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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삿포로 (札幌, Sapporo)

by 변기환 2012. 2. 8.
어젯밤에 감기약을 먹고 잤더니 아침에는 몸이 한결 가볍다. 160만 명이 사는 삿포로의 아침은 참 조용하다. 마치 시골 전원주택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공기도 상쾌하고 아늑하다.

일본은 자동차 경적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양쪽 두 개 차선이 공식적으로 주차장이지만, 일본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로에 차를 세워두지 않았다.

일본은 주차장이 없으면 차를 등록할 수 없다. 차를 구입하려면 주차장을 마련하던지 한 달에 3만~5만엔이나 하는 주차장을 빌리던지 해야 한다. 그리고 주차장(차고) 증명 없이는 운전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오늘은 일본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삿포로 맥주공장을 견학하고 치토세 공항에서 오후 1시 55분 대한항공 766편으로 귀국한다. 
삿포로맥주는 1876년 메이지 시대에 홋카이도 개발청인 가이타쿠시가 삿포로에 설립한 양조장에서 출발했다. 이곳에서 삿포로 라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1886년 삿포로 양조장이 민영화되었고, 1년 뒤 삿포로 맥주회사(Sapporo Beer Company)가 되었다. 여러 맥주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되자 1906년 삿포로 맥주, 일본 맥주, 오사카 맥주가 합병해 대일본 맥주(Dai-Nippon Beer Company)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1940년대까지 일본 맥주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1949년 이후 대일본 맥주는 일본 맥주와 아사히 맥주로 분리되었다. 일본 맥주는 1956년 삿포로 맥주 생산을 재개했고, 1964년 회사 이름을 삿포로 맥주로 바꾸었다. 1971년에는 일본 맥주가 생산했던 에비스 맥주를 선보였다.

홋카이도 지역의 한 양조장을 비롯해 일본에 총 5개의 양조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삿포로에는 양조장이 없다. 북미 지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삿포로 맥주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구엘프에 있는 슬리맨 양조장에서 생산된다.
개척시대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박물관은 이전에 설탕공장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간 다음 3층부터 둘러보고 아래층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
3층과 2층을 차지하고 있는 맥주 즙 양조기 24만 캔 용량이란다.
3층은 삿포로 맥주와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한국어 안내책자도 있고 설명도 들을 수 있다. 
맥주의 원료는 보리, 홉, 물이다. 홉은 맥주 양조에 사용되는 원료로 맥주 특유의 향기와 쓴맛을 주며 맥아즙의 단백질을 침전시켜 제품을 맑게 하고 잡균의 번식을 방지하여 저장성을 높여주는 여러 가지 효능이 있다.
흑맥주는 보리를 태워서(볶아서) 사용한다. 흑맥주는 보통 맥주보다 홉을 많이 사용해서 제조한다.
삿포로 맥주 광고지를 전시한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판매되고 있는 삿포로 블랙라벨 생맥주
삿포로 클래식 맥주는 거품이 부드럽고 쓴맛이 강하다. 이 제품은 삿포로에서 만 한정적으로 판매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신선함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사실은 특정 지역에 가야 마셔볼 수 있다는 희소성을 위한 한정판 마케팅용이 아닐까?
삿포로 개척 초기 맥주는 향이 좋고 쌉싸름한 게 광장히 맛있다.
알콜이 전혀 없는 음료수
기다리던 맥주 삿포로 맥주 시음. 우선 티켓 자판기에서 마시고 싶은 맥주를 골라, 티켓 구매후 카운터에 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맥주잔에 따라 준다. 한잔에 200엔이고 3잔 세트로 마시면 500엔이다. 우리돈으로 한잔에 3,000원 정도인 셈이다.

