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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e a bicycle

영주 솔향기마을

변기환 2014. 4. 13. 10:36

며칠 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봄꽃을 감상하고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봄꽃 휴양마을' 10곳을 선정했는데 그중에 영주 솔향기마을이 포함되었다길래 어떤 곳인지 궁금해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씻고 닦고 조여서 겨우내 봉인해둔 자전거를 꺼내 체인에 기름을 치고 6개월 안 탔으니 말랑말랑해진 엉덩이와 전립선 보호를 위해 자전거 전용 바지 안에 두툼한 패드 팬츠를 껴입고 안정면 비상활주로를 내달립니다.



영주에서 솔향기마을까지 왕복 34km... 선수가 달리기에는 너무 짧은 거리라 기왕 페달 밟은 김에 솔향기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고항치를 오른 다음 풍기에 들러 냉면 한 그릇 먹고 순흥을 거쳐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탔더니 기록이 엉망이네요.



6개월 만에 타는 자전거라 경사가 조금만 급해도 목구멍에서 제트기 날아가는 소리가 납니다.



국도를 따라 안정면을 거쳐 풍기로 갈까 하다가 조금 위험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자동차 전용 도로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갓길이 넓어 덜 위험하긴 하지만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자동차가 옆을 스치듯 지날 때마다 자전거가 휘청거리고 섬뜩합니다. 자전거를 타기 전 위험하게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를 볼 때마다 죽으려고 환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위험한 짓을 내가 하고 있네요.



풍기 IC로 빠집니다.



인삼, 인견, 사과, 실향민의 고장 풍기...



풍기 IC 지나 봉현 초등학교 앞에서 솔향기마을로 우회전..



풍기 IC에서 솔향기마을까지는 계속 오르막입니다.



솔향기마을 도착...



아름드리 소나무가 작은 동산을 이루고 있어 솔향기마을인가?



연중 두부 만들기 체험과 떡메 치기 체험을 할 수 있고 봄에는 산나물 캐기 및 야생화 관찰 체험, 여름에는 산림욕 체험, 가을엔 사과 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저기 체험객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숙소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솔향기마을은 2007년 2억을 산림청에서 지원받아 펜션을 짓는 등 마을 정비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계획했던 수입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혹시 우리나라 전시행정의 특징인 일단 묻지 마 지원 후 방치가 아닌지...



2009년 1억 6천만 원 들여 만든 솔향기 식당... 지역에서 기르고 자란 식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고 하는데 아무 때나 와서 먹을 수 있는지 예약을 해야 하는지 물어볼걸...



여기서 고마 돌아갈까 하다가 명색이 산 타는 MTB인데 오랜만에 피톤치드 가득한 임도를 달려보기로 합니다. 임도 진입로를 몰라 마을 새댁에게 물으니 설명을 잘못하는 건지 내가 못 알아듣는 건지 소통에 문제가 있어 이리저리 한참을 헤메고 다녔습니다. 그냥 "요리로 올라가다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세요"하면 될 것을...



고항치까지 약 7km... 거품 무는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지형이 어떤지 GPS 트랙을 구글 어스에 합성해 보았습니다.



솔향기마을 해발이 약 200m... 임도 가장 높은 곳 해발이 770m... 표고차가 꽤 나는군요. 이런 길 다닐 때는 미리 한 달 정도 평지를 달려 몸 만든 후 올라야 하는데 일단 시도하고 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니 마을 경치가 끝내 주네요.



마음만 앞서고 금방 체력 방전...



꽤 많이 올라왔는데 이 깊은 산중에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었습니다. 경사가 얼마나 센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뒤 바퀴가 헛도네요.



내가 뭐 기록 세워야 할 이유도 없고 경쟁할 상대도 없으니 힘들면 내려서 끌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쉬엄쉬엄 오릅니다.



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아직 반도 못 올라왔네요.



임도 가장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최고 해발이 776m...



여기서 부터 고항치까지는 거저먹는 내리막입니다.



