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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죽령을 오르다.

by 변기환 2013. 3. 17.


글이란 게 술 한잔하면 술술 잘 써진다.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이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박인환은 지독한 술꾼이었다. 1956년 3월 10일 명동 모퉁이 「경상도 집」에 모인 문인들이 가수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하자 부를 노래가 없다고 하니, 얼큰하게 취한 박인환이 시를 쓰고 이진섭이 단숨에 악보를 그려갔다. 나애심이 그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 시가 바로 「세월이 가면」이다.


박인환은 스물일곱 나이에 요절한 이상을 추모하며 사흘간 폭음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자정 무렵 "나에게 생명수를 달라" 부르짖으며 눈을 감는다. 그의 나이 겨우 30세, "세월이 가면"을 쓴지 일주일 후...


그러고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한정돼 있는 것 같다. 그게 음식이든 술이든... 음식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이 소식(小食) 하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고, 술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근데 시도 글도 안 쓰면서 술만 축내는 난 뭐지???



밥 서너 술을 반찬 없이 찬물에 말아 먹고 집을 나섰다. 소식(小食)이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나 남이 보면 아주 궁상스럽다.



잠시 달려 복잡한 ??? 도시를 벗어난다.



오늘도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이런 날 자전거 타고 나면 다음날 눈이 퉁퉁 붓는다.



주위를 둘러보며 느리게 살아야지



기차 타본 게 언제였던가? 예전 영주에서 생각 없이 청량리까지 완행열차를 탄 적이 있다.


7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았는데, 장 보러 오고 가는 할아버지 할머니 짐 다 받아주고 눈 나쁜 어르신 신문도 읽어 주면서 7시간을 가는 동안 지루하고 엉덩이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당시 완행열차는 지금처럼 두 사람이 앉는 게 아니라 무려 세 사람이 앉아 갔다는...



축사에 둘러싸인 "선비촌 한과", 소 X 냄새가 진동한다. 냄새가 이렇게 심한데 위생상 문제는 없으려나? 한과는 공기 좋고 물 맑은 봉화 닭실마을 한과가 최고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묵묵히 지켜봤을 간이역은 이제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그 수많았던 사연과 함께 굳게 봉해졌다. 세상 영원한 것 없고 영원한 진리도 없다.



마주 보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철길이 마치 집사람과 나 같다. 나이 들면 무던해 져야 하는데 이노므 성격은 점점 더 섬세해진다.


안정면을 지나



풍기읍에 들어선다.



농사를 준비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소백산 옥녀봉 자연휴양림 가는 길... 몇 년 전 한여름 이 길 따라 고항치 너머 예천 곤충박물관을 지나 75km 길을 자전거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땡볕에 아주 죽는 줄 알았다.



풍기온천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업힐이 시작된다.



셀카 질 ㅋㅋ



이런 한적한 곳에 있는 모텔에 대한 내 정의가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맨스..."



예전 저기 육교 조금 지나서 검문소가 있었다. "잠시 검문이 있겠심다"로 시작해서 버스 승객을 뚫어질 듯 훑터 보다가 인상 더러운 사람 있으면 "신분증 좀 봅시다" 그리고 "협조해 주셔서 감삽니다."로 끝난다.


그땐 검문할 때마다 지은 죄 없으면서 괜히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지금은 다시 겪어보고 싶은 추억으로 남았다.



죽령을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항개도 힘들지 않다. 느긋하게 가도 시속 10km 이상 꾸준히 달릴 수 있다.



죽령 정상 도착



날씨가 좋으니 죽령 주차장엔 연화봉 오르는 등산객이 세워둔 차로 꽉 찼다.



올랐으니 이제 내려가야지...



빛과 같은 속도로 내려왔다. 무려 승용차도 추월했다는...



우리나라는 토목·삽질 공화국... 죽령을 관통하는 중앙 고속도로도 있고 국도도 있는데, 또 산을 파내고 강을 메워 도로를 내고 있다.



풍기역 바로 앞에 괜찮게 하는 청국장집이 있다.



혼자 가도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다. 반찬도 정갈한 게 남도 한정식보다 훨 낫다. 청국장이 8,000원



이 집은 직접 청국장을 발효시켜 만든다. 예전엔 청국장 환과 가루도 팔았던 것 같은데 지금도 파는지 모르겠다.


음식 남기면 지옥 가서 다 먹어야 하는데... 요즘 소식(小食)하느라 좀 남겼다.



풍기는 인삼으로도 유명하지만, 인견과 과수 묘목으로도 유명하다.



다시 안정면에 도착


저기 자연식당이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유명하다.



전시에 대비해 만든 임시 비행장 길이가 약 2.5km 정도 된다.



지난겨울 흔적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낡은 허물을 벗고 새싹이 움트고 있다.



느긋하게 달려 다시 영주로 돌아왔다.



내 심보같이 배배꼬인 전깃줄



내가 사는 아파트는 산을 밀어 세웠는데, 어느 길로 가나 오르막이다. 여기 오르는 게 죽령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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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

  • 호돌이 2013.03.18 07:28

    오~ 자전거로 죽령을 오르셨군요? 무척 힘들었을 텐데요? 언제 영주가면 꼭 한번 같이 라이딩 하고 싶습니다.
    항상 안라하세요.
    답글

  • 바다 2013.03.18 08:22

    올 초부터 다이어트 차원에서 걷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전거 타고 싶어지네요.
    자전거는 건강도 챙기고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견문도 넓힐 수 있으니 이석이조 같습니다.
    답글

  • korea 2013.03.19 09:20

    요즘 자전거는 오토바이 같군요. 죽령 올라가 보고 싶네요.
    답글

  • 무심초 2013.03.19 16:55

    흐~ 죽령이 별로 힘들지 않을 정도면 고수입니다. 부럽습니다.
    답글

  • BlogIcon 최성복 2014.06.24 12:04

    저두 작년에 한번 오르고 지난주에 또 한번 올랐습니다 두번 오르니 이제는 할만하네요

    답글

    • Favicon of https://www.autoboy.pe.kr BlogIcon 변기환 2014.06.24 18:56 신고

      죽령너머 단양 도담삼봉까지 왕복이 70km 정도니 언제 도전해 보세요.

      그동안 자전거를 너무 심하게 다뤄 상태가 안 좋았는데 최성복 님 블로그에 소개한 숍에 가서 수리 받았습니다. 주인이 친절하고 실력도 좋아 아무 만족스럽네요. 좋은 곳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