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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새 등산화 구입

by 변기환 2010. 5. 6.
내가 등산이란 이름으로 산에 오른 게 2005년 겨울 태백산이 처음이었다. 당시 나는 등산화도 등산복도 배낭도 그 흔한 장갑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런 등산 장비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했다.

그날 친구들과 집사람이 동행한 산행이었는데 가혹한 태백산의 추위는 늘 입고 다니던 청바지에 가벼운 운동화와  얇은 점퍼 차림의 겁없는 초보에게는 너무도 가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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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등산을 한 후 얼마 뒤 집사람이 등산화를 사왔다. 프로스펙스 등산화였는데 좀 작은듯했지만 1년에 한 번 이상 가지 않을 등산인데 좀 참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신기로 했다.

이 등산화로 2008년 눈이 엄청나게 내린 청량산을 등반했었다. 주차장까지 차를 가져갈 수가 없어 매표소 입구에 차를 두고 등산을 시작했는데 눈이 발목까지 쌓여 있었다.

평소 2시간 정도면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입석, 응진전, 탁필봉을 거쳐 청량사 쪽으로 하산하여 다시 출발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충분했던 것이 이날은 3시간 이상 걸렸다.

아이젠을 하고 눈이 내린 산을 처음 오른 탓도 있지만 방수기능이 없는 등산화 때문에 발이 물에 빠진 것처럼 흠뻑 젖어 발이 시리고 아파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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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등산화의 방수기능을 절실하게 깨닫고 방수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등산화를 물색하던 중 선택한 것이 이탈리아 가몬트사의 등산화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브람창을 사용했으며, 방수 누벅가죽을 사용했고 온라인에서 평이 좋은 놈이었다. 그러나 막상 신어보니 발등이 두꺼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등산화였다.

서양사람들이 신는 등산화는 평소 신는 운동화나 구두 치수보다 두 치수 이상을 구입해야 그나마 발에 맞는 듯 하다. 일단 두 치수 이상을 구입하고 커서 발이 헐렁하면 좀 두꺼운 깔창으로 보안을 하는 게 좋은 방법인듯하다.

하지만 그 방법을 몰랐던 나는 이 등산화를 신고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하였고, 1,400m 이상 되는 소백산 각 봉우리를 약 14번 정도 올랐다. 등산시에는 잘 몰랐으나 하산시 발이 몹시 아픈 건 원래 등산이 내려올 땐 발이 아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등산화가 물에 젖은 후부터는 너무 타이트해서 발이 더 심하게 불편하고 바닥이 딱딱해서 그 충격이 무릎까지 충격을 주어, 가볍고 무릎에 충격이 없는 등산화를 구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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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제품 중에 인기가 있는 캠프라인사의 애니스톰이라는 등산화를 염두에 두었다. 나름 등산 좀 한다는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제품이라 성능엔 문제가 없어 보이나 중등산화라 근거리 등산과 가벼운 트래킹시에는 아무래도 불편한듯하여 나중에 장거리 등산을 위해 구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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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제품 중 인지도가 좋은 트렉스타사의 코브라 FS2.1 이라는 경등산화다. 신발끈을 쉽게 죄고 풀 수가 있는 원터치 보어 기능이 있는 제품이고 무게가 새털처럼 가볍다는 장점이 있는 제품이지만 내가 다니는 등산코스가 날카로운 바위가 많은지라 누벅가죽이 아닌 인조가죽이 쉽게 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사실 이 제품이 지금도 끌린다. 등산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무리 없을 것 같아 무척이나 탐난다. 하지만, 츄리링복은 언제까지나 운동복인 뿐 디자인이나 실용성이 아무리 좋아도 잠옷으로 외출복으로 다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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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뒤지다 보니 도저히 마땅한 제품을 찾을 수 없어, 국산제품 중 인지도가 좋은 트렉스타 제품을 염두에 두고 고어텍스기능이 있는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K2나 라푸마, 컬럼비아 제품은 왠지 등산화의 본연의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치우쳐 있는 것 같고 노스페이스는 등산한다는 사람치고 추천하는 사람이 없었다. 옷도 배낭도, 등산화도...

컬럼비아는 고어텍스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옴니텍크라는 자체 개발한 방수 원단을 사용한다는데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예전 발 시린 기억을 떠올라 검증된 제품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아 보류해다.

캠프라인 제품은 다들 추천하는 데 아무리 등산화라도 해도 투박한 디자인은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장고끝에 선택한 제품이 아래 트렉스타 레저타임의 레인보우라는 제품이다. 무게가 가볍고 고어텍스 제품이며, 나름 디자인도 투박하지 않아 여행 시에도 부담없이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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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즐겨 찾는 쇼핑몰에서 해당 제품을 검색하니 판매가격에 할인 되고 거기에 12% 추가 할인이 되었다. 이 제품을 사라는 신의 계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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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지로 구매한 금액은 추가 D/C에 다시 D/C를 받아 75,300원...

방수기능이 있는 천연누벅에다 고어텍스기능을 갖춘 제품이 칠만 원대라면 운동할 때 신는 운동화도 십몇 만원이고 고어텍스기능이라면 사오십 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등산 재킷을 생각하면 참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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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신는 운동화보다 10mm 정도 크게 주문을 했고 부족한 깔창을 대신하여 미국 툴리스사의 "Road Runners Replacement Insoles" 기능성 깔창을 추가 주문했다.

이 제품 역시 나무랄 때 없는 깔창이다. 쿠션이 매우 좋아 하산 시 무릎과 몸 전체에 전해지는 충격이 훨씬 감소하며, 마치 양말을 신고 카펫을 걷는 것처럼 편안다.

다만 앞부분 두께가 7mm 정도 되기 때문에 평소 신는 등산화보다 15mm 정도 크게 주문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구입한 등산화가 5m 정도 크게 나온 제품이라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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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후 길들이기 위해 운동 겸 해서 한 시간 정도 걷기를 해보았는데 뭐 길들이기를 할 필요가 없이 바로 산에 가도 될 정도로 편안하다.

제품을 선택할 수 없을 때는 비싼 제품을 우선하고, 그다음 소문 좋은 제품으로 하라는 말이 있지만 비싼 등산화가 내 발만큼은 편하게 하지 못하였다.

나름 많이 고민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서 이것저것 신어보고 다 마음에 들지 않아 온라인 구매시에 많이 망설였는데 다행히 오랜만에 물건 하나 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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