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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소백산은 이미 한겨울

by 변기환 2012. 11. 9.

모 아웃도어 메이커에서 주최하는 등산 가이드 모집에 1차 선정되고 2차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소백산을 다녀왔다. 탐방코스는 초암사를 출발해 국망봉, 비로봉을 돌아 비로사 근처 달밭골에서 자락길을 이용해 다시 초암사로 돌아오는 것으로 잡았다.


평일인데도 초암사 앞 주차장엔 등산객이 타온 차가 꽤 많다. 대부분 자락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원래 초암사는 의상대사가 세운 조계종 사찰로, 의상이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 기거하던 곳이었다.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지은 후 이곳에 다시 절을 세웠는데, 지금은 주춧돌 등 흔적만 남아있고 현재 초암사는 근래 새로 건축한 사찰이다.








며칠 전 내린 비로 계곡물이 많이 불었다. 이 계곡을 죽계구곡이라고 하는데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고 사시사철 늘 수량이 일정하다.


다람쥐 이놈은 사람보고 본척만척한다~ 람쥐





한 시간 정도 완만한 계곡을 걷다 보면 본격적으로 가파른 구간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국망봉 정상까지 숨이 깔딱 넘어갈 만큼 힘들다.




새를 닮았다고 해서 봉바위라 한다. 아주 오래전 이곳 봉바위 앞에 석륜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눈 흔적이 있길래 눈이 왔었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곳에서 시작된 물은 죽계구곡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잠시 숨돌리고 또 계단을 오른다.


돼지처럼 생긴 돼지바위. 돼지라는 동물이 복과 다산의 의미가 있어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되고,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한다.




눈이 꽤 많이 쌓였다. 이 구간이 국망봉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다. 전에 어떤 아주머니는 오죽 힘들었으면 "아(경상도 사투리 - 아이) 낳는 것보다 더 힘들다"라고 하더라.






초암사 비로봉 국망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체감 온도가 영하 15도는 되는 것 같다.


11월 초순 늦가을 그러나 소백산은 이미 한겨울이다.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다. 손이 얼어 사진찍기도 쉽지가 않다.


내가 몇 년째 산을 오르고 수많은 설경을 봤지만, 이제껏 본 건 진정 설경이 아니었다.














손이 얼어 라면 봉다리 뜯는 것도 힘들다.


GPS 로그를 계속 기록했더니 핸드폰 배터리가 금방 닳아 점심 먹는 동안 충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배낭에 넣어 두었던 자켓을 껴입었다. 이거 안 가져 갔으면 얼어 죽었을 듯


손끝에 감각도 없다. 정말 지독하게 추웠다. 게다가 바람은 얼마나 세찬지...







비로봉 정상 너무 추워서 급히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비로사로 하산





조금 내려서니 금방 푸근해지고 정상의 추위와는 아랑곳없이 늦가을이 완연하다. 불과 10분 사이에 한겨울에서 초겨울 늦가을로 계절이 바꿨다.









달밭골 선비주막에서 맥주 한 병 꺼내 딱 한 잔만 마셨다. 더 먹고 싶어도 운전 때문에... 여긴 그냥 집 앞에 있는 냉장고에서 꺼내 먹고 돈은 돈통에 넣고 가면 된다. 나는 이곳 주인과 아는 사이라 아무도 없을 땐 부엌까지 들락거리며 안주를 꺼내 먹는다. 맥주를 막걸리 잔에 따라 마시니 막걸리 먹는 기분...





잔돈 없을 땐 난감








달밭골은 원주민과 그들 조상 다수가 정감록 신봉자들이거나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난리통에 세상을 버리고 온 사람이다. 정감록에 따르면 풍기읍 금계동이 십승지 중 하나라 했으니, 금계에서 멀지 않은 이곳 달밭골을 찾아 자리를 잡은 것이다.


메뚜기 이마 같은 화전에다 감자, 옥수수, 약초로 연명했다고 한다. 논은 없고 손바닥만 한 밭을 보니 이들의 고단했던 삶이 눈에 훤하다. 한 때 50호가 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 떠나고 몇 집만 남아 있다.


외출중









곤줄박이 이놈도 사람보고 쌩깐다.




오늘 다녀온 거리는 약 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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