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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희방사에서 연화봉까지

by 변기환 2011. 12. 31.

몇 해 전부터 새해 첫날은 두 동생과 함께 등산을 한다. 올해는 사정이 있어 새해 첫날이 아니라 한 해의 마지막 날 하게 되었다. 등산 전날 저녁에 구워 먹을 영주 한우 채끝살과 부챗살을 미리 사 놓았다. 식당에 가서 먹으면 편하겠지만, 많은 회사가 종무식을 하는 날이라 식당이 매우 혼잡할 것 같아서 집에서 구워 먹기로 했다.

참숯에 굽는 것보다는 맛이 덜하지만, 전기 그릴에 구운 부챗살도 채끝살도 아주 연하고 정말 맛있다.

이 좋은 고기에 술이 빠질 수 없다. 막내는 거의 먹지 않았고 둘이서 막걸리 네 병과 맥주 2캔 포도주 2병을 비웠다. 소주는 등산에 지장이 있을까 봐 먹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희방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연화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코스를 싫어한다. 바로 문화재 관람료 때문이다. 대동강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도 아니고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도 모르고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무슨 염치로 관람료를 받는지 모르겠다.

전에 이것 때문에 이곳에서 돈 받는 중과 다툰 적이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구경하지도 않는 문화재 관람료를 올 때마다 왜 꼬박꼬박 내야 하냐고... 그때 중 말이 연화봉을 가려면 자기네 땅을 밟고 가야 한다나... 그 일이 있고 나서 나는 스님을 스님이라 하지 않고 중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와보니 중이 직접 돈을 받는 게 켕겼는지 아웃소싱을 줬다.

희방사 오기를 싫어 하면서도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소백산을 가장 빨리 다녀올 수 있는 코스기 때문이다. 동생들은 등산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희방폭포를 올라가는 계단은 일부가 무너져 출입을 막았고 대신 다른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새로 놓은 계단을 힘들게 올라오면 희방폭포까지 구름다리를 놓았는데, 높이가 30m는 족히 됨직하다. 어제 먹은 술이 덜 깨선지 어질어질하다.

희방사는 쳐다보기도 싫다. 뭔 절이 목탁소리는 고사하고 풍경소리도 인기척도 없는 게 이곳이 절인가 싶다.

희방사를 지나서부터 깔닥재까지는 엄청 가파른 구간이다.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숨이 깔딱 넘어간다고 해서 깔닥재란다.

깔닥재부터 연화봉까지는 비교적 수월한 구간이다. 쉽다고는 하나 그래도 소백산은 해발 1,300가 넘는 험한 산이다. 많은 사람이 소백산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은데, 소백산은 설악산 다음으로  산악 사고가 많은 산이다. 특히 깔닥재는 몇 년 전 등산객 둘이 동사하는 사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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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닥재를 지나 한참을 오르자 멀리 연화봉이 보인다. 날씨가 얼마나 포근한지 마치 봄 같다.

희방사 주차장을 출발한 지 한 시간 삼십분 연화봉에 올랐다. 연화봉은 수없이 올랐으므로 사진만 몇 장 찍고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서둘러 올랐다가 하산했기 때문에 오늘 등산은 딱 3시간 소요되었다. 점심은 풍기에 들러 풍기 인삼 갈비탕을 먹었는데, 인삼뿌리는 흙내가 심했고 갈비탕은 다른 갈비탕 집보다 더 맛있지는 않았다. 근데 비싸다 9,000원, 그래도 발딛을 틈 없이 손님이 엄청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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