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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83

비와 배추 전 이야기 지금 내리는 비가 가을빈지 겨울빈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간 벌 받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안다. 급히 막걸리 사 오고 꼬신 가을배추 잎 석 장을 툭 하고 뜯었다. 고수는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치사하게 부침 가루 같은 거 안 쓴다. 심지어 흔한 소금 간도 안 한다. 밀가리 반죽을 아주 살짝 묻혀 부치는 게 포인트... 전에 기름이 번들번들 묻어 나면 이미 하수... 이제 한잔 부어 BoA요. 젊었을 땐 이렇게 밍밍하고 느끼한 걸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나이가 드니 배추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담백한 밀가리에 버무려져 풍기는 꼬신 향이 점점 좋아진다. 배추 전은 밀가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름은 두른 듯 안 두른 듯 무심하게 부쳐야 한다. 몇 년 된 명이나물 장아찌와.. 2015. 12. 10.
봉화 한약우 찹 스테이크 연말이라 회식이 잦은 집사람이 미안했는지 봉화 한약우를 사 놨다. 무려 1+ 부챗살... 구워 먹든 지져 먹든 니가 알아서 해 먹으라는 거지? 구워 먹으려면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게 많고 나중에 설거지도 만만치 않으니 간단하게 찹 스테이크를 해 먹어야겠다. 소금으로 밑간하고 후추와 월계수 잎, 로즈마리를 솔솔 뿌려 잠시 숙성... 덩어리 고기는 공기와 접촉하면 색이 변하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랩을 씌워 공기를 차단 하는 게 좋다. 브로콜리, 양파, 파프리카, 당근 준비... 소스는 와인이 없어 머루 엑기스에 케첩, 굴 소스, 후추, 다진 마늘을 넣고 살짝 졸였다. 팬을 뜨겁게 달군 후 버터를 녹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배게 한다. 당근, 양파를 먼저 넣고 살짝 볶는다. 브로콜리, 파프리카 투하... 볶.. 2015. 12. 9.
닭가슴살 카레 볶음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가 중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집안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제껏 가정과 남편을 위해 솥뚜껑 운전을 했으니 이제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그동안 못 했던 거 하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걸 이해 못 하고 투정을 부리면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여성 호르몬이 감소해 간이 붓고 목소리가 커지지만, 남자는 남성 호르몬이 줄어 한때 말 한마디로 가정을 호령하던 패기와 위엄은 간곳없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괜히 찔끔찔끔 눈물을 보이는 순한 양이 된다. 이렇듯 남녀가 중년이 되면 여성은 중성화 남성은 여성화되어 서로의 위상이 바뀌는데 이를 모르고 집사람에게 함부로 대들었다간 백전백패다. 아무튼, 각설하고 슬슬 연말이 가까워져 오니 집사람 모임이.. 2015. 12. 5.
계란말이 김밥 얼마 전 집사람이 파프리카를 얻어 왔는데 시들기 시작한다. 그냥 뒀다간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니 요놈으로 계란말이를 해 김밥을 말아야겠다. 당근, 파프리카, 부추를 잘게 다지고 매콤하게 청양고추를 같이 넣었다. 청양고추는 내용물을 제거하고 잘게 다져야 한다. 계란을 풀어 같이 섞어준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한다. 어차피 김밥 안에 들어갈 거니 엣지 같은 거 세우지 말고 걍 대충 만다. 식힌 밥에 소금, 참기름으로 간을 하고 김밥 말 듯 말면 끄읏~ 완성... 얇게 썰면 부서지니 두툼하게 써는 게 포인트... 오징어 파전도 부쳤다. 이제 먹어 BoA요~~~ 반찬은 달랑 김장김치 하나. 저녁은 살찌지 않게 간단히... 전 같은 건 매번 반죽하기 귀잖으니 넉넉하게 반죽해 놓고 먹을 때마다 조금씩 덜어 부치면.. 2015. 12. 5.
