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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닭가슴살 카레 볶음밥

by 변기환 2015. 12. 5.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자가 중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집안일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이제껏 가정과 남편을 위해 솥뚜껑 운전을 했으니 이제는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고 그동안 못 했던 거 하고 싶어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걸 이해 못 하고 투정을 부리면 가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여성 호르몬이 감소해 간이 붓고 목소리가 커지지만, 남자는 남성 호르몬이 줄어 한때 말 한마디로 가정을 호령하던 패기와 위엄은 간곳없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괜히 찔끔찔끔 눈물을 보이는 순한 양이 된다. 이렇듯 남녀가 중년이 되면 여성은 중성화 남성은 여성화되어 서로의 위상이 바뀌는데 이를 모르고 집사람에게 함부로 대들었다간 백전백패다.


아무튼, 각설하고 슬슬 연말이 가까워져 오니 집사람 모임이 잦다. 생각 같아서는 곰탕에 식은밥 말아먹어야 하는 동병상련의 친구를 불러 같이 저녁 먹으면서 한잔하고 싶은데 결정적으로 내가 자극적인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하고 시끄럽고 떠들썩한 술자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오늘 저녁 내가 해 먹을 음식은 닭가슴살 카레 볶음밥이다. 닭가슴살은 조금씩 나눠 랩에 싸 밀폐용기에 냉동 보관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게 생활의 지혜...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파를 볶아 기름에 파 향이 배게 한다.



닭가슴살 투하...



닭가슴살이 어느 정도 익었으면 잘게 썬 당근, 양파를 넣고 골고루 볶아준다.



야채가 알맞게 볶아졌으면 밥을 넣고 고슬고슬하게 볶는다.



굴 소스와 간장으로 심심하게 간을 한다.



볶은 밥을 한쪽에 몰아 놓고 계란 스크램블을 만들어 같이 골고루 섞어준다.



잘게 썬 부추를 넣고 후추를 슬쩍 뿌린다.



마지막으로 카레 가루를 솔솔 뿌려 간을 맞춘다. 카레를 넣지 않으면 닭가슴살 볶음밥이 되고 카레 대신 짜장 가루를 뿌리면 닭가슴살 짜장 볶음밥이 된다. 이렇듯 기본 요리를 약간만 응용하면 새로운 요리 즉, 요즘 대통령이 쓸데없이 목놓아 부르짖는 창조경제와 뜻을 같이하는 창조요리가 되는 법이다.



먹기 좋게 담아내면 끄읏~~~



느끼한 볶음밥을 개운하게 먹을 수 있도록 채 썬 양배추에 케첩을 얹어 곁들인다.



집사람이 끓인 시원하고 심심한 북엇국... 국 끓이는 솜씨가 자꾸 느는데 왠지 슬슬 불안해지네~



이제 먹어 BoA요~~~



양배추는 가늘고 길게 일정한 크기로 썰 수 있어야 어디 가서 "나 요리 좀 하는 남자입니다."하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



후다닥 만들었지만, 맛은 대박... 볶아 놓은 걸 데워 배달하는 중국집 볶음밥과 비교하면 매우 섭섭하다.



집에 TV가 없으니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소문에 요즘 TV 요리 관련 프로를 백 모 씨가 장악하고 있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백 모 씨 레시피 대로 설탕과 간장, 소금을 과하게 넣어 조리한 음식이 맛있다며 난리다.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덜 달고 덜 짜게 먹는다고 몸이 금방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과자나 초콜릿 같은 단 것을 끊고 싱겁게 먹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먹는 양이 줄어 언젠가는 살이 빠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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