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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덕절산, 두악산

by 변기환 2011. 9. 18.

오늘 코스는 가산교에서 출발하여 두절산과 두악산을 거쳐 단성면으로 하산하는 7.5Km 구간이다. 전날 밤 막거리 한 병을 먹고 잤더니 숙취가 있어 영 개운하지 않다. 오늘은 왠지 혼자 나서기가 싫어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섰다.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인터넷을 검색하여 수십 번 경로를 꼼꼼히 익혔으나, 나중에 두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맸다. 차를 단성면 삼거리에 두고 시내버스로 가산삼거리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인터넷을 검색해도 어느 쪽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할 지 몰라 버스시간을 알수가 없다. 그래서 무작정 단성면까지 가보기로 했다.

9시 40분 단성면 삼거리에 도착 해서 차를 세워놓고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봐도 어디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마침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계셔서 물어보니 가산리는 벌천행 버스를 타라고 일러주셨다.

10시에 벌천행 버스가 있으므로 조금만 기다리면 되겠다. 그사이 할머니는 충주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셨다. 이젠 숙취도 가시고 딱 맞게 버스도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벌천행 시내버스는 자리 선정을 잘못하여 못 타고 말았다. 버스가 지나가는 걸 뻔히 보고 놓쳐 버렸다.

다음 버스는 12시 25분에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가 없어 지나는 차를 얻어 탈 요량으로 걸어서 다리를 건너 하선암 방향에서 한참을 노력한 끝에 마음씨 좋은 젊은 친구를 만나 가산리까지 갈 수 있었다.

가산초등학교를 지나 가산삼거리에서 내려 직치재 방향으로 잠시 걸었다.

산세를 보니 덕절산이 분명하다.

이곳 등산로는 이정표가 없다. 주위를 잘 살펴가며 걷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인터넷이나 지도를 보고 충분히 등산로를 확인해야 한다.

등산객이 메어놓은 리본이 있는 걸 보니 이 길이 맞는것 같다.

산을 들어서자마자 곧 경사가 심하고 힘든 구간이 시작된다. 해발이 높지 않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니다.

어떤이는 소방목적으로 설치한 스프링클러라고 했지만, 송이버섯이 잘 나도록 물을 뿌리기 위해 설치한 것 같다.

꽤 높은 곳까지 파이프가 이어져 있다.

암릉을 가로질러 오르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암릉을 돌아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암릉 뒤로 덕절산 정상일부가 보인다.

덕절산 정상까지는 가파르고 힘든 코스가 계속 이어진다. 9월 중순인데도 한여름처럼 덥고 불쾌하게 습도가 높다.

등산을 시작한 지 약 한 시간 덕절산 정상에 올랐다. 나무가 빽빽이 둘러싸 주위를 둘러 볼 수가 없다. 초파리들이 얼마나 많은 따라다니는 지 귀가 멍할 지경이다.

덕절산 정상은 주위가 막혀 바람이 불지 않아 정상을 조금 지나서 점심을 먹었다. 집사람이 점심을 싸면서 수저를 넣지 않았다. 작은 칼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할 등산필수품이다.

두절산에서 두악산 가는 길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지만, 특별히 힘든 구간이 없다.

잠시 후 갈림길이 나타났는데 나는 이 갈림길이 하선암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판단하고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경로를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간구간 걸리는 시간을 잘 체크했어야 했는데, 오늘은 뭐가 씌었는지 유난히 실수가 많다.

갈림길을 지나자 등산로도 희미하고 멀리 보이는 두악산과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 약간 걱정이 되어 핸드폰으로 위치를 확인하니 등산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길을 잃으려고 그랬던지 평소 같으면 몇 번이나 다시 측정해서 길을 잘못 들었음을 바로 알았을 텐데, 가끔 현재 위치를 잘못 표시하는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가다 보니 작은 봉우리가 보이고 왼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희미하게 보인다. 이때까지 만 해도 나는 이 산을 내려가면 두악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개량 한복에 나무지팡이를 짚고 허름한 배낭을 멘 턱수염이 새까만 50대 초반의 남자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대뜸 이렇게 험하고 뱀이 많이 서식하는 곳에 반바지에 스틱도 없이 왔냐고 뭐라 하신다. ㅠㅠ 그리고 이길은 막다른 길인데 어디를 가느냐고 묻길래 두악산을 간다고 했더니 두악산 가는 길을 한참을 지나쳐 왔단다.

다시 핸드폰으로 위치를 보니 정말로 두악산 가는 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중간에 한 번 더 지도를 살폈어야 했는데, 오늘은 정말 되는게 없다.

너무 서두른 탓에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돌아섰다. 곰곰히 생각하니 송이버섯을 채취하러 온듯한데 두악산은 알고 두절산과 가산리를 모른다고 해서 좀 의아하긴 했지만, 오늘 이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정말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왔던 길을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것 같아 험하고 길은 없지만 산 중턱을 가로 질러 가기로 했다.

중간 중간 지도를 보니 등산로와 가까워 지는것 같다.

곳곳에 산돼지 흔적이 즐비하다. 금방 땅을 파헤친 곳도 있다. 산돼지는 야행성이라 한낮에 마주칠 일이 드물고 설령 마주쳐도 산돼지가 놀라 먼저 도망을 가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없다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고 발걸음이 바빠진다.

한참을 험한 등선을 넘자 등산로가 보인다. 지도 상 내 위치가 등산로에 있음을 표시한다. 한 40분 정도는 헤맨 것 같다.

정신없이 가다보니 또 등산로를 벗어났다. 오늘 왜 이러지...

월악산 국립공원 방향으로 도락산과 황정산, 황장산, 대미산 등이 펼쳐진다.

중앙고속도로 왼쪽으로는 소백산 연화봉이 오른쪽은 도솔봉이 구름에 가려있다.

덕절산을 출발한 지 2시간 20분 두악산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도 먹었고 한 40분 정도 길을 잃고 헤매었으니 예상보다 더 많이 걸렸다.

두악산 또는 소금무지 산이라고 불리는 두악산 정상은 넓게 데크를 만들어 놓았다.

큰 참나무 아래에 항아리 3개가 묻혀 있다.

충주댐 때문에 옛날 단양에 있던 것은 없어지고 이곳에 단지를 새로 묻었나 보다.

두악산 정상 이제껏 내가 오른 산 정상에서 본 경치 중 최고였다. 멀리 도락산, 황정산, 황장산, 소백산 연화봉, 도솔봉 들이 한눈에 다 들어왔고, 충주호가 그림처럼 펼쳐져있다.

단지안에 뱀이 들어 있을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서 열어보니 가운데 단지는 소금이 양쪽 옆에는 물이 담겨 있다.

이곳 정상에도 주홍날개꽃매미가 있다. 단것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포도나 복숭아를 재배하는 농가에 큰 피해를 준다고 한다.

나무계단을 내려서자 산악자전거 타면 딱 좋은 널찍한 등산로가 단성면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등산 도중에 길을 잃은 줄도 몰랐을 때 만났던 분은 정말 송이버섯을 채취 하기위해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될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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