겁나 쉽고 빠른 뚝배기 김치 볶음밥 점심이 부실했나? 허기가 져 사과 반쪽을 먹고 집사람 퇴근을 기다리는데 약속이 있으니 혼자 저녁 먹으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여편네 좀 일찍 문자를 주지 저녁 먹자는 걸 마다하고 퇴근했는데... 순간, 성질난다고 협박성 문자를 날리거나 찬물에 식은 밥을 말아 대충 때웠다간 화만 쌓이니 이럴 때일수록 잘해 먹어야 가정이 편안해지는 법... 뭘 해먹을까? 고민할 거 없이 오늘 저녁은 쉽고 간단하면서 빨리해 먹을 수 있는 뚝배기 김치 볶음밥으로 결정... 먼저 뚝배기에 식용유와 참기름을 골고루 바르고... 신김치를 널널하게 깐다. 이때 간이 될 정도로 김치 양념을 듬뿍 넣는 게 포인트... 집에 TV가 없어 몰랐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백 아무개 씨라는 사람이 설탕을 살짝 뿌리면 희한하게 신맛이 사라.. 2015. 11. 27.
오이 초밥, 감자·고구마 튀김 느즈막이 출발해 소백산 연화봉을 4시간 넘게 걸었더니 어느덧 저녁 시간... 집사람은 회사 가을 야유회 따라가고 혼자 저녁 먹게 생겼다. 이럴 때 일수록 잘해 먹어야 한다. 곰탕에 식은 밥 말아 먹는 궁상을 떨어선 안된다. 뭘 해 먹을까? 냉장고를 뒤져보니 텅 비었네 ㅠㅠ 그냥 간단하게 오이 초밥을 만들고 감자·고구마를 전분가루 입혀 튀겨 먹기로... 먼저 밥을 미지근하게 식혀야 한다. 뜨거운 밥은 김을 눅눅하게 해 질겨진다. 식초에 설탕, 소금을 녹여 단촛물을 만든다. 전자렌지에 살짝 돌리면 금방 녹일 수 있다. 식힌 밥에 단촛물을 부어 골고루 섞은 다음 10분 정도 두었다가 김에 밥을 펴 널고 오이를 얹은 후 고추냉이를 조금 바르고 김밥 말듯 말면 된다. 근데 깜빡 잊고 사진을 안 찍었넹~ 감자와 고.. 2015. 11. 14.
집사람 생일 나나 집사람이나 서로 식성이 까다로워 사 먹는 음식이 잘 맞지 않아 집사람 생일과 결혼기념일엔 언제나 내가 요리를 한다. 바빠 아침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이젠 아침 먹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집사람에게 담백하게 끓인 미역국에 하얀 쌀밥을 말아 억지로 몇 술 뜨게 했다. 아버지께서 며느리 생일이니 근사한 외식을 하라고 금일봉을 하사하셨지만, 그 돈으로 퇴근길에 장을 봐 집사람이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직접 만들었다. 꼬들꼬들하게 지은 밥에 레몬즙과 설탕, 소금을 휙~ 뿌려 간을 하고 오이만으로 깔끔하게 김밥을 말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가 잠시 큰댁에 얹혀 살았으나 중학교 1학년부터 동생과 자취를 했고 그때부터 소풍 김밥을 말았으니 나도 솥뚜껑 운전 경력이 꽤 된다. 스시처럼 고추냉이.. 2015. 11. 2.
파프리카 부침, 김말이 튀김, 닭가슴살 버터구이 휴일 저녁 뭘 해 먹을까? 냉장고를 뒤져보니 유통기간이 임박한 닭가슴살과 시들어가는 파프리카가 있다. 파프리카는 속을 채워 부치고 퍽퍽한 닭가슴살은 버터에 구워 먹어야겠다. 기왕 느끼한 거 먹는 김에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지만, 김말이 튀김까지 만들기로... 파프리카는 뚜껑을 따고 내용물을 긁어낸다. 부추, 청양초, 파프리카, 당근, 양파를 잘게 다지고 두부는 물기를 짜... 소금으로 간을 하고 밀가루를 조금 섞어 차지게 반죽 해 놓는다. 파프리카에 밀가루를 조금 묻히고 준비한 속을 꽉꽉 눌러 채운다. 잘 드는 칼로 얇게 썰어... 달걀을 풀어 입힌 다음 노릇하게 지진다. 완성... 맛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단 비주얼은 매우 좋다. 당면은 삶아 물기를 짜고 양파, 당근을 채를 썰어 볶은 다음 김밥 말듯.. 2015. 11. 1.
