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untain Climbing

계룡산

by 변기환 2013. 6. 6.

4개월째 충남대학교에서 연수 중인 선수 위문도 하고 내친김에 근처 계룡산에 오르기 위해 유성에 모였습니다. 여기 고깃집이 유명하다네요.



뒷고기, 덜미살 반반씩 한 근을 시켰는데 양은 좀 섭섭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했습니다.



3,000원 짜리 흔들어 먹는 도시락도 하나 시켜봅니다.



자리를 옮겨 맥주부터 슬슬 달립니다. 셋이서 새벽 4시까지 생맥 각 2,000cc 병맥 2짝 양주 1병을 조졌네요. 그렇게 즐거운 밤을 보내고...



머리 아프고 속 괴로운 아침을 맞았습니다. 아~  술이 안 깨네요. ㅠㅠ



모텔 근처에서 해장국 한 그릇씩 하고 계룡산 아래 동학사로 출발합니다. 현충일이라 길이 엄청나게 막힙니다. 1km 통과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10시 동학사에 도착해서 계룡산 주봉인 관음봉으로 출발합니다.



소박한 소망이 가득히 쌓였습니다. 나도 돌 하나를 얹어 놓으며 소원을 빌어봅니다.



계룡산 주봉인 관음봉을 오르는 최단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술은 안 깨고 시작부터 거품을 무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오늘 죽었네요.



술 냄새 풀풀 풍기며 높이 46m 은선폭포에 도착합니다. 물이 많았더라면 장관이었겠네요.



잠시 쉬어 보지만, 그래도 술이 안 깹니다.



꾸역꾸역 걸으니 정상이 가까워지네요.



끝까지 오르막이 씨네요. 어젯밤 술을 많이 먹은 탓도 있지만, 계룡산 정말 많이 가파르고 힘듭니다.



고목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고목에 돋은 싹을 보니 갑자기 행복이라는 시로 유명한 청마 유치환과 여류시인 정운 이영도의 지순하고 애절했지만 이루어질 수 없었던, 그래서 더 가슴 아팠을 사랑이 생각나네요.


유치환이 근무하던 통영 여고에 이영도가 가사 선생으로 부임하면서 마흔살 유부남과 스물아홉 미망인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됩니다.


청마는 정운에게 20년 동안 무려 오 천통이 넘는 연서를 보냅니다. 청마가 교통사고로 운명하자 정운은 청마의 애절함과 간절함이 담긴 오 천통의 연서를 추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로 출간하고 7년 뒤 뇌일변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자신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운을 향해 청마는 '님은 뭍(육지)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며 애절하고도 서운한 심정을 표현합니다.

사랑하지만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운의 아픔은 어떠했을까요? 한편으로 행복하고 한편으론 청마의 변함없는 끈질긴 구애에 어쩌면 청마 보다 더 많이 울었을 정운은


오면 민망하고 아니 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우려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니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窓만 바라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하염없이 보내니라


라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이름모를 나무에도 꽃이 폈습니다.



멀리 동학사를 땡겨봅니다.



이제 슬슬 술이 깨는군요.



동학사를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드디어 계룡산 주봉인 관음봉에 올랐습니다.


주위에 높은 산이 많네요.



멀리 삼불봉이 보입니다.



관음봉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눈 좀 붙인 뒤 삼불봉으로 출발합니다.



얼마나 높고 가파른지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쳐다만 봐도 염통이 쫄깃해지네요.



돌아다보니 저 길을 어떻게 내려왔나 싶군요.



계룡산은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되는군요.



종잇장 같은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의 모진 생명력에 그러면서도 기품 잃지 않는 도도한 기상에 연신 감탄을 합니다.



그림이 좋군요,



지나온 관음봉을 땡겨봅니다.



잠시 오솔길 같은 길을 걸어보지만, 계룡산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투성이입니다.



칼날 같이 날카로운 능선 위로 아슬아슬한 길이 나 있습니다.



다 왔네요. 저기가 삼불봉입니다.



이 높은 곳에 조상을 모셨군요. 풍수가 뭔지 벌초하러 오려면 입에 거품 좀 물겠는걸요.



산 목련이 이쁘게 폈네요. 산 목련을 흔히 함박꽃이라고 합니다.



삼불봉에 올랐습니다. 동학사에서 올려다보면 마치 세 부처의 모습을 닯았다고 해서 삼불봉이라 합니다. 관음봉에서 삼불봉까지 1.2km 거리를 약 1시간 조금 더 걸었네요.



남매탑 쪽으로 하산합니다.



삼불봉을 출발한 지 15분 남매탑에 도착했습니다. 남매탑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네요.

신라의 고승 상원 스님이 계룡산에서 수도하던 중 사람의 뼈가 목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호랑이를 구해줬는데, 호랑이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상주에 사는 처녀를 물어다 줍니다. 중한테 처녀라 호랑이 이놈 참...

스님은 이 처녀를 잘 보살펴 주었는데, 처녀는 이에 감화를 받고 스님에게 연정을 느끼지만 가당치 않은 연정이지요. 고민하던 스님이 남매의 연을 맺자고 해서 둘이 지금의 남매탑 자리에 청량암을 짓고 같이 정진하다가 입적하니 제자들이 세운 부조가 지금의 남매탑이랍니다.



돌길 정말 지겹습니다. 남매탑에서 동학사까지 1.7Km 거린데 느낌상 10Km는 더 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길에 깔린 돌이 높이와 거리가 달라 걸음이 엇박자로 노는 바람에 무릎도 아프네요.



동학사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6km, 4시간 넘게 걸었네요.



동학사 근처에 유적지가 많네요. 숙모전은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았긴 단종을 모신 곳입니다.



동계사는 박제상을 모신 곳이며, 삼은각은 포은 정몽주, 목은 이색, 양은 길재의 위패를 모신 곳이라 합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워 인공 빗물이 흩날리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하기로 합니다.



부럽네요.



아직도 속이 울렁거리긴 하지만, 가볍게 바밤바 막걸리 한 병을 시켜봅니다.



건배~~~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막걸리 한잔하고 나니 여기가 무릉도원이고 샹그릴라며 유토피아입니다.


'Mountain Climb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북 알프스 구병산  (14) 2013.07.07
소백산 연화봉  (4) 2013.06.23
소백산 철쭉 엔딩  (6) 2013.06.03
가야산  (6) 2013.05.12
팔공산  (6) 2013.04.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