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 주식인 술 다음으로 많이 먹는다는 라면... 양 많고 맛있으면 장땡이라는 먹거리에 대한 인식이 이제는 원재료의 질과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요즘, 나트륨과 지방, 탄수화물 외에는 이렇다 할 영양가가 완전 허당이라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한 멀리해야할 음식이지만 요즘같이 쌀쌀한 날 가끔은 탱글탱글한 면발과 칼칼하고 짭조름한 국물이 심하게 땡길 때가 있다. 농약 냄새만 나도 자취를 감추는 1급수 청역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민물새우 토하를 넣어 끓인 "토하 라면" - 동네 고깃집 행님 찬조 -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보다 조리 과정이 복잡해 어쩌다가 한 번씩 해 먹게 되는 짜파게티... 느끼한 짜파게티를 야채와 마늘, 청량고추로 담백하고 매콤하게 만들어 보자. 면 삶는..
송이버섯 Season off 선언을 했는데, 송이를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굵직한 게 먹음직스럽게 생겼습니다. 내일부터 중간고사라는데 시험 따위는 관심도 없는... 그리하여 이틀을 지 마음껏 놀다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야 하는 아들을 위해 굽고 지지고 볶고 했습니다. 두툼하게 썬 봉화한약우 등심을 Medium rare 등급으로 굽고 송이와 양파, 당근은 살짝 볶아 보기 좋게 담았습니다. 생 송이를 얇게 썰어 깔았더니 향이 은근하군요. 역시 송이는 생으로 들기름 소금장에 찍어 먹어야... 야들야들하고 꼬들꼬들 한 식감이 송이 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잽싸게 한 접시 다 먹고 한 판 더 굽습니다. 요 며칠 송이와 쇠고기를 질리도록 먹네요. 아들이 하는 말 "아빠 난 다른 버섯은 못 먹는 데 송이버섯은 정..
퇴근 무렵 아침부터 내린다는 장맛비가 이제야 부슬부슬 내리는군요. 할일 없는 백수 발 병난다고 했던가요? 바쁠 것 없는 요즘 괜히 몸도 마음도 바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집니다. 이런 날 그냥 넘어가면 죄짓는 기분입니다. 급히 냉장고를 뒤져 날구지 준비를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날구지가 -비가 오거나 흐린 날씨에 '쓸데 없는 짓'이나 '괜한 일'을 하는 것- 이라고 하네요. 비가 오니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해 봅니다. 전 부칠 야채를 준비하고 햇감자를 강판에 갑니다. 감자를 강판에 갈아야 씹는 느낌이 있어 더 맛있습니다. 밀가리를 조금 추가합니다. 고수는 100%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반죽에 계란을 넣거나 부침가루 따위로 전을 부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약한 불에 노릇하게 지..
집사람이 매실을 얻어 왔네요. 기특하게 이런 건 잘 얻어 오는군요. 매년 어머니께서 만든 매실액을 가져다 먹었는데 올해는 직접 담가 어머님도 드리고 이웃과 나눠 먹어야겠습니다. 매실이란 게 동네 우물가에 주렁주렁 열린 앵두처럼 흔한 과실인 줄 알았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비싸게 팔리네요. 더러 적은 것도 섞여 있지만 대체로 굵기가 양호합니다. 매실액만 담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일부는 장아찌를 만들려고 씻어 말립니다. 피 떨고 나면 대충 6.5kg쯤 되겠네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습니다. 매실액을 어떻게 담그는지 몰라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먼저 꼭지를 따라고 합니다. 꼭지가 남아 있으면 탁해지고 떫은 맛이 난다네요. 요렇게 꼭지가 긴 건 손톱으로 툭 치면 떨어져 나가는데 요런 놈은 답이 없네요. 다시 ..
냉장고를 뒤져보니 집사람이 김밥 재료를 사놓았네요. 오늘 점심엔 김밥을 싸 먹어야겠습니다. 김밥에 부추가 빠지면 찐빵에 앙꼬 빠진 것처럼 섭섭합니다. 남자에게 특히 좋은 부추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데요. 정구지 : 부부간의 정을 좋게 한다.온신고정 :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 한다기양초 :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월담초 : 정력이 넘쳐 과붓집의 담을 넘는다.파옥초 : 부부사이가 좋으면 집 허물고 부추심는다.파벽초 : 양기가 좋아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속담도 많습니다.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안 바꾼다.부추 씻은 첫물은 아들 안주고 사위 준다.봄 부추 한 단이 피 한 방울 보다 낫다.스님 부추 보듯 한다. 불교에서 중이 부추를 먹지 못하게 한 이유가 있었군요. 평소 부추를 즐겨 먹는..
