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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즐거웠던 소백산 비로봉

by 변기환 2014. 6. 5.

작년 12월 25일 청옥산에서 태백산까지 8시간을 넘게 걷고나서 초주검이 됐던 구미 선수 김샘... 그 후 등산 얘기만 꺼내면 들은 척도 않더니 며칠 전 웬일인지 산에 가자며 날을 잡네요. 둘만 오붓하게 다녀와서 거하게 한잔할 줄 알았는데 오늘은 같이 갈 일행이 많습니다. 학생 여덟에 선상님 다섯분...

비 예보가 있어 모처럼의 떼 산행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는데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요 며칠 더웠던 날이 오늘은 선선해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비로사를 조금 지나 선비주막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각자 보급품 수령 후 10시 비로봉으로 출발합니다.



머스마 두 놈은 시작과 동시에 바람처럼 사라지네요. 아이 하나 키우기가 버거워 둘째는 엄두도 못 냈는데 이놈이 철이 들어갈수록 듬직하지만 형제가 없어 외로워 보여 하나 더 만들 걸 하는 후회가 들고 남들 다 있는 딸이 없다는 게 왜 이렇게 서운하고 섭섭한지...



한해 등산 인구 1,600만... 아웃도어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졌지만 속살을 드러낸 산은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마지막 깔딱 고개를 오릅니다. 저놈은 힘들어하면서도 꾸역 구역 오르네요. 자식 하나 더 키우는 게 뭐 힘들다고 저렇게 귀엽고 예쁜 딸을 포기했는지... 하긴 삼 형제가 전부 아들뿐인 집안 유전자 특성상 더 낳았다 해도 딸일 확률은 제로...



다 올랐습니다.



정상엔 서 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대는군요.



사흘 전이 소백산 철쭉축제였는데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예년보다 일찍 핀 탓에 벌써 시들어 갑니다.



듬성듬성 남아 있는 연분홍 철쭉꽃 너머로 국망봉이 보입니다.



점심 먹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칼바람 맞아가며 점심을 먹는군요. 여학생이 반팔 차림으로 올라와 내가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주고 나니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네요. 내색도 못하고...



핸드폰으로 찍고 iMovie 앱으로 바로 편집해서 현장에서 Youtube로 업로드까지 한방에 할 수 있으니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Youtube에 올린 영상은 손떨림 보정까지 할 수 있으니 비싼 장비가 필요 없네요.



구름 사이로 삼가동 저수지가 보입니다.



어젯밤 새벽 두시까지 달렸다는 영혼 잃은 김샘이 이제야 도착하는군요.



이상 기온 탓에 제대로 핀 철쭉을 본 게 언제였는지...



연화봉은 흔적조차 없군요.



오늘이 선거일인데 사전 투표제를 시행해선지 산에 오른 사람이 많네요. 친한 친구가 시의원에 출마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국망봉은 구름이 집어삼켰습니다.



학생들만 아니었다면 국망봉 갔다가 초암사로 하산한 다음 자락길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왔을 듯...



단체사진 한방 박고 내려갑니다.



시간이 지나자 국망봉을 가렸던 구름이 조금씩 벗겨지는군요.



그러나 연화봉은 아직도 짙은 구름에 덮여있네요.



이틀 얼린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키고... 교감 선상님께서 가져오신 소주를 반주 삼아...



점심 먹고 쉬다 내려갑니다. 스틱 짚고 가는 여학생은 넘어져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면서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군요.



주인 없는 주막에 들러 인원 점검 후 시원한 깡통 맥주 하나씩 비우고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너무 자주 올라 특별할 것도 없는 소백산에서 오늘은 작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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