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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오대산

by 변기환 2013. 8. 26.

지난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컵라면으로 대충 때우고 오대산으로 달립니다. 산악회 버스에 꼽사리 끼면 2~3만 원이면 떡을 치는데, 혼자 차 끌고 다니니 한 발리 할 때마다 기름값과 통행료 합쳐 7~8만 원은 쉽게 깨지네요.



등산 안내도에는 14km 5시간 50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실지로는 4시간 20분... 휴식과 점심시간을 빼면 3시간 40분 정도 걸었습니다.



9시 50분 상원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상원사를 지나 사자암으로 직행합니다. 초장부터 오르막이 씨네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상원사 적멸보궁과 사자암으로 성지순례 가시는 어르신이 많아 추월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한 10분 걸어 사자암에 도착했습니다. 돌 위에 걸터앉은 녀자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앞이 막혀 답답하긴 하지만 경치는 좋네요.



비탈진 경사에 절을 짓다 보니 자연스럽게 5층이 되었네요. 차가 올라올 수 있는 길이 없던데 어떻게 자재를 실어 왔는지 궁금합니다. 다 짓고 막아 버렸나?



요즘 절에선 생필품을 모노레일로 운반하는군요.



하늘 참 끝내주게 맑고 푸릅니다.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이 불때마다 청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군요. 


풍경 속에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이 들어 있는 이유는 항상 두 눈을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잠자는 시간도 아껴 정진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원한 찬물 한 잔 들이키고...



본격적으로 가파른 구간을 오릅니다.



국립공원은 비박, 취사, 야영 금진데 누가 봐도 뭘 할지 뻔한 장비를 지고 오르는군요. 뒤따르던 중이 이해가 안되는지 혀를 찹니다.



이 지점이 적멸보궁 바로 앞일 겁니다. 사자암에서 이곳까지도 가팔랐지만, 여기서부터 비로봉 정상까지 육수 좀 흘려야 하는 구간이 쭉~~~ 이어집니다.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갔네요.



어젯밤 막걸리를 먹지 말 걸 그랬습니다.



다~~~ 왔네요. 해발 1,563m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높은 산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입니다.



산의 인격은 전망인데 인격이 죽이네요. 동쪽 주문진 방향으로 바라본 전경입니다.



겨울 속리산에서 바라본 능선이 기개 있는 선비가 그린 산수화처럼 선이 굵직굵직하다면 오대산 주위 능선은 아녀자의 손길 같은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군요.



어디로 넘어가는 길인지 모르지만, 쳐다만 봐도 멀미가 날듯합니다.



오른쪽에 솟은 봉우리가 오대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 상왕봉입니다.



정상 인증 사진 한장 박고 돌아서는 데...



허~ 저번 주 토요일 두타산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하산한 아빠와 아들을 여기서 만나네요. 세상 참~~~ 좁네 죄 짓고 살지 말아야지...



상왕봉까지 2.3km



잠시 쉬었으니 상왕봉으로...



비로봉과 상왕봉 사이에는 널찍한 헬리포트가 세 곳 있습니다.



집에서는 줘도 안 먹는 컵라면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웁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3끼를 라면만 먹었네요. ㅠㅠ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개한 전망 좋은 곳에 앉아 뜨끈뜨끈한 커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진정 내 인생에서 꽃다웠던 시절이 있었던가...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나니 올 여름 그렇게 대단했던 햇살도 성깔이 많이 죽었네요.



족히 세 아름은 넘을 듯한 주목입니다. 내가 이제껏 산에서 본 주목 중에 가장 굵은 놈이더군요.



가을에 피는 투구꽃이 여기저기에 탐스러운 꽃을 피우는군요. 투구꽃 뿌리를 초오라고 하는데 독성이 매우 강합니다. 사약이 바로 초오를 달인 물이라고 합니다.



상왕봉 가는 길은 산책로 같은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굵은 잡목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깨끗한 공기와 피톤치드가 스트레스를 확~ 날려 주니 발걸음이 가볍네요.



상왕봉에 올랐습니다. 비로봉에서 한 시간 걸렸는데 점심 먹은 시간을 빼면 30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소백산 비로봉 보다 더 높은 1,491m



야생동물 관측용 카메라군요. 오대산엔 멸종 위기종 1급 산양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 게시판에 "어디에 서식하는 누구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많이 보는데 이게 스스로를 짐승 취급하는 거였군요.



상원사 주차장으로 하산...



잠시 내려오니 이런~~~ 임도랑 만나는군요.



땡볕에 주차장까지 한 시간 정도 걸어야겠습니다.



타박 타박 타박... 터벅 터벅 터벅...



구름이 참 특이하군요. 해를 가린 구름에 분홍빛이 도네요.



행운을 가져다 주는 구름이라 믿고 로또를 사볼까...



마치 구름에 불이라도 붙어 맹렬이 타는 듯합니다.



다~~~ 내려왔네요.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가지고 온 쓰레기를 그린포인트로 적립하고 차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쐬면서 쉬다가 돌아갑니다.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을 냈으니 잠시 월정사를 둘러봅니다.



요즘 녀자들... 빤슨지 반바진지 완전 하의실종... 너무 짧아 보기 민망하고 오해받을까 봐 사진도 마음 놓고 찍을 수가 없네요.



누군가가 소망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습니다. 높이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소망이 아니라 욕심인 거죠.



월정사는 6.25 전쟁 때 대부분 불에 타 남아 있는 문화재가 거의 없는데 문화재 관람료를 받네요. 남아 있는 유일한 문화재인 국보 제48호 8각 9층 석탑입니다.



천년이 넘는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대부분이 근래 재건된 거라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은 느낌입니다.



왠지 신발 벗고 다녀야 할 것 같은 깔끔한 분위기...



야박한 인심이 새들이 단청을 더럽힐까 봐 그물을 쳐 놨네요.



요즘은 절에도 감시카메라가 감시를 하는군요. 감시를 한다는 건 지켜야 할 값진 것이 있다는 것...


좋은 난 화분을 두 개 얻어 정성껏 기르던 중 그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게 결국 집착임을 깨닫고 친구에게 줘버림으로써 마음이 홀가분해졌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대부분 사람들이 절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건물이 절 돈으로 지은 걸로 알고 있는데 모두 국가가 지원한 혈세로 지은 것입니다.


종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판할 마음은 없지만,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교회나 절 규모를 보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철없는 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하찮은 이의 꾸짖음에도 깨달음이 있다고 했으니 종교계는 이런저런 비판을 새겨들었으면 좋겠네요.



틀에 박힌 일정으로 귀찮게만 하지 않으면 질릴 때까지 쉬다가고 싶습니다.



중학교 입학식에 늦어 개구멍으로 입학해서 졸업식 때 후배들 무서워 개구멍으로 졸업했다는 친구 말에 배꼽 빠지는 줄 알았는데 내가 오늘 월정사를 후문으로 들어가서 후문으로 나왔다는...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길을 만나니 돌아 가기가 싫네요. 마음 같아서는 오색에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점봉산 올랐다가 설악산 대청봉까지 오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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