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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Talk

게 맛을 보다.

by 변기환 2013. 12. 30.

자연산만을 고집해 자칭 '자연인'이라는 동네 고깃집 행님(어느새 행님으로 호칭이 바꿨네요.)이 토요일 오후 낮술 번개를 하잡니다. 낮술 안 먹는데 그동안 베푼 성의가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뭉그 뭉그 거리다가 두 번이나 독촉 전화를 받고 마지못해 가보니 안주로 게를 준비해 놓으셨네요.


"그럽시다. 안주가 좋으니 오랜만에 낮술 한번 해 봅시다." 근데 왜 게를 얼음 위에 올려놨지?



대게 사면서 회도 같이 샀군요.



무슨 고긴지 모르겠지만 동해안에서 잡은 자연산이라는데 숙성이 잘 돼서 야들야들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게 질깃질깃한 양식 회와는 식감부터 다르고 맛은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야채 썰어 넣고 초장에 비벼 먹으면 딱 좋을 오징어 회... 집사람과 연애할 무렵 울진 놀러 가서 둘 다 비린 거 못 먹어 서비스로 주겠다는 오징어 회를 돈 주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으며 사 먹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치수 미만 대게나 암컷 대게인 빵게는 법적으로 포획할 수 없으니 일단 먹는데 문제가 없는지 사이즈 확인하고...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지 제차 확인하고... 돼지고기 굽는 식당에서 대게 안주 삼아 낮술 번개 들어갑니다.



이게 찐 대게인 줄 알았는데 살아 있는 대게였네요. ㅠㅠ 무슨 게가 딱지를 뜯으니 등에 두툼한 껍데기가 붙어 있습니다.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 친구 옵티머스 뷰2로 찍어 카톡으로 받았는데 아이폰과 화질이 비교가 되는군요.



대게가 아니라 홑게(홋게)랍니다. 홑게(홋게) 대게가 껍질을 탈피하기 직전의 상태인데 홑게(홋게)는 잡히는 양이 매우 적어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합니다. 예전엔 가격이 비싸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다고 합니다.

곱창, 순대, 곰탕같이 냄새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게 내장도 먹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돈을 줘도 쉽게 구할 수 없고 키토산 덩어리라 몸에 좋다고 하니 보약이라면 양잿물도 마셔야 할 불혹의 나이에 뭔들 못 먹겠습니까.



다리 살을 발라내니 살이 그대로 빠져나옵니다. 다른 게는 살이 흐물흐물해서 절대 저렇게 살만 빠져나오지 않는다네요. 비릴 것 같았는데 전혀 비리지 않고 이제껏 씹어본 적 없는 독특한 식감입니다.



살을 빼고 나니 암갈색 껍질이 투명해졌습니다. 게 딱지 색이 바로 게살을 싸고 있었던 껍질색이었나 봅니다.

4시에 시작한 낮술 번개가 8시가 다 돼서 끝났습니다. 귀한 거 자꾸 얻어먹으니 괜히 부담이 가네요. 언제 거하게 밥 한번 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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