페달질 한번 없이 고항치에 도착했습니다. 동물 이동통로를 지나 조금만 내려가면 예천 곤충 박물관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약 4km 구간은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시속 60km 이상은 껌입니다. 오늘 이 구간에서 최고속도 63km 기록... 몇 년 전 전날 막걸리 3,000CC를 먹고 8월 땡볕에 이 길을 반대로 올랐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리네요.



영주시에서 운영하던 옥녀봉 자연휴양림은 산림치유 단지 부지에 편입되어 작년에 폐쇄했습니다.



이름도 난해한 종합 산림치유 단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종합 산림치유 단지란 영주시 봉현면 두산리와 예천군 상리면 고항리 경계에 있는 옥녀봉 자락과 소백산 도솔봉 자락에 국비 1,312억 원을 들여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내고 산과 농토를 깎아 여의도 면적 7배 부지를 조성해 수련원, 치유 시설, 휴양 시설, 요양 시설, 산림 연구 시설 등 치유와 연구를 위한 시설 단지입니다.



치유가 필요한 것은 정신 나간 인간이 아니라 자연 아닙니까?



이 집 칼국수가 정말 맛있는데 자리가 없다네요. 이런 한적한 농촌에 상호도 없는 식당에서 담백하게 끓여낸 칼국수 한 그릇 먹고 나면 맛 집이라고 소문난 식당 칼국수에 얼마나 많은 조미료와 소금이 들어가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풍기로 들어 섭니다.



풍기에서 유명한 평양 냉면집... 내가 맛집 소개하는 블로거가 아니니 상호와 위치 생략... 풍기에는 6·25 전쟁 때 월남한 피난민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풍기 금계리가 정감록에서 지목한 십승지기 때문이죠. 돌아가신 이 집 할머니도 전쟁 때 월남해 냉면집을 개업했다고 합니다.



인상 좋은 아지매가 냉면을 주면서 늘 하시는 말씀... "식초 넉넉히 넣고 꼭 무김치랑 같이 드세요."



조미료와 사이다 넣은 달고 자극적인 맛집 냉면에 익숙한 사람이 먹어보면 맹숭맹숭하고 밍밍한 육수 때문에 이게 무슨 냉면이냐며 젓가락을 집어 던지겠지만 서너 번 만 먹어보면 구수하면서 슴슴한 평양식 냉면 육수 특유의 깊은 맛에 다시 찾게 됩니다.

특히 대부분 냉면집 면이 메밀을 적게 사용하기 위해 전분가루를 많이 섞고 메밀 면 특유의 색을 내기 위해 보릿가루도 섞어 면 자체가 가늘고 고무줄 씹는 듯 질기지만 이집 면은 메밀을 많이 사용해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쉽게 끊어질 정도로 야들야들합니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순흥으로 돌아가기로...



풍기·순흥 간 도로는 몇 년 째 공사 중입니다.



순흥안 씨 선조 12인을 모신 제단인 추원단... 이쯤에서 슬슬 엉덩이에 마비가 오는군요.



순흥에서 영주로...



예전 한밤중에 차로 여기를 지나가다가 길 옆에 서 있는 인형이 귀신인 줄 알고 놀라 급브레이크 밟는 바람에 사고 날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적응이 된 지금도 자동차 라이트에 비친 인형을 보고 놀랄 때마다 도로 옆에 인형을 세워 놓을 황당한 발상을 누가 했는지 찾아가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어집니다.



첫해 개장하고 바로 부도가 난 판타시온 물놀이장과 완공도 못한 리조트가 몇 년 째 방치되니 흉물이 되어 갑니다. 애초 여기에 물놀이장과 리조트를 짓겠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철길 따라 노란 개나리가 활짝 폈네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입니다.



신혼 초 해지는 줄 모르고 낚시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무슨 일 생길 줄 알고 강을 뒤져 찾아온 집사람을 보고 낚시를 접었는데 지금도 그때 낚싯대를 강물에 던져 버린 걸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자꾸 움츠려드는 중년이지만 아직은 내 힘으로 가고 싶은 곳 갈 수 있고 오르고 싶은 곳에 오를 수 있으니 모든 게 감사할 다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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