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사는 여자가 통마늘 장아찌를 한다며 햇마늘 반 접을 던져 놓고는 운동을 가 버렸다. 여편네 하루 죙일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 지쳤을 텐데... 입 짧은 나를 위해 뭘 하겠다고... 이 상황에서 못 본 척 하면 늙어 혼자 눈물 훔치며 곰탕에 밥 말아 먹는 불상사가 생긴다. 드디어 내가 팔자에 없는 통마늘을 다듬는구나... 일단 짭조름한 소금물에 한 일주일 담가 마늘의 아린 독기를 뺀다. 일주일 후 물, 식초, 간장, 설탕을 끓여... (비율은 이렇다. 물 1 : 식초 1 : 간장 0.5 : 설탕 0.5) 식초 냄새에 기절할 수 있으니 숨을 죽이고 -호흡 조절이 힘들면 요즘 없어 못 파는 3M 의료용 마스크를 써도 좋다- 사정없이 들이붓는다. 10일간 숙성한 후 다시 간장 물을 끓여. 차게 식힌 후 ..
몇 주 전 어머니께서 캐주신 야생 달래... 언제 해 먹나 도끼눈을 뜨고 봐도 바쁜 여편네께서 당최 해 먹을 생각을 안 한다. 그냥 뒀다가는 음식물 쓰레기가 될 게 뻔하니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답답한 내가 처리해야겠다. 실한 놈은 달래 전을 부치고... 부실한 놈은 달래 비빔밥으로... 달래란 놈이 무침을 하거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것 외에는 별로 해 먹을 게 없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다진 마늘에 매실청, 간장, 멸치 액젓, 식초, 고춧가루 조금씩 넣고 신나게 비벼주면 끄읏~~ 봄엔 이런 거 좀 먹어 줘야 생기가 돈다. 내 마음대로 부친 달래전... 오늘 뭐가 바빠 막걸리 사는 걸 잊었는지... 어머니께서 해 주신 민들레 무침... 시골집 마당에 심어 놓은 잔디를 점령 뽑아도 뽑아도 지겹게 ..
며칠 전 휴일 설날 아침에 큰댁에서 끓여주는 만둣국이 생각나 늦잠자는 집사람 옆구리 슬쩍 찔렀다가 본전도 못 찾고 마음에 깊은 상처만 받았다. 하긴 연말이라 일도 많은 데다 술 못 먹는 사람이 직책상 술 상무 노릇까지 해야 하니 그 심정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불쌍한 여편네 애주가의 살아가는 이유인 술을 왜 못 하누... 나더러 술 상무 하라면 석 달 열흘은 즐거울 텐데… 큰댁 만두는 김치나 고기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니 딱 네가지 재료가 생각난다. 잘게 썬 무와 물기를 짠 두부, 당면 그리고 파스타에 고춧가루처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리 집안 비장의 재료인… 생강이 듬뿍 들어간다.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할 때까지 열라 다지는 거다. 삶은 당면은 물기를 짠 다음 소..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 10시 넘어 퇴근하는 집사람에게 반찬 투정했다가는 바로 이혼장 날아온다. 휴일이면 파김치가 돼 꼼짝도 못 하는 집사람을 위해 밑반찬 몇 가지를 해 놓고 매콤하고 아삭한 총각김치와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시원한 물김치도 같이 담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땐 남자가 부엌 들락거리면 꼬튜 떨어진다고 부엌 근처엔 얼씬도 못 하게 했지만, 중년의 남자가 21세기를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어야 한다. 총각무는 부실한 잎을 정리하고 껍질을 벗긴 다음 손이 퉁퉁 붇도록 씻는다. 열 번은 더 씻은 듯…. 뿌리와 줄기가 만나는 부분을 깨끗이 손질해야 모래가 씹히지 않는다. 네 등분으로 자른 다음... 서너 번 더 헹궈준다. 짭조름한 소금물에…. 4시간 이상 푹 절인다. 요렇게 무가..
가을비가 내 가슴과 낙엽을 촉촉히 젖시는 시월의 마지막 저녁... 갑자기 이용도 보고싶고 막걸리도 땡긴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시월의 마지막 불금을 그냥 보내면 죄받는다. 굴은 굵은 소금에 몇번 씻어야 한다. 실한 놈을 골라 굴 전을 부치고 야들야들한 놈은 초장에 찍어 먹고 나머지 상태가 매롱한 놈은 굴 국밥을 해 먹어야겠다. 굴 전에 들어갈 청양고추, 홍고추, 양파, 쪽파, 당근을 잘게 썰어 준비한다. 계란을 풀고 가위로 알끈을 잘라준 다음 야채와 잘 섞는다. 물기를 뺀 굴에 밀갈기를 묻히고... 계란물에 적셔... 노릇하게 지진다. 굴 국밥에 사용할 육수를 끊이고... 굴과 미역을 넣고 팔팔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계란을 풀어 주면 끄읏...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들어가면 먹어..
