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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어느 멋진 순간...

by 변기환 2014. 6. 12.

모 아웃도어 메이커에서 주최하는 행사 장소가 이번 달엔 소백산 비로봉이라 행사를 도와야 하는 관계로 지난주에 이어 또 소백산에 올랐습니다. 너무 일찍 오른 탓에 정상엔 사람은커녕 날벌레 한 마리 날아다니지 않네요.



오늘은 매서운 칼바람 불어대던 지난주와는 달리 바람은 잠잠 하지만 추워도 너무 춥네요.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여벌의 옷을 껴입어도 여전히 춥고 손끝이 아립니다.



시간이 지나고 기온이 오르자 앞을 가로막던 지독한 구름이 벗겨지면서 지난주와는 또 다른 가슴 벅찬 풍광이 펼쳐지는군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 환상적인 풍경을 눈으로 보고 머리로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둡니다.



그동안 수없이 올랐지만, 소백산은 한결같으면서도 올 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구름이 국망봉 능선을 휘 넘어가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여기가 천국이고 천당이며 복사꽃 흩날리는 무릉도원이고 예티가 사는 히말라야 어딘가에 있다는 상상 속의 샹그릴라며 언제나 꿈꿔왔던 마음속 유토피아입니다.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앞을 가리네요.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짙은 구름이 걷히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소 몇 마리 풀어 놓으면 알프스라고 해도 믿을 듯한 그림처럼 아름다운 경치입니다.



오늘 행사만 아니었다면 구름이 넘실대는 능선을 따라 연화봉을 올라 죽령으로 하산해 주막에서 막걸리 한 사발 했을 듯...



행사를 같이 진행할 대구 선수가 단양 어의곡을 출발해 이제야 도착하는군요. 매주 2개 산을 올라 다섯 달 만에 40개 산을 완주한 대단한 우먼...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등산객이 속속 도착하면서 조용하던 정상이 도떼기시장처럼 정신이 없어집니다.



내가 사진 잘 찍는 줄 어떻게 알았는지 희한하게 생긴 사진기를 건너주며 한방 박아 달라는 영국 리버풀에서 왔다는 키큰 총각... 반팔 반바지에 달달달 떨면서 식은 빵 먹는 게 안쓰러워 베리베리 핫 워터 한잔 줬더니만 연신 캄삽니다며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행사를 위해 초청된 산악인 김미곤 씨... 5월 18일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정에 성공했으며 그동안 히말라야 8,000m 급 11개를 올라, 14좌 중 3개만을 남겨 놓고 있답니다. 앞으로 안나푸르나와 낭가파르밧, 브로드피크 3개 봉을 등정하면 엄홍길, 고(故) 박영석, 한왕용, 오은선, 김재수, 김창호 대장에 이어 14좌를 완등하는 산악인이 된다는군요.


산 좋아하는 사람이면 마냥 부럽겠지만, 얼마 전 TV에서 촐라체 북벽을 세계 최초로 동계시즌에 등반하고 하산하다가 사고로 손가락 8개를 잃은 산악인 박정헌 씨의 사고를 재현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라 나는 전혀 부럽지 않네요.



평일이라 행사장을 찾은 사람이 적어 예정보다 일찍 철수합니다. 쳇바퀴 돌듯 의미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내 인생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처럼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히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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