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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고향은 여전히 삽질 중

by 변기환 2013. 11. 18.

시어마이 등골 빠지고 시아버지 허리 휘는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9시 전까지 오라는 어머니 명(命) 받고 아침 일찍 일어나 김치통 싸 들고 시골 집에 도착... 먼저 내년 2월까지 김치를 보관할 항아리 2개를 묻었습니다. 오랜만에 안 하던 삽질을 했더니 온몸이 여기저기가 쑤시고 결리네요. 확실히 운동과 노동은 후유증부터 다릅니다.



절인 배추 나르고... 양념 섞는 거 도와주고... 일손이 모자라 한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무, 갓, 파를 썰었더니 도가니에 기분 나쁜 전기가 통하네요.



두 동생에게 택배로 보낼 김치는 터지지 않도록 두툼한 감자박스에 넣어 안전하게 포장을 해 놓고...



내가 낸 세금 100억이 황당한 곳에 쓰이고 있는 현장을 둘러봅니다. 저길 파내서 집중 호우가 내리면 개울물을 가둬 단군이래 한 번도 홍수 피해를 본 적이 없는 아랫동네 범람을 예방한답니다. 이게 왜 뻘짓인지는 예전 삽질을 시작할 때 올린 글을 참고로 해 주세요.


고향은 삽질 중...



어렸을 적...


겨울에는 두텁게 언 얼음을 깨고 도끼로 바위를 내리치면 기절한 물고기가 둥둥 떠올랐고 여름엔 반두를 두르고 데꼬로 바위를 흔들어 온갖 물고기를 잡았는데 이제는 물고기가 숨어야 할 돌을 알뜰히 골라냈으니 물고기는 커녕 모기 유충도 살기 어렵겠습니다.



100억짜리 공사라 IT와 BT를 총망라하는 뭔가 과학적인 특별한 장치가 있는 줄 알았는데 네안데르탈인도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이더군요. 집중 호우로 개울물이 일정 높이 이상 불어나면...



수로를 넘어...



1차 저수지로 흘러갑니다.



1차 저수지는 폭 30m, 길이 100m, 높이 10m 정도 됩니다.



반대편에서 본 모습입니다. 물 채워 박태환 선수 전지훈련장으로 쓰면 딱이겠군요.



1차 저수지에 모인 물은 수로를 따라...



2차 저수지로 흘러가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웬만한 축구장 두 배는 넘겠네요. 완공이 되면 저기 바닥에 잔디를 심고 체육공원을 만든다네요. 농사일에 바쁜 70대 노인이 대부분인데 체육공원이라... 요즘 애들 말로 지랄도 풍년입니다.



곧 닥칠 추위에 얼어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잔디를 심고 있습니다. 현장 관리자도 위에서 시키니까 어쩔 수 없어 하지만 이 부질없는 시설에 왜 혈세를 낭비하는지 모르겠다며 한탄합니다.



경사면을 단단하게 다지고 잔디를 심어야 하는데 모래에 묻었더군요. 비가 조금만 와도 다 허물어져 내릴듯합니다.





절개면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합니다.



마을과 불과 100m 거리인데 바위를 폭약으로 발파를 했군요.



소음과 진동 때문에 폭약을 이용한 발파는 어림도 없을 텐데 순진한 시골 어르신 덕 많이 봤네요.



2차 저수지에 모인 물은 저기 수로를 통해 서서히 방류됩니다. 뻣뻣해지는 뒷덜미를 부여잡고 치밀어 오르는 욕을 속으로 한 바가지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고부가 사이좋게 김치를 버무리는 사이 김장 날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수육을 삶고 경상도식 배추 전을 부쳤습니다. 오랜만에 청량주 막걸리를 보니 초점이 벌써 안드로메다로 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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