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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by 변기환 2012. 12. 1.

요즘 연일 언론에서 백두대간 수목원을 보도하길래 공사가 얼마만큼 진행되었는지 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은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에 조성 중인 수목원이다. 면적은 5,179ha (15,600,000평 맞나??) 사업비 3,215억 원을 투자하여 2014년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2015년에 개원할 예정이다.


차를 이용하여 영주에서 춘야면 서벽리까지 가는 길은


1. 영주 -> 봉화 -> 춘양 -> 서벽

2. 영주 -> 봉화 -> 물야 -> 주실령 -> 서벽

3. 영주 -> 부석 -> 물야 -> 주실령 -> 서벽


이렇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하고 승용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 봉화 다덕 약수터까지 가서 약수터에서 우곡 천주교 성지를 지나 서벽까지 이어진 임산도로를 넘기로 했다.


백두대간 수목원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서벽에서 춘양을 거쳐 36번 국도를 타고 영주로 돌아오는 약 100km, 7시간을 예상하고...


우곡 천주교 성지에서 시작되는 임산도로는 약 8km 거리를 해발 500m 이상 올라야 하는 입에 거품 좀 나는 구간이 있다.


오전 10시 집에서 출발해서 다덕 약수터까지 약 20km 거리를 약 40분 만에 가뿐하게 도착했다.


다덕 약수터는 물야면 오전리 약수터, 춘양면 서벽리 두내 약수터와 함께 봉화의 대표적인 약수터다.


옛날 이곳에서 약수를 마시고 위장병과 피부병 치유에 덕을 본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하여 다덕(多德)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36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어 이곳을 지나치지만, 예전 구불구불한 2차선 36번 국도가 이곳을 통과할 무렵에서는 이곳 일대가 봉화군 토속음식 단지이자 약수탕 휴양시설 지구였다.


톡 쏘는 탄산 약수로 삶은 닭백숙이 이곳 토속 음식이었다. 그러나 바로 근처에 일제 강점기에 납과 아연을 채굴하던 광산이 있어 약수도 수은으로 오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 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계속 숨기다가 불과 몇 년 전 봉화군에서는 광산 아래 광미(鑛尾)를 쌓아 놓은 곳 주위를 천공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광미(鑛尾)를 가두어 놓았지만, 확실히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자전거 공기압을 체크한 다음



봉화뷔페 옆 길로


우곡 천주교 성지로 향했다.


이곳에도 예전에 학교가 있었나 보다.


우곡 천주교 성지는 한국에 천주교회가 세워지기 전에 천주교 수계생활을 28년간 행했던 한국 최초의 수덕자 홍유한의 묘가 있는 곳이다.


1993년 홍유한의 묘지와 묘비가 발견되었고, 천주교 안동교구에서 주변을 정비하여 성지로 조성하였다.


저기 갓 쓴 분이 홍유한이라는데, 나는 종교에 관심이 없으므로...


사제관도 있고, 청소년 수련관도 있다.


천주교 성지를 지나면 바로 임산도로로 이어진다.


벌써 숨이 차고, 양말을 두 컬레나 껴 신었는데도 발끝에 감각이 없다.



서벽까지 13km


양지와


응달이 다르다.


우곡 천주교성지에서 임산도로 정상인 가부재까지는 단 1m의 평지도 없이 계속 오르막이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아무도 없는 초겨울 하늘도 감상하다가


꾸역꾸역 오른다.



저 맑고 푸른 하늘도 너무 힘드니 노랗게 보인다.


우곡 천주교 성지를 출발한 지 약 두 시간 봉성과 서벽 갈림인 가부재 정상에 올랐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


멀리 해발 1,200m 문수산 자락이 보인다.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에 흔적을 남기는 즐거움도 잠시 바퀴가 눈에 빠져 내리막은 속도가 나지 않고 오르막은 힘이 배나 더 든다.


춘양면 애당리


서벽과 금정을 잇는 도래기 재를 넘는 구불구불한 길이 쳐다만 봐도 숨이 가쁘다. 


오르막 오르기가 힘들면


잠시 내려 쉬엄쉬엄 끌고 가다가



이 깊은 산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본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는데 벌써 2시가 넘었다. 물 한병 외에는 먹을 걸 가져오지 않았다. 배는 진작에 등가죽에 붙었다. 허기가 심하니 배고픈 줄도 모르겠다. ㅠㅠ


이런 울퉁불퉁한 내리막길에는 팔에 힘을 빼고 어금니 꽉 물어야지 생각 없이 내려가다가는 혀 깨문다. 그것도 심하게...


왼쪽이 서벽리 방향 오른쪽이 애당리 황터로 내려가는 길이다.여기서 왼쪽으로


이 길이 금강송 숲길이다. 수목원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숲 해설가가 있어 해설자의 설명을 들어가면서 이 일대를 탐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시가 곳곳에 서 있다.


10여 년 전에 저 집에서 고기도 궈 먹고 했는데, 지금은 폐허가 되었다.


수목원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춘양에 살 때 가끔 외식하던 청기와 식당도 허물어졌고


도저히 예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식당 몇 곳을 지나쳤지만, 다 문을 닫았다.


여기도 식당이 두 곳 있지만,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자전거로 10분 거리인 애당리까지 가보기로 했다.


한 때 이 집 송어 엄청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어볼까 했지만 벌써 해가 기운다.


올 가을 이 집 메일 묵을 사서 맛있게 잘 먹은 기억이 나 메밀묵이나 한 그릇 하려고 주인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 이리저리 둘러보다 주방에서 나는 썩은 냄새에 토할 뻔했다.


애당식당 바로 앞 수진식당


이 인간, 내가 배가 너무 고파서 아무 말 안 하고 주는 대로 먹었지, 배가 덜 고팠더라면 뒤통수를 후려쳤을 거다.


온몸이 흙투성에 거지꼴을 하고 이 시간에 밥을 달라고 하면 식은 밥이라도 퍼 주는 게 시골 인심 아닌가?


차림표에는 칼국수도 되고 라면도 끓여준다고 적어 놓고서는 혼자는 밥이 되니 마니, 자전거는 밖에 두라느니, 이 시간까지 밥 안 먹고 뭐했느니, 온갖 잔소리를 다 해댄다.


그래도 감자탕과 함께 나온 밥은 맛있었다.


배가 부르니 노곤해 진다.


각화사 입구를 지나다가 예전 친하게 지냈던 분 농장에 들러 커피 한 잔 마시고...


돌고개를 너머


춘양에 도착했다.


내가 대구로 전학 가기 전까지만 해도 한 학급 평균 60명 이상이 4반이었고 전교생이 약 1,500명 이상이었던 춘양초등학교는 이제 전교생이 300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가 되어 버렸다. 


춘양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임산도로를 넘는 시간을 2시간 예상 했는데, 세시간 넘게 걸렸다. 이시간에 영주까지 가기는 도저히 무리 후배를 불러 자전거를 싣고 영주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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