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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영주댐

by 변기환 2013. 10. 4.

점심 무렵 갑자기 냉면이 땡겨 풍기읍까지 달려가 물냉면 한 그릇에 집사람 비빔냉면까지 뺏어 먹었더니 배가 요강 뚜껑만 해져 바람도 쐬고 빵빵해진 배도 꺼줄 겸 자전거로 동네 한 바리 합니다.


어디를 갈까 망설이다가 영주댐 공사현장을 돌아보고 무섬마을 거쳐 오기로 했습니다. 50km는 넘게 달린 줄 알았는데 겨우 40km 남짓 달렸네요.



초장부터 오르막이 씨군요. 목구멍으로 뭐가 넘어 올라는 걸 억지로 참으며 꾸역꾸역 오릅니다.



햇볕이 따가울수록 벼는 더 공손해집니다.



겨우 오르막 하나를 넘었는데 벌써 배가 고프네요. 메밀이란 게 먹을 때만 배가 불렀지 끈기가 없어 금방 배가 꺼지는군요.



못 본척 그냥 갑니다.



영주댐으로 수몰될 지역 주민 대부분이 떠나 마을은 폐허가 다 되었습니다. 소설가 이문열 씨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고향에로의 통로는 오직 기억으로만 존재할 뿐 이 세상의 지도로는 돌아갈 수 없다"라고 단정하지만, 고향에 대한 추억이 일정 시기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 기억 속에 새겨지는 것이라면... 세상의 지도로도 돌아갈 수 없고 영원히 기억 속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는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하는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고운 모래가 가득 쌓여 그림같이 아름답던 내성천은 댐 공사를 시작한 후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정녕 여기가 내성천이란 말입니까?



내성천에서 채취한 모래를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네요. 무섬마을에서 회룡포까지 강변이나 강바닥에 쌓여 있어야 할 모래를 퍼내 댐 공사에 사용하고 공사비를 아꼈다고 드립 칠 걸 생각하니 갑자기 목덜미가 뻣뻣해지면서 혈압이 치 쏟는군요.



평은 면사무소도 곧 없어지겠습니다.



대부분 주민이 떠나고 허물어져 가는 빈집이 을씨년스러운데 개 몇 마리가 시끄럽게 짖어 대니 마치 전설의 고향 세트장 같네요.



간이 정류장에서 오른쪽으로 엄청나게 가파른 오르막을 넘어갑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군요.



깎아내고 파내고 퍼내고...



다 왔네요.



영주댐은 무섬마을과 불과 2km 남짓 떨어져 있습니다. 댐이 완공되면 상류에서 모래가 쓸려올 수 없으니, 무섬마을 강변에 쌓인 넓은 모래사장도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영주댐은 홍수 조절과 발전을 겸한 다목적 댐이랍니다.



공사 현장을 막아 볼 수 없도록 했습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사진 촬영 금지를 무시하고 들어갔더니 몸집 좋은 시공사 직원이 저 멀리서 뛰어오더니 돌아가랍니다.



간다 가!!!



저 건물이 댐 관리 사무실인 것 같습니다.



댐 하류도 출입 금지, 사진 촬영 금지랍니다.



댐이 완공되면 저런 모습이 되겠네요.



주인은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달리는데 이놈은 자고 있네요. 며칠 전 배터리도 갈았는데...



햇볕은 따갑지만 땀 흘린 뒤 조금만 쉬어도 서늘해지네요.



댐 때문에 철로를 이전했습니다.



해가 지고...



댐 공사를 하든 말든 강물은 긴 시간 속으로 흘러갑니다.



곧 어두워 질 것 같지만, 무섬마을로 돌아갑니다.



개천절 휴일이라 놀러 온 사람들이 많네요.



개발이 우선이라는 측과 무조건 보존을 해야 한다는 측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철길처럼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일부 자연을 훼손해서라도 개발을 해야겠지요. 그러나 한 번 훼손된 자연은 절대 원래대로 복구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삽질부터 하기보다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 먼저 찾아봐야 할 것이며, 개발을 하더라도 철저한 환경 평가 후 최대한 자연과 환경을 보존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에 잠기는 곳이 내 고향도 아닌데 괜히 정든 고향을 물속에 묻고 떠나는 무거운 발걸음처럼 자전거 뒤에 뭔가 묵직한 것이 끌려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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