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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

비와 배추 전 이야기

by 변기환 2015. 12. 10.

지금 내리는 비가 가을빈지 겨울빈지 모르겠지만, 이런 날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다간 벌 받는다는 건 삼척동자도 잘 안다. 급히 막걸리 사 오고 꼬신 가을배추 잎 석 장을 툭 하고 뜯었다.

 

 

고수는 밀가리로 전을 부치지 치사하게 부침 가루 같은 거 안 쓴다. 심지어 흔한 소금 간도 안 한다.

 

 

밀가리 반죽을 아주 살짝 묻혀 부치는 게 포인트...

 

 

전에 기름이 번들번들 묻어 나면 이미 하수...

 

 

이제 한잔 부어 BoA요.

 

 

젊었을 땐 이렇게 밍밍하고 느끼한 걸 도대체 왜 먹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나이가 드니 배추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담백한 밀가리에 버무려져 풍기는 꼬신 향이 점점 좋아진다.

 

 

배추 전은 밀가리는 있는 듯 없는 듯 기름은 두른 듯 안 두른 듯 무심하게 부쳐야 한다.

 

 

몇 년 된 명이나물 장아찌와 달래장아찌... 전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장아찌를 얹어 먹는 것이다.

 

 

텁텁한 막걸리에 달짝지근한 배추 전만큼 어울리는 안주도 없다.

 

 

배추 전은 이렇게 먹는 거거등...

 

 

짭조름한 장아찌 간장에 찍어 먹어도 환상...

비 = 막걸리 + 전

이 공식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막걸리와 전이 생각나는 걸 보니 적어도 막걸리 좋아하는 나한테는 맞는 공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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