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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겨울 황정산

by 변기환 2011. 12. 11.
황정산은 작년 10월 혼자 다녀온적이 있다.

가을 황정산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가 동행했다. 전에는 대흥사에서 출발해서 황정산을 오른 다음 다시 대흥사로 내려왔는데, 오늘은 대흥사 아래 황정리 마을에 차를 세워 두고 대흥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영인봉과 황정산을 오른 다음 대흥사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어젯밤 일기예보는 아침 기온이 많이 떨어져 춥다고 했는데, 막상 집을 나서니 날씨가 포근해서 등산하기 딱 좋다.

멀리 황정산이 보인다. 등산 안내도에서는 황정산까지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하산 시간까지 고려하면 6시간 이상 예상된다. 집에 있겠다는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에게는 네시간 조금 넘게 걸릴 거라고 속이고 데려왔는데...

등산 시간만 속인 게 아니라 아주 쉬운 코스라고 안심시켰는데, 처음부터 바위를 타고 올라야 하는 매우 힘든 구간이 이어진다. 그래도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는 아직은 몸도 마음도 여유가 있다.

황정산을 오르는 동안 오른쪽으로는 단양의 명산 도락산이 보인다.

도락산 자락에는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세워지고 있다. 명산인 도락산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형태의 건물이다.

사찰 같기도 하고, 숙박시설 같기도 한데 누가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까?

이제까지 코스는 험한 코스도 아니란듯 슬슬 힘든 구간이 이어진다. 로프도 없이 저길 어떻게 올라가란 말이야

두 여자를 밀고 당기고 해서 달래서 꾸역꾸역 올라간다. 두 사람 힘들어도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잘 간다.

황정리를 출발한 지 한 시간 사십 분 황정산 표시석이 보인다. 전에 내가 가본 황정산 정상은 이곳이 아닌데...

핸드폰으로 위치를 검색하니 황정산은 아직 멀었다. 황정산 표시석이 두곳에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집사람과 집사람 친구는 황정산에 다 올랐다고 생각하고 사진도 찍고 다른 친구에게 정상에서 찍은 사진과 문자도 날리고... 이제 점심 먹고 내려갈 생각만 하는 것 같다.

지난 온 길도 험하다. 그러나 앞으로 가야 할 길은 훨씬 더 험하고 위험하다. 다른 산들은 위험한 구간은 철 계단으로 계단을 만들어 전혀 위험하지 않는데 여기 황정산은 철 계단은 고사하고 로프도 제대로 매여 있지 않아 정말 위험하다.

내가 다녀본 산중에 가장 위험한 곳이며,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코스가 곳곳에 있다.

황정산은 특히 겨울에 더 위험하다. 반드시 아이젠을 착용하고 장갑도 더 준비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영인봉을 지나자 웅장한 황장산이 보인다. 가을에 본 황장산은 짙은 초록과 옅고 짙은 회색 바위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이 아기자기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섬세하게 잘 그려진 서양 풍경화 같다고 생각했는데, 겨울 황장산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마치 노련한 동양 화가가 마음먹고 힘차게 붓을 휘두른 듯 아주 거친 느낌이다. 굵고 힘찬 선 몇 개로 표현해도 이것이 겨울 황장산임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영인봉에서 황산산까지는 이젯껏 힘들게 지나온 것은 아무것도 아니란듯 긴 암벽구간이 있다. 두 여자 여기에서 완전히 펴졌다.

황정리 마을을 출발한지 네시간 드디어 황정산에 올랐다. 눈이 내려 더 힘들었고 두 여자 끌고 오느라 정말 힘들었다.


멀리 눈 쌓인 소백산 도솔봉이 보이고 뒤로는 도락산과 황장산자락이 얼핏 보인다. 이런 장관은 황장산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값진 경치다.

다시 황장산을 힘겹게 내려와 원통암 쪽으로 하산했다.

원통암을 거쳐 대흥사로 내려와 차를 세워둔 곳까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총 산행시간이 6시간 두 여자에겐 정말 힘들었던 코스였다. 집사람은 다음날 몸이 아파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나 늦게 출근했다. 이젠 내가 정한 코스는 다시 안 따라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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