집사람 생일이라 새벽에 일어나 정성껏 생일상을 차려 줬더니 여편네 점심에 마파두부 덮밥이 먹고 싶다며 해 달란다. 그랴 오늘은 당신 생일이니 내가 식순이 당신이 삼식이 해라. 다진 돼지고기가 필요한데 사 놓은 게 없으니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햄으로 대체. 양파, 대파도 썰어 준비.... 마파두부엔 부드러운 연두부를 사용하지만 잘 부서지고 물컹한 느낌이 싫어 단단한 부침용 두부를 잘게 썰어 노릇하게 구웠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마늘향을 낸 후.... 햄, 양파를 넣고 살짝만 볶는다. 두반장 자체가 매우 짠 양념인데 블로그를 뒤져보니 두반장에 간장에 굴 소스까지 넣으란다. 그렇게 마구 넣었다간 소태가 된다. 3인분 기준 두반장을 한 큰 술 정도 넣고 다시 살짝 볶는다. 두반장이 없을 땐 굴 ..
집사람이 괜찮게 하는 대박 참가자미 물회집이 있다며 한 그릇 하자길래 마지못해 따라갔습니다. 억지로 따라나선 이유는 내가 음식 사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직장생활 27년 매일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 집사람 입은 이미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게 앉아 있는데 거지 동냥 주듯 던져놓고 간 물회를 보니 참기름이 2mm 두께로 둥둥 떠 있더군요. 한 숟가락 먹는 순간 딱~ 사이다에 고추장과 시중에 파는 참기름을 넣은 그 맛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입과 코를 마비시키는 지독한 참기름 냄새 때문에 한술 뜨고 바로 숟가락 놨더니 집사람 도끼 눈을 하고 까다롭게 군다고 한소리 하더군요. 결국, 그날 즐겁게 외식 나갔다가 대..
결혼기념일... 분위기 좋은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거 사 먹고 싶어도 영주엔 마땅히 갈 데가 없다. 그래서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해 장 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으로... 메인 요리는 해물 스파게티 그리고 술안주로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와 닭 가슴살 꼬치구이.... 먼저 해물 스파게티 재료로 바지락, 오징어, 새우, 양파 준비... 두툼하게 썬 스테이크용 안심도 준비... 살 안 찔 것 같은 닭 가슴살과 마늘, 굵은 대파를 교대로 꼬지에 꿰 준비해 놓고 집사람 퇴근 시간에 맞춰 본격적으로 요리 시작... 동시에 3가지 요리를 해야 하니 바쁘다. 먼저 스파게티부터... 올리브오일에 마늘을 볶아 향을 내고 재료 몽땅 때려 넣고 중불에 살짝 볶다가...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스파게티 소스..
작년 늦가을 동네 고깃집 행님과 무장공비 몰골을 하고 야산을 뒤져 캔 산 더덕... 며칠 고추장 발라 궈 먹다 지겨워 남은 걸 신문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넣어 뒀는데, 그동안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나 꺼내 보니 금방 캔 것처럼 싱싱하다. 기왕 개봉한 김에 요놈을 듬뿍 넣고 백숙을 끓여 연일 야근과 격무에 지쳐 비실대는 집사람과 마음은 여유로운 고1, 현실은 고3인 아들놈 몸보신 좀 해 줘야겠다. 대부분 20년 생 이상이라 요놈만으로도 장뇌삼 버금가는 효능이 있겠지만, 여러가지 효과가 한방에 나도록 시골집 텃밭에서 따 말린 대추와 장인어른께서 캐다 주신 야생 황기도 깨끗이 씻어 준비... 나나 집사람이나 비위가 약해 이상한 거 못 먹으니 물컹물컹하고 냄새나는 껍데기는 벗겨내고 2시간 푹 끓이기... 백숙..
우리나라 사람이 짜장면 다음으로 많이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의 대명사 짬뽕... 특히 술 먹은 다음날 더 땡기는 짬뽕에 어마어마한 조미료가 들어간다는 건 이젠 뭐 비밀도 아니다. 우리는 흔히 맛있는 음식을 어릴 적 엄마가 해 주던 그 맛이라고 표현 하곤 하는데 엄마표 맛의 비밀이 마지막에 넣은 다시다나 미원이라는 건 엄마만 아는 비법이다. 성인 기준 하루 권장 섭취 나트륨 2,000mg의 두 배인 4,000mg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짠 음식... 짬뽕 한 그릇에 소금에 절인 단무지를 달고 짠 춘장에 찍어 먹고 거기에다 김치까지 곁들이면 사흘치 나트륨을 한 끼에 먹어 치운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면서도 코끝이 시리면 얼큰하고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어렵다고 생각하던 음식이 막상 만들어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듯 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