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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영주 용암산

by 변기환 2014. 5. 19.

지난 일요일 아침 인터넷 검색 중 영주 용암산을 다녀왔다는 분의 글을 보고 8년째 영주에 살고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만사 팽개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카메라는 챙겨 왔는데 메모리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군요. 요즘 멘탈에 문제가 있는지 긴장을 안 하고 사는 건지 아침엔 머리에 바르는 젤을 얼굴에 바르고... 시내에 들러 김밥 사 온다는 것도 까먹고... 정신 줄 놓고 사는 탓에 오늘 점심은 굶어야겠네요.

영주시청 홈페이지 어디에도 용암산 등산로에 대한 안내가 없어 인터넷을 검색 후 대충 감으로 진입로를 찾아갑니다. 네이버 로드뷰에서 안내하는 대로 안정면 농협 주유소 직전에서 좌회전하시면 됩니다.



쭉 직진하다가 용암산 바위공원 표지판에서 오른쪽 방향입니다. 메모리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이하 모든 사진은 iPhone 5S로 촬영했습니다.



오전 10시 봉황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섬뜩한 불상을 지나 용암산으로 출발합니다. 



봉황사 지나 간이 취수장 뒤로 등산로가 나 있습니다. 그러나 입구에 당연히 있어야 할 등산 안내도가 없으니 거리나 시간을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영주시에서 신경 좀 써야겠습니다.



블로그와 카페를 참고해 다녀올 코스를 짜 봤습니다. 봉황사를 출발 용암산과 시루봉 찍고 누애머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리와 시간 전혀 모르는 묻지 마 산행...



10km 조금 넘는 거린데 무려 4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그래프가 가파른척하지만 초장만 힘들지 대부분 코스가 산책 삼아 다녀올 만큼 여유롭습니다.



5~6월이 절정인 붓꽃이 예쁘게 폈네요.



소리꾼 장사익이 목 터지게 노래하는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도 점점 향이 짙어갑니다.



나름 산이라고 제법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할 구간도 있습니다.



봉황대 바위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마을에 큰 부자가 살았는데 어느 날 탁발을 하는 중을 못마땅하게 여겨 가둬 놓고 몇 날 며칠을 굶기자 탁발승이 살려만 주면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 주겠다고 하니 풀어 줍니다. 부자가 탁발승이 일러준 대로 마을 뒷산에 바위를 깨트리자 봉 세 마리가 나타나 한 마리는 학가산으로 한 마리는 비봉산으로 날아가고 나머지 한 마리는 다리를 다쳐 그 자리에서 죽었는데 그 뒤 부자는 망하고 피 묻은 바위는 봉황이 나왔다 해서 봉황대 마을은 봉암동이라 했다고 합니다.



널찍한 봉황대에 올라...



내려다봅니다. 중앙고속도를 쏜살같이 내달리는 날카로운 자동차 소리가 여유로운 마음과 풍경에 찬물을 끼얹는군요.



봉황대를 지나 말바위로 올라갑니다.



산추 나무에 꽃망울이 맺힌 걸 보니 곧 꽃이 피고 특유의 향긋한 열매가 달리겠네요.



온 산에 진동하는 비릿한 아카시아 향기에 취하겠네요.



삼국시대 고분이라는데 1,200년이 훨씬 넘은 것치고는 너무 반듯해 진품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참옻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옻오름이 덜하기는 하나 이놈도 옻나무의 일종입니다. 이름하여 개옻나무... 어릴 적엔 이놈 근처만 가도 옻오를까 봐 기겁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몸에 좋은 효능이 많이 알려지면서 약용으로 쓰인답니다.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둥굴레도 초롱처럼 생긴 꽃망울을 주렁주렁 달았네요.



말안장 바위랍니다.



도로 입구에 용암산 바위공원이라는 표지판이 있어 바위공원이 따로 있는 줄 알았는데 용암산 일대에 집채만 한 바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바위공원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름마다 하나같이 손발이 오그라들고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애 못 낳은 아녀자가 소원을 빌면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자라바위... 바위 아래 흉물스러운 산막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은 듯 출입 흔적이 없지만 안이 궁금해 살짝 엿보니 벽에 걸린 달력이며 수건이며 속옷이 너무 깨끗해 금방이라도 누군가가 뛰어나올 것 같아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보기에도 흉하고 100% 불법이니 철거 했으면 좋겠네요.



갈림길에서 시루봉으로 갑니다.



풍기 읍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네요.



반대편 봉현면 유전리 방향입니다.



HD급 영상입니다.




봉황사를 출발한 지 1시간 25분 만에 해발 635m 나지막한 용암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코딱지만 한 정상석을 세워 놓았네요.



용암산을 내려와 시루봉 가는 중 용암정자에 새댁 셋이 진수성찬에 대낮부터 소주와 맥주를 말아 먹고 있더군요. 몇 번이나 한잔하고 가라는 걸 사양했는데 한 번만 더 붙들었더라면 고마 퍼질러 앉을 뻔했습니다.



굵직굵직한 소나무가 적당하게 그늘을 만들어줘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으며 등산로가 험하지 않고 널찍해 산책하는 기분입니다. 



또 얼굴 화끈거리는 설명판이 서 있네요. 누가 작명하고 어설픈 설명을 했는지 진심 만나보고 싶습니다.



시루봉 가기 전에서 둥지리봉을 잠시 둘러봅니다.



둥지리봉은 봉화대라고도 하는데 둥지 같이 생겼다고 해서 둥지봉이라고 하고 예전 봉화대가 있었다고 봉화대라고도 합니다. 옥녀봉 너머로 멀리 소백산 도솔봉이 보입니다.



시루봉 도착...



시루봉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끝내주는데 아쉽게도 뿌연 연무가 심하게 앞을 가리네요.



영주시 방향인데 심한 연무와 폰카의 한계로 흐리고 색바랜 사진을...



Perfect Photo Suite 8로 연무를 걷어낸 다음 Photoshop으로 밝게하고 색깔을 추가하니 볼만하네요.


HD급 동영상입니다.




시루봉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쉬어갑니다.



시루봉을 내려와 안정 용암산악회 닷컴 제공 이정표 안내를 받으며 이름도 정겨운 누애머리로 내려갑니다.



삶고 말린 후 두고두고 먹는 나물을 묵나물이라고 하는데 우산처럼 생긴 우산나물은 좋은 묵나물 감입니다.



누애머리에서 돌아섭니다.



시루봉으로 다시 올라가려니 꽤 가파르군요.



다시 시루봉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이 이렇 때 쓰라고 있는 거였군요. 오른쪽에 홀로 높은 봉우리가 학가산입니다.



GPS 트랙을 기록하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더니 박대리가 퇴근을 서두르네요. 혹시나 해서 외장 배터리를 챙겨갔는데 그냥 왔더라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언제 꼭 용암정자에서 비박을 해 보고싶네요.



아직 한참을 내려 가야하는데 물도 떨어지고... 뱃가죽은 진작에 등에 붙었고...



봉황대까지 내려왔습니다. 왕복 4시간... 얼마 걸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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