일본은 맥주가 굉장히 비싸다. 아사히 캔 맥주 350ml를 호텔 매점에서 350엔 우리돈 5,270원 정도에 판다. 편의점에서는 약 220엔 우리돈 3,300원 정도에 판다. 또한 편의점에서 500ml 캔은 약 290엔 4,370원 정도에 파는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500ml 캔을 약 2,000원 정도 하니까 우리보다 두배가 더 비싼 셈이다.
블랙 라벨 맥주, 삿포로 한정판 클래식 맥주, 삿포로 개척 초기 맥주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안주도 과자나 치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더 먹고 싶으면 한잔에 200엔을 주고 마음껏 사 먹으면 된다.
나는 우리나라 맥주에 불만도 많고 할 말도 많다. 우리나라 맥주가 맛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때문이다. 우리나라 맥주는 세금인 주세가 붙는다. 예를 들면 맥주 출고가가 500원이라면

주세 = 출고가 x 주세(72%) = 360원
교육세 = 360원(주세) x 30%(교육세)=108원 

여기에 부가세 10%가 더해져 500원짜리 맥주가 세금을 포함하여 1,000원 넘게 출하가 된다. 그리고 출고가에 유통, 판매마진이 붙어서 팔리게 된다. 나처럼 술 좋아하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는 애국자다. ㅠㅠ 

참고로 막걸리의 주세는 5%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500원짜리 막걸리는 주세와 각종 세금을 포함하고도 600원이 안 된다.

우리나라 맥주회사가 기술력이 부족하여 맥주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세금이 높으니 맥주에 들어 가는 재료의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정부도 여러 개의 맥주 회사를 둬서 세금 거두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규제를 까다롭게 해서 두 회사만 맥주를 만들 수 있도록 승인했다. OB와 하이트 두 회사가 독점을 하다 보니 경쟁없이 성장하여 맥주 본연의 맛을 잃은 지 오래다.

독일은 16세기 내려진 '맥주 순수령(純粹令)'에 따라 지금도 맥아(몰트)·물·홉(hops)·효모 외에 다른 물질을 첨가할 경우 맥주라고 부를 수 없게 돼 있다. 일본에서도 맥아(몰트) 함량이 최하 66.7%는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세법상 맥아(몰트)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다. 그렇다 보니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는 하이트와 OB맥주는 비용 절감을 위해 맥아(몰트) 대신 옥수수·쌀 등의 부원료를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주의 깊은 쓴맛을 좌우하는 '홉'의 양과 질도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주 특유의 쌉싸름한 풍미를 가져다주는 '홉' 사용 비율도 독일은 18~19, 일본은 14~15인 반면 한국은 10 정도 밖에 넣지 않는다.

그리고 알콜 도수도 일본이나 독일 맥주는 5%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는 4%밖에 되지 않는다. 독하면 많이 먹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많이 팔리지 않으니 도수를 낮게 만드는 것이다. 소주의 알콜 도수가 갈수록 낮아지는 것처럼...

구글을 뒤지다 보면 아시아 맥주를 품평하는 사이트가 있다. 그중에 한국 맥주를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관련 블로그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우리나라 맥주라면 하루 종일 욕해도 풀리지 않을 만큼 불만이 많지만, 그나마 100% 맥아(몰트)와 미국산 캐스케이드 홉(사용한 양은 모르겠다.)을 사용한 맥스 맥주가 있으니 위안을 받는다.
개척 초기 맥주는 다른 맥주보다 잔이 더 작다. 역시 일본 맥주는 맥아의 사용 비율이 높고 홉 사용량이 많으니 맥주 특유의 맛이 잘 살아있다. 그러나 일본 맥주도 100% 맥아를 사용해야 하는 독일 관점에서 보면 사실 맥주가 아니다.

나는 술은 좋아 하지만 낮 술은 먹지 않는다. 그러나 맥주가 맛있어 첫 잔은 블랙라벨을 그리고 개척 초기 맥주 두잔 더 사 먹었다.
삿포로 맥주공장 견학을 하고 치토세 공항에서 1시 55분 대한항공 766편으로 귀국했다.
오랜만에 노래 테이프와 CD가 주렁주렁 걸려 있는 우리나라 버스를 타니 감회가 새롭다.

버스 기사는 눈이 많이 와 미끄러운 고속도로를 내비게이션에 영화를 힐끔힐끔 보면서 불안하게 운전했다. 운전하는 내도록 전화를 걸고 받고... 일본에서는 버스 기사가 운전하는 동안 전화를 사용하는 걸 보지 못했다.
소똥 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고 집에 오니 좋다. 오랜만에 보는 집사람도 이뻐 보이고 늘 잔소리를 해야 하는 아이도 며칠 안 본 사이 많이 의젓해졌고...

감기 때문에 고생 하긴 했지만 배울 점도 많고 볼것도 많은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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