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자연산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준 동네 고깃집 아저씨가 전화를 했네요. 오늘은 자연산 산 더덕을 캐 놓았답니다.
산 더덕을 넣고 끊인 더덕 백숙입니다. 닭에서 나는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국물이 달짝지근하고 구수하고 시원한 게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이 오묘한 맛을 내 짧은 필력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인삼 백숙, 황기 백숙, 능이 백숙 다 먹어 봤지만, 그 하잖은 것들과는 격이 다르니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더덕 백숙 두 그릇 비우고 찐덕찐덕한 진이 묻어나는 생 더덕을 안주 삼아 독한 소주를 수혈합니다. 한입 베어 먹을 때마다 입안이 아리하고 얼얼해지는 게 시장에 파는 재배 더덕과는 향도 식감도 다르네요.
웬만해서는 소주 잘 안 먹는데 소주가 완전 설탕물입니다. 사진이 45°로 돌아갔고 초점이 안드로메다로 간 걸 보니 많이 취했네요.
그리고 며칠 후 동료와 술 한잔하고 있는데 또 전화가 왔습니다. 이때가 밤 11시 40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먹던 술자리 정리하고 한달음에 달려가니 오늘은 자연산 도라지를 캐 놨네요.
저녁을 먹고 치킨에 생맥주 2,500CC를 먹은 뒤라 도저히 더 들어갈 것 같지 않는데 소주와 생도라지가 틈을 비집고 술술 넘어가네요.
햇 도토리로 만든 리얼 도토리 묵입니다. 도토리를 말리고 쓴맛이 빠지도록 물에 불리는 과정 없이 생 도토리를 바로 갈아 만들었답니다. 쓴맛이 아주 강하고 텁텁하고 떫고... 오늘 100% 도토리로 만든 묵이 어떤 맛인지 확실히 알았습니다.
배 터지게 먹고 도라지와 더덕을 한 봉다리 얻어왔습니다. 산 도라지는 쓴맛이 강해 물에 담가 쓴맛을 빼야 합니다.
더덕을 손질하고 양념장을 만들어 발라...
살짝 구으니, 아~~~ 어제밤 먹은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은데 막걸리 생각이 간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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