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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단양 - 금수산

by 변기환 2010. 10. 10.
등산경로 : 백운동매표소 - 금수산 - 백운동 매표소
등산시간 : 4시간 (휴식, 점심시간 포함)
금수산은 월악산의 북단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에 있는 해발 1,015m가 넘는 험준한 산이다. 멀리서 보면 미녀가 누워있는 모습과 같아서 미녀봉이라고 도 한다. 원래는 백암산이었는데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고 금수산이라 개명했다고 한다.

토요일인 어제 집사람과 같이 가기로 했는데 밤늦게 사촌 형님께서 오셔서 새벽까지 술자리가 길어져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려워 포기를 했다.

오늘은 집사람이 당직 근무라 하는 수 없이 혼자 집을 나섰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안개가 매우 심하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안개는 어떤 땐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했지만 죽령 터널을 지나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안개는 걷이고 청명한 가늘 하늘이 나타났다.

이른 시간인데도 산악회원들을 태운 버스들이 줄잡아 십여 대는 서 있다. 춘삼월 꽃놀이 다니는것도 아닌데 무슨 산을 저렇게 떼거지로 다니는지 모르겠다.

벌써 몇 팀이 몸을 풀고 있다. 도로 옆에는 산에 다녀온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리나라 등산문화는 후진국 수준이다. 저런 홍보를 통해서 좀 더 세련된 등산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 작은 마을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아직 옛날 진흙을 반죽하여 틀에 찍어 만든 흙벽돌 집이 남아 있었고 사람이 살것 같지 않은 오래된 그 집에는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었다.

마을 전체에 산수유나무가 가득했고 빨간 산수유가 풍성하게 여물어가고 또 한 풍년이었다. 봉화군 봉성면 한 마을에는 남양 홍씨들이 전난을 피해서 그곳까지 피란을 와서 자리를 잡았는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터가 많지 않아  후손이 밥 굶을 것을 걱정하여 산수유를 마을 전체에 심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 이렇게 산수유가 흔한 이유가 궁금하다.

참 특이한 마을이다. 저기 보이는 이상하게 생긴 벽돌집은 예전에 담배를 건조하던 건조창이다. 저렇게 흙벽돌로 지은 건조창에 손으로 담배를 엮어 매달아 장작 혹은 물과 진흙을 섞어 반죽한 석탄으로 담배를 건조하던 게 언제였던가? 내가 중학교 다닐 무렵 우리 집에서도 담배를 재배했고 저렇게 전통적이고 고달픈 방식으로 담배를 건조했었다. 그것이 벌써 이십오 년은 넘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고 내 고향에서 저 담배 건조창이 사라진 지도 이미 십오 년은 넘었으리라.

전 면에 보이는 작은 유리창을 통해서 건조되는 담배의 상태를 점검하고 불 조정을 했다. 담배는 정말이지 온 가족이 매달려야 재배할 수 있는 농산물이다. 아버지가 담배를 뜯어 밭 언저리에 내다 놓으면 내가 그것들을 날라 지게나 손수레에 실어 주면 이웃 아저씨들은 집까지 운반했다. 어머니는 다른 이웃 아주머니들과 담배를 줄에 엮는다. 온일 담배를 뜯고 실어나르고 엮는 작업이 반복이 되고 그 작업이 끝나면 이제 담배를 저기 보이는 건조창에 매달아야 한다. 이 과정은 최소 3명 이상이 필요하고 대게 4~5명이 되어야 수월하다.

담배를 담배를 건조창에 다 매달고 나면 언제나 한밤중이 된다. 아버지는 그때부터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그 위에 석탄을 얹어 화력을 높여 담배를 건조한다. 이 과정은 며칠 계속되고 그 동안 아버지는 깊이 잠드시지 못하고 틈틈이 깨어 불 상태를 확인해야 했다.

여름 내내 고달픈 담배 건조 과정이 끝나면 겨울에는 동네 처녀들이 모여서 건조된 잎담배들을 하나하나 얼룩진 반점은 가위로 도려내고 색깔별로 등급을 나누는 분류 작업을 거친다.

분류가 끝난 입담배를 십여개 모아 입의 줄기부분을 다른 입담배로 흡사 포도주병처럼 똘똘 말고 그렇게 말려진 것들을 큼직한 틀어넣고 발로 밟아 마치 보이차처럼 만들어낸다.

정말이지 담배는 일년내내 온 가족을 고통스럽게 하는 농사였다. 그러나 당신 담배 만큼 고소득 작물은 없었다. 담배를 재배하지 않고서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다.

마을입구에는 등산로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다.

멀리서 보이는 금수산의 산세는 도락산이나 제비봉, 황정산과 비슷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 산을 올라보면 단양의 산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있다. 단양의 산들은 가파르고 높지만 둥글고 온화한 반면 금수산은 둥글고 온화한 모습이지만 막상 그 속은 거칠고 날카롭다.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산이다.

현재 위치에서 좌측으로 조그만 가면 용담폭포가 있다는데 산악회원들이 몰려 오기전에 얼른 산에 오르고자 폭포는 다음 기회에 다녀오기로 했다.

처음 약 20분가량은 숲속을 산책하듯 여유롭고 한가로운 느낌이다. 온갖 잡목들이 꽉 들어차서 한 낮인데도 볕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여유로움은 금방 끝나고 이내 가파른 계단을 만나고 매달리듯 바위틈을 헤집고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게 올라야한다.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니다.

계곡을 벗어나면 정상까지 저렇게 거칠고 험한 구간이 쭉 이어진다.

정말이지 금수산은 단양의 다른 산과는 다른 성격을 지닌 산이다.

금수산 정상은 넓지 않아 전망대를 따로 설치를 했다. 산악회원들이 워낙에 많이 올라온 터라 서 있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안개가 심하여 전망은 좋지 못하였다. 그리고 금수산 정상은 잡목이 많이 우겨져 있어 안개가 없어도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었다.

하산 길은 산악회원들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늘 산행은 4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유난히 피곤하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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