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산불예방 차원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산이 많아 갈 곳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가지 말라는 곳엔 절대 안 가는 범생 산악인이니 어디를 갈까 망설일 것 없이 동네 뒷산인 소백산 연화봉을 산책 삼아 잠깐 다녀올까 합니다.
9시 달랑 물 한 병 들고 죽령을 출발합니다. 연화봉이야 워낙 많이 올랐으니 새로울 게 없어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고 오늘 날씨가 포근해 금방 다 녹을 것 같아 이 아름다운 설경을 앞으로 9개월 후에나 다시 볼 수 있으니 마지막 겨울 풍경을 남기고 싶어 핸드폰을 들었습니다. 이하 모든 사진은 iPhone 5S로 찍었습니다.
부부가 오래 살면 취미도 같아진다는데 엊그제 결혼 20주년이 지났지만, 우리 부부는 아직도 서로 간 보는 중입니다. 여편네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바람고개 전망대는 눈이 많이 쌓여있어 출입 금지...
남쪽엔 동백축제니 매화축제니 봄을 환영하는 축제가 한창인데 이 동네는 아직 한겨울입니다. 멀리 소백산 천문대와 연화봉 정상이 보이네요.
8년 전 생각없이 집사람과 아이를 데리고 연화봉을 올랐는데, 당시 하루에 커피를 10잔 이상 먹어댔고 매일 밤 야식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 살이 지금보다 6kg나 더 쪘으며 숨쉬기 운동도 귀찮아할 정도 몸을 움직이지 않아 금세 다리가 풀리고 숨이 턱까지 차 이 지점에서 포기하고 고마 돌아왔는데 지금은 나이는 8살이나 더 먹었지만 체력은 10배 이상 좋아진 것 같습니다.
KT 통신안테나 기지와 전망대를 겸하고 있는 강우 레이더 관측소...
산 아래엔 대한민국 공식 봄 노래인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고 봄이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여기 소나무는 아직도 두터운 옷을 껴 입고 있네요. 오늘 기온이 높아 오후엔 벗을 것 같습니다.
아직 한겨울 풍경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추위 속에 기지개를 켜는 놈들이 있습니다.
오른쪽엔 소백산 천문대와 연화봉이 왼쪽에 제1연화봉이 가운데는 소백산 주봉인 비로봉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소백산 천문대 전용 제설차...
딱 천문대까지만 제설을 해 놨습니다.
죽령을 출발한지 1시간 45분 만에 연화봉에 도착했습니다. 휴일인데도 등산객이 한 명도 없네요..
이 삭막한 곳에도 곧 눈이 녹고 초록이 덮이고 어느새 소백산의 상징인 철쭉이 피겠지요.
손끝에 감각이 없어지네요. 서둘러 하산합니다.
이 팀과 출발을 같이 했는데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1시간 이상 차이가 나네요.
강우 레이더 관측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지만 배가 고파 다음 기회에...
올라올 땐 없었는데 누군가가 눈 도깨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기온이 높아지니 나무에 쌓인 눈이 융단폭격을 하는군요.
다~ 내려왔습니다. 평소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2시간 55분입니다. 오를수록 기록을 단축하는군요.
점심은 동네 비빔면 집에서 칼칼한 짬뽕으로... 이 집 음식이 영주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곳입니다. 냉동 홍합, 오징어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담근 김치와 신선한 굴과 바지락, 미더덕, 홍합 등 제대로 된 식재료를 사용하는 집입니다.
근데 경상도 북부지방 음식이 다 그렇듯 많이 짭니다. 그래서 아주 싱겁게 해달라고 해야 겨우 먹을 만 합니다. 경상도 사람들 짜게 먹는 습관 탓에 염장이 돼서 잘 썩지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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