겁나 쉬운 오이 냉국 입추가 벌써 지났지만, 아직은 한낮에 달아오른 열기로 집안이 후끈하다. 국물이 없으면 입이 까칠까칠해 밥 먹은 것 같지 않은 식성 때문에 국을 끓이고 싶지만, 그렇지 않아도 칙칙하고 후텁지근한데 뜨거운 냄비 앞에 서 있으면 열만 받는다. 이때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바로 시원한 오이 냉국... 몇 가지 만 주의하면 겁나 쉽게 맛있는 오이 냉국을 뚝딱 만들 수 있다. 요리의 시작은 위생 손을 깨끗이 씻고 재료를 준비한다. 오이를 일정한 길로 어슷하게 썬다. 요렇게 한석봉 엄니께서 썬 떡처럼 크기가 일정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조진 거다. 양파는 식성에 따라 양을 달리한다. 그리고 매우 얇게 저민다. 파는 뿌리 부분을 길이로 칼집을 낸 다음... 잘게 다진다. 집간장 한 숟가락에 오이와 양파를 .. 2015. 8. 21.
열무김치와 깍두기 며칠 동안 삼시 세끼를 라면으로 때웠더니, 살이 정확히 3근이나 빠졌다. 막걸리에서도 라면 맛이 났고 생맥에도 수프 냄새가 났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뭔가 아삭아삭하고 매콤 짭쪼름한 게 생각나 후다닥 장을 봤다. 바보도 여름에는 안 담근다는 깍두기와 밥 도둑 열무김치를 담그기로... 무는 대충 썰어 굵은 소금을 팍팍 뿌려 절여둔다. 절이는 동안 두어 번 뒤집어준다. 열무도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소금에 한 시간 정도 절인다. 열무 한 단 양이 상당하지만, 절여지면 겁나 줄어든다. 찬물에 헹궈 탈탈 털고 채반에 받쳐 남은 물기를 쫙 빼준다. 홍고추, 양파, 생강, 마늘, 새우젓을 믹서기에 때려 넣고 대충 간다. 물 2컵에 밀가리를 서너 숟가락 풀어 풀을 쑨 다음 식히고 위 양념과 고춧가루, 까나.. 2015. 8. 7.
통마늘 장아찌 같이 사는 여자가 통마늘 장아찌를 한다며 햇마늘 반 접을 던져 놓고는 운동을 가 버렸다. 여편네 하루 죙일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지쳤을 텐데... 입 짧은 나를 위해 뭘 하겠다고... 이 상황에서 못 본 척 하면 늙어 혼자 눈물 훔치며 곰탕에 밥 말아 먹는 불상사가 생긴다. 드디어 내가 팔자에 없는 통마늘을 다듬는구나... 일단 짭조름한 소금물에 한 일주일 담가 마늘의 아린 독기를 뺀다. 일주일 후 물, 식초, 간장, 설탕을 끓여... (비율은 이렇다. 물 1 : 식초 1 : 간장 0.5 : 설탕 0.5) 식초 냄새에 기절할 수 있으니 숨을 죽이고 -호흡 조절이 힘들면 요즘 없어 못 파는 3M 의료용 마스크를 써도 좋다- 사정없이 들이붓는다. 10일간 숙성한 후 다시 간장 물을 끓여. 차게 식힌 후 .. 2015. 6. 15.
달래 전과 달래 비빔밥 몇 주 전 어머니께서 캐주신 야생 달래... 언제 해 먹나 도끼눈을 뜨고 봐도 바쁜 여편네께서 당최 해 먹을 생각을 안 한다. 그냥 뒀다가는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니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답답한 내가 처리해야겠다. 실한 놈은 달래 전을 부치고... 부실한 놈은 달래 비빔밥으로... 달래란 놈이 무침을 하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것 외에는 별로 해 먹을 게 없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다진 마늘에 매실청, 간장, 멸치 액젓, 식초, 고춧가루 조금씩 넣고 신나게 비벼주면 끄읏~~ 봄엔 이런 거 좀 먹어 줘야 생기가 돈다. 내 마음대로 부친 달래전... 오늘 뭐가 바빠 막걸리 사는 걸 잊었는지... 어머니께서 해 주신 민들레 무침... 시골집 마당에 심어 놓은 잔디를 점령 뽑아도 뽑아도 지겹게 .. 2015.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