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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충북 알프스 구병산

by 변기환 2013. 7. 7.

토요일 충북 알프스 구병산 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 속리산 휴게소 뒤에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바로 구병산입니다.


전날 밤 자정에 같이 가기로 약속한 선수가 새벽 6시에 파투를 놓는군요. 상주에도 아는 선수가 있는데 이 선수가 밤 9시가 넘으면 핸드폰을 끄고 아침 9시가 넘어야 켜니 연락할 방법이 없어 혼자 다녀오기로 합니다.


충북 알프스는 충북 보은군의 구병산과 속리산, 관음봉, 상학봉으로 이어지는 약 44km 능선으로 보은군이 특허청에 출원하고 등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영남 알프스를 겨냥한 것 같은데 가지산에서 천왕산까지 해방 1,000m가 넘는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총 250만 평에 이르는 억새군락지와 신불산, 가지산, 천황산을 포함한 재약산, 운문산이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 영남 알프스를 충북 알프스와 비교한다는 건 유럽의 알프스와 영남 알프스를 비교하는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화서면을 지나 9시 50분 적암리에 도착,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출발지는 적암리입니다. 마을이 아담한 게 마음속에 존재하는 외갓집 동네 같네요. 어느 집 할 것 없이 마당에 감나무나 살구나무, 호두나무가 있습니다.



다녀온 탐방코스와 소요시간입니다. 휴식 및 점심시간은 포함하지 않았으니 참고 바랍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살구를 보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어릴 적 아랫마을 과수원에 탐스럽게 열린 살구를 과수원 울타리에 장대를 숨겨 놓고 학교 오갈 때마다 표시 안 나게 몇 개씩 지능적으로 털어먹던 때가 생각납니다.



오늘 올라야 할 산입니다.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서부터가 하늘인지 모르겠네요. 올려다보니 답답합니다.



덥고 습도가 높아 평지를 500m 걸었는데 벌써 옷이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돈 많은 부자는 돈 들여 만든 수영장 물갈아 주랴 낙엽 건지랴 유지하는데 이리저리 견고생 하는데 이 수영장은 그냥 놔둬도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용도가 다양한 완전 Automatic, AI 수영장입니다.



다슬기가 검은 콩 뿌려 놓은 것처럼 징그럽게 널렸습니다.



아침부터 달리는군요.



밭둑 길을 좀 걷다...



등산로로 접어듭니다.



전설의 고향을 찍은 세트장인가요?



구병산 정상까지 4.6Km... 가만히 서 있어도 옷이 축축해질 만큼 습도가 높고 숨이 턱턱 막힙니다. 오늘도 죽었네요.



동물은 자기 영역과 지나다니는 길을 표시하기 위해 배설물을 남겨 놓는데 고도로 진화한 인간도 배설물이 리본으로 바꿨을 뿐 하는 짓은 동물과 다를 게 없습니다.



빗물에 씻겨 계곡물이 흐르는 개울인지 등산로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돌투성이입니다.



하늘나리인가???요???


ISO 400이 넘으면 노이즈가 자글자글한 올림푸스 E-420에 40-150mm 망원렌즈를 가져왔으니, 오늘 같은 날씨엔 건질 사진이 별로 없겠네요.



어제 내린 장맛비로 계곡에 시원한 물줄기가 세차게 흐릅니다. 계곡이 깊어질수록 습하네요.



고목에 싹이 핀 게 아니라 잡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연둣빛 물이끼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같습니다.



이 깊은 계곡에 도자기 파편이 있다는 건 예전, 이 근처에 절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맞네요. 예전에 이곳에 정수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답니다.



콸콸 쏟아지는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입니다. 두꺼비가 두 눈 부릅뜨고 감시를 해봤자 물바가지는 다 도둑맞았습니다.



정수암 터입니다.



잠시후 정수암 터에서 형제봉, 구병산, 853봉 방향으로 오른쪽 등산로입니다.



정수암 터를 지나자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됩니다.



헐떡고개 할딱고개 깔딱고개 다 올라봤지만, 여기에 비하면 편도 8차선 고속도로 수준입니다. 정수암 절터에서 능선까지 이어지는 2Km 구간 정말 가파르네요.



2Km를 거품 물며 올라 능선에 섰습니다.



전망이 끝내줄 것 같은데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바람 때문에 운무가 저 산을 못 넘네요.



위험한 윗길과 쉬운 아랫길이 있군요. 당연 윗길로...



이런 날씨에는 언제 운무가 덮칠지 모르니 잽싸게 찍어야합니다.



바위에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도 처음 보고 와이어에 로프를 감아 놓은 것도 처음 봅니다.



또 윗길로...



군대에서도 해보지 않은 줄타기를 여기서 하는군요.



민달팽이가 느릿느릿 마실을 가나 봅니다. 저녁 때 쯤에는 도착하겠군요.



산아래 소나무는 벌써 한자 이상 자랐는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겨우겨우 모진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금방 운무가 몰려오는군요.



흑백사진만 보다가 풀컬러를 보니 새롭네요.



목적지가 가까워집니다.



저기가 구병산인 줄 알았는데 구병산 근처에 있는 853봉이더군요. 왜 853봉이냐면 해발이 853m



어릴 적 이모할머니댁 바로 앞을 흐르는 낙동강 양쪽에 로프를 걸어놓고 줄을 당겨 건너다니는 배가 있었습니다. 몇 해에 한둘은 물귀신이 되니, 이모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호기심에 배를 탈까 염려가 되어 "니는 줄 땡길 팔자가 아니니 절대 배 끌지 마라"고 하셨는데 그때 못 댕긴 줄 요즘 산에 다니느라 무진장 땡깁니다.



