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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산 더덕

by 변기환 2013. 11. 25.

토요일 늦은 밤 동네 고깃집 아저씨가 갑자기 비상소집을 내리네요. 이분이 호출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바로 달려가야 합니다.



오늘은 산 더덕과 야생 냉이를 넣고 오리백숙을 담백하게 끓여 놨네요. 땀을 비 오듯 흘리며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벌써 몸 주요 부위가 찌릿찌릿 해지는 게 바로 효과가 나는군요.



산삼이나 인삼은 줄기로 이어지는 부분은 뇌두라고 합니다. 뇌두의 개수에 따라 연령을 알 수 있죠. 그러나 더덕은 뇌두란 게 없고 매년 머리 부분 여기저기에서 새싹이 자랍니다. 더덕의 연령은 싹이 자란 흔적을 보고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산 더덕과 재배한 더덕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리얼 자연산 산 더덕은 생으로 한 뿌리 먹고 나서 소주를 한잔 먹어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독한 소주가 맹물처럼 밍밍하고 목구멍이 솔로 쑤셔 놓은 것처럼 얼얼하다면 그놈은 100% 자연산입니다.



다음날 새벽...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놀라 잠을 깼습니다. 술에 취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더덕 캐러 가자는 걸 술김에 선뜻 약속했나 봅니다.


집에서 차로 30분을 달려... 나라 꼬라지는 개판 오분 전이지만... 나라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산 더덕 캐기 체험을 나섭니다.



산이라면 나도 한가락 하는데, 한 시간에 담배를 서너 대씩 피워대는 골초를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산은 또 어찌나 가파르고 험한지 네발로 엉금엉금 기면서 가시덤불을 헤치고 다녔더니 금방 녹초가 됩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더덕 줄기 발견... 줄기가 굵직한 게 대물이 나올 듯합니다.



조심스럽게 굴착... 더덕은 무 뽑듯 무식하게 잡아당기면 쉽게 부러지므로 주위를 넓게 판 다음 통째로 들어내야 합니다.



첫 빳따에 어마어마한 대물을 캤네요.



요놈이 오늘 캔 것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놈입니다. 길이 45cm... 이놈은 술 담가야겠네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3년 후에 보자.



더덕은 산삼처럼 큰놈 주위에 잔 놈들이 몰려있습니다. 1타 4 피는 기본입니다.



2시간 남짓 캤는데 대충 봐도 100 뿌리는 넘겠네요.



어젯밤 먹은 술이 덜 깼는데 험한 산을 헤매고 다녀서 얼굴은 완전 노숙 페이스... 꼬라지를 보니 집사람에게 잔소리 좀 듣겠네요.



크기별로 구분해서 사이좋게 나눴습니다.



흙을 대충 털은 다음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가 찬물에 담그면 거짓말처럼 깨끗해집니다. 일부는 양념 발라 구워 먹고 나머진 신문지에 싸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가 과로에 스트레스로 몸 상태가 엉망인 막냇동생 몸보신하게 닭백숙이나 오리백숙 끓여 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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