부모님께서 바리바리 싸 오셨네요. 야생 미나리입니다. 흔히 돌미나리라고 하죠. 줄기가 굵지 않고 야들야들한 게 재배한 미나리보다 향이 몇백 배는 더 강합니다. 이놈으로 향긋한 미나리 전을 부칠 겁니다. 두릅입니다. 그냥 두릅이 아니라 봉화군 하고도 춘양면 깊은 산 속에서 자란 야생 두릅입니다. 시장에 파는 두릅과 비교하면 많이 섭섭합니다. 평소 데쳐 초장에 찍어 먹는데, 오늘은 좀 색다르게 튀겨 먹을 겁니다. 봉다리에 밀가루와 두릅을 넣고 흔들어 줍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냐고 하겠지만, 두릅에 밀가루를 골고루 입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더군요. 밀가루 반죽을 살짝 입힙니다. 고수는 부침가루로 전을 부치는 훼이크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기름을 빼줍니다. 환상적으로 튀겨졌군요. 돌미나리 전을 부..
세월이 쏘아 놓은 화살 같다. 남녀가 손만 잡고 자도 아이가 생기는 줄 알았던 스물일곱 철부지 동갑이 결혼 한 지 벌써 열아홉 해가 됐다. 때로는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고, 때로는 외나무다리 위를 건너듯 위태로웠던 위기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며 알토란 같은 자식 하나를 낳아 지지고 볶으며 오손도손 열아홉 해를 살아왔다. 남들은 결혼기념일에 근사한 곳에서 외식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 받지만, 우리 부부는 사 먹는 음식별로 안 좋아 하고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게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라 여긴다. 여보 맞지? 나가서 먹고 싶어도 집사람 퇴근이 늦어 이 시간에 어디 가서 뭘 사 먹을 때도 없다. 선물은 아이가 그동안 모은 용돈 20만 원을 내놓으며, 둘이서 10만 원씩 ..
요즘 TV를 보면 이 나라가 먹는데 미치지 않았나 할 정도로 온통 맛집 소개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맛집을 소개 하다 보니 맛없는 집도 맛집이 되고,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식당도 맛집으로 둔갑한다. 게다가 TV 방송을 미끼로 뒷돈까지 오간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 커뮤니티 사이트 등 모든 곳에서 맛집을 소개한다. 특히 블로그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맛집을 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그들은 음식 맛으로 원산지와 조미료 사용 여부, 유통기간까지 단번에 알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으며, 전문가 수준으로 사진을 찍고 갖은 미사여구로 맛집을 소개한다. 요즘 젊은이는 스마트폰으로 맛집을 검색하고 블로그를 통해 맛집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는다. 즉 블로그에 많이..
설이 가까워 오니 이런 게 선물로 배달왔다. 한약재를 먹여 키웠다는 봉화 한약우 봉화 한약우는 약초 부스러기나 잔뿌리를 섞은 사료를 먹여 불포화 지방산 함유량이 일반 한우보다 25% 더 높고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서 맛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봉화 한약우를 파는 한약우 프라자 식당은 주말은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다. 솔직히 한약을 먹였다고 해서 육질이 더 좋은지는 모르겠더라, 요즘 우리 한우는 시설과 사육기술이 좋고 질 좋은 사료를 먹여 품질이 우수하다. 쇠고기는 고기 자체 품질도 중요하지만, 숙성 정도와 어떤 숯에 어떻게 구웠느냐에 따라 맛과 질김이 달라진다. 화력이 좋은 참숯에 겉만 살짝 익도록 구워야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많아 씹을 때 식감이 좋다. 돼지고기 굽듯 불판에..
크리스마스가 나한테는 별다른 의미가 없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집사람이 영화 보러 가자는 걸 비꼬며 살짝 시비를 걸었더니, 아침까지 삐쳐 말도 안 한다. 삐쳐 이불 뒤집어쓰고 있는 집사람을 어르고 달래 영화 호빗을 보고,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잘해 주려면 끝까지 잘해줘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오늘 저녁은 영주 한우 치마살로 만든 스테이크와 새우 오븐 구이 먼저 쇠고기를 허브와 소금으로 간을 하여 30분 정도 재워둔다. 고기 재우는 동안 새우를 씻고 가위로 등껍질을 갈라 내장을 깨끗이 제거한다. 껍질을 자른 등에 칼집을 내고 올리브기름과 잘게 다진 마늘을 발랐다. 예열한 오븐에 30분 정도 구우면 완성 스테이크 소스는 마트에 파는 스테이크 소스에 케첩과 양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