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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백두대간 - 여우목 - 대미산 - 차갓재 - 황장산 - 황장재 - 토사골

by 변기환 2010. 9. 25.
등산경로 : 여우목 - 대미산 - 차갓재 - 황장산 - 황장재 - 생달리
등산시간 : 9시간 10분 (휴식, 점심시간 포함)

이번 산행은 모 산악회에서 백두대간 길인 대미산에서 황장산 구간을 계획하고 있다 하여 산악회 회원은 아니지만, 지인을 통하여 동행하기로 하였다.

비 예보가 없었는데 집을 나서니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7시에 조금 넘어서 출발을 했고 들머리인 여우목에 도착하니 8시 30분. 이번 산행엔 대간 길을 걷는 팀과 암벽등반을 하는 팀으로 나뉘어 출발했다. 먼저 오늘 산행의 도착지인 토사골에서 암벽등반팀이 하차 하고 산행팀은 좀 더 차를 달려 출발지인 여우목에 도착을 했다.

비가 꽤 많이 내리고 있었다. 몇몇은 우의를 착용하고 다른 몇은 우의를 준비하지 않아 비를 맞으며 출발했다. 내가 가진 우의는 다른 분을 주고 나는 기능성 점퍼로 우의를 대신하기로 했다.

도로 옆에 탐방로 안내도가 있긴 했지만, 정작 등산로 입구에는 표지판이 없어 한참을 헤매다가 마을 주민에게 물어 겨우 등산로에 접어들었다,

여우목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대미산 정상에 도착했다. 대미산은 해발 1000m가 넘는 봉우리지만 다른 산봉우리와 다르게 큰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어 조망이 좋지 못했다.

대간 길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안내도나 표지판이 허술했다. 몇 키로를 걸어가야 하는지 몇 키로를 걸어왔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생각 없이 걷다보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우므로 바짝 긴장해야 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춥고 떨려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다른 분들이 식사 후 잠시 쉬는 틈에 황장산을 향해 먼저 출발했다.

추위에 떨며 약 30분을 걸어 차갓재에 도착했다. 이곳은 일천육백 리 백두대간 중간 지점이다. 이를 알리는 비석과 장승이 서 있다. 특이하게 이정표의 방향은 지리산과 백두산을 가리키고 있다.

작은 차갓재를 지나 황장산을 오르는 길에 뒤 돌아보니 멀리 지나온 대미산이 아득하게 보인다.

저기 멀리 황장산 정상이 보이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가랑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발걸음이 더욱 무겁고 더디다. 땀을 쉽게 배출하는 기능성 점퍼라고 하여도 흘리는 땀이 워낙 많으므로 상의는 물론 점퍼 안까지 흥건히 젖었다. 그래도 점퍼가 체온을 보존해 주기 때문에 덥더라도 입고 있어야지 그냥 비를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등산할 때에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얇은 기능성 점퍼는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황정산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바위 절벽을 올라야 한다. 90도에 가까운 절벽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오늘처럼 비가 내린 후 바위는 미끄러우므로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나는 고소 공포증이 있어 이런 곳을 오르는 게 여간 두렵지 않다. 황정산은 정상이 큰 바위산이라서 여기를 오르지 않고는 정상에 오를 수가 없다.

나는 아직 이처럼 아름다운 광경을 보지 못했다. 구름은 거센 물결처럼 산봉우리를 삼킬 듯 휘감아 흐르고 그 속에 산봉우리들은 성난 파도에 간신히 드러난 바위섬처럼 보였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저기 멀리 보이는 바위산이 도락산이다. 도락산을 등반하면서 참으로 잘생긴 산이라 생각했었는데 멀리서 보니 역시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바위 절벽을 오른 후 약 100m 구간은 곳곳에 깍아지는 듯 아찔한 절벽을 밧줄에 의지한 채 건너야 한다.



여우목을 출발한 지 6시간 황정산 정상에 도착했다. 다른 일행보다 일찍 출발한 탓에 약 20분을 추위에 떨며 기다려야 했다. 추위에 급히 서두른 바람에 하산 경로를 몰라 부득이 일행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먼저 온 일행과 같이 황정상을 떠난 후 얼마지 않아 황장재에 도착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황장재임을 알리는 표지가 없어 다른 일행이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보통은 대간 길을 좀 더 걸은 후 벌재로 하산하지만, 오늘은 출발 때 헤어진 암벽 타는 팀과 합류하기 위해 황장재에서 토사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가랑비가 어느새 제법 굵은 빗방울이 되어 내려고 빗물에 젖은 바위는 무척이나 미끄러웠다. 이 구간은 정식 등산로가 아니어서 나뭇가지들을 헤치고 나가야 했다. 

하산길에 바라본 황정산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려 바위산을 타고 하산하는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가던 길을 되돌아 계곡을 타기로 했다.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아 낙엽이 발목 높이까지 쌓였고 어디가 길인지 어디가 숲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험한 계곡을 한참 내려가니 암벽등산 하는 팀이 올랐다는 바위산이 보였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쳐다보기만 해도 심장이 턱 내려 앉는 것 같다.

황정산을 떠난 지 3시간 만에 토사골로 하산을 했다. 빗줄기가 많이 굵어졌다.

생달리에서 바라본 황장산 빗물 때문에 카메라 렌즈 덮개가 잘 열리지 않았다.

생달리에서 암벽등반을 마친 팀과 합류하여 풍기로 이동 후 저녁 식사를 하고 처음 출발지에서 서로 헤어졌다. 오늘 산행은 출발할 때부터 내린 비 때문에 무척 힘들었지만 황장산에서 본 운무, 운해로 인해 피곤이 싹 가시는것 같다. 어서 집에가서 씻고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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