정수암 절터에서 구병산 갈림길 이정표를 본 적이 있는데 이곳으로 이어지는 듯합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점심을 먹습니다. 평소 작은 컵라면을 사왔는데 오늘은 큰 게 먹고 싶어 큰 걸 사왔지만 결국 다 못 먹고 남겼습니다.



혼자라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느긋합니다. 일찍 집에 가봤자 집사람에게 잔소리밖에 할 일이 없으니 한번 중독되면 도저히 헤어나지 못하는 봉다리 커피를 바리스타가 최고급 커피를 내리는 정성으로 타서 좋아하는 노래 들어가며 즐깁니다. 



비 온 뒤라 여기저기 알록달록한 버섯이 솟았습니다. 한번 먹을 때마다 10년은 젊어진다 해도 야생버섯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예전에 알던 사람도 독버섯을 식용버섯인 줄 알고 먹었다가 며칠을 고생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산에서 버섯을 보면 다 못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다 왔네요. 저기가 구병산입니다.



등산로가 좁고 가팔라 앞지를 수 없어 저기 누나 흉아들과 구병산 정상에서 하산할 때까지 함께 다닙니다.



시원한 소나기가 지나고 있어 많이 미끄럽습니다.



소나무처럼 자라는 환경에 따라 모습이 전혀 다른 나무가 또 있을까요?



적암리를 출발한 지 2시간 20분 영남 알프스 구병산에 올랐습니다.



요기 바로 밑이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 속리산 휴게소가 있는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F1 그랑프리 경기장 서킷을 질주하는 미하엘 슈마허가 운전하는 머신의 날카로운 배기음처럼 스릴 있게 들리는군요.



땀 좀 식히고 내려갑니다. 누나 흉아들 사이에 끼여 일행인척해 보지만 눈길 한번 물 한 모금 안 주네요.



구병산과 853봉 사이 갈림 길에서 위성지국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2.6km면 한 시간 정도 걸리겠습니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네요. 돌이라도 굴리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됩니다. 이런 길을 내려 갈 때는 멀찌감치 떨어져 가는 것보다 1~2m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실수로 돌을 굴렸다면 소리를 질러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계곡물에 머리를 담갔는데 빙하 녹은 물처럼 어찌나 찬지 붕어 알이 쪼그라드는 소리에 깜짝 놀라 손수건을 물에 적셔 대충 더위를 털어냅니다.



물에 젖은 바위는 얼음보다 더 미끄럽습니다.



2년 전 한국등산지원센터 등산 UCC 공모전에 입상해 부상으로 받은 마무트 중등산화 투박하고 무겁긴 하지만 투습과 발수, 방수기능만큼은 확실합니다. 오늘 발등까지 잠기는 개울을 30분 이상 걸었는데도 뽀송뽀송합니다.



또 시원한 소나기 한줄기가 지나가는군요.



산머루입니다. 고등학교 땐가? 아버지 어머니와 동네 앞산에 올라 잘 익는 산머루 열매를 배냥 2개에 가득 따 본 후 산머루를 본적이 없었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군요.


그때 산머루 열매를 짓이겨 설탕과 소주를 섞어 항아리에 담아 저온창고에 묻어 뒀더니 몇 달 후 시큼 달콤한 머루주가 됐는데 나 같으면 사돈이 와도 안 줬을 귀한 머루주를 어머니는 동네 아저씨들 다 퍼줬습니다.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다래가 소복이 열렸습니다. 추석 무렵 덜 익은 다래를 따다가 바구니에 담아놓으면 말랑말랑하게 익는데 그 맛은 농약과 비료로 키운 골드키위 따위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다 내려왔네요. 1시간 20분 걸렸습니다.



오늘 다녀온 영남 알프스 구병산 코스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를 올라 왼쪽 봉우리를 거쳐 내려왔습니다.



20분 정도 발목 아픈 시멘트 길을 걸어 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청원과 상주를 잇는 고속도로입니다.



속리산 휴게소 바로 옆에 있는 KT 위성기지국입니다.



고속도를 지나가면서 볼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크기가 ㅎㄷㄷ하군요.



잠시 걸어 적암리에 도착했습니다. 볼수록 참 정겨운 동네입니다. 저기 어딘가에 "자기가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라는 잔망스러운 유언을 남긴 황순원의 소나기에 등장하는 김초시의 증손녀가 살던 집이 있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산 시간에 딱 맞춰 동네 할매가 주차장에서 감식초를 파는군요.



제일 늦게 주차하고 1빠로 빠집니다.



차 문을 여니 순간 숨이 꽉 막힙니다. 외부가 33.5도 ㅎㄷㄷ



오랜만에 상주 왔으니 아스파탐 대신 물엿을 넣어 만든 상주의 명품 막걸리 은자골 탁배기 1.2리터 짜리 두병을 샀습니다. 법전 청량주도 헤프지 않게 1.2리터 짜리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더위에 4시간 넘게 걸었으니 맥이 빠지네요. 몸은 고되지만, 삼계탕 삶아 놨다는 집사람 전화를 받으니 악셀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고 마음은 종잇장처럼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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