요. 이곳저곳 돌아보며 느긋하게 밟았더니 기록은 엉망진창이지만, 그동안 찌뿌둥했던 몸이 싹 풀렸고 다시 시작하는 한 주 힘차게 달릴 준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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