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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문경 황학산 백화산

by 변기환 2014. 7. 13.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는 산을 오르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배낭을 메고 산을 찾아 떠납니다. 오늘 오를 산은 해발 1,063m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를 이루는 백화산입니다. 겨울에 눈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이 하얀 천을 씌운 것 같다고 해서 백화산이라고 부른답니다. 출발지인 마원리로 가는길에 주위를 살펴보니 차창 너머로 문경의 명산 주흘산 영봉과 주봉이 보이네요.

산악회원이면 앞사람 뒤통수만 따라다니면 되지만 늘 혼자 다녀야 하는 나는 사전에 네이버 등산 지도를 참고로 경로를 파악하고 이정표와 특이 사항을 확실하게 익혀야 합니다. 오늘도 기왕 먼 걸음 한 김에 운동 되도록 마원리를 출발 황학산을 돌아 백화산을 오르는 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지나온 경로를 네이버 지도에 합성해 보니 네이버 등산지도에 오류가 많네요. 대충 참고만 해야지 이것만 믿고 다녔다간 큰일 나겠습니다.

얼마 걷지 않은 것 같은데 10km... 약 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상당히 가파른 것처럼 보이지만 계곡 끝에서 능선으로 올라설 때만 가파르고 험하지 나머지 구간은 그렇게 힘들지 않은 중급 난이도입니다.

마원리 마을회관 공터에 차를 세워두고 주민에게 등산로 입구를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 주시는데 말귀를 못 알아 들어 찾기가 쉽지 않네요.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맬 때는 네이버 지도가 갑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는 기후와 여러가지 조건이 안 맞아 호두가 가뭄에 콩 나듯이 열리는데 이동네 호두는 앵두나무에 앵두 달리듯 징그럽게 열렸네요.

마을 위로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타이어 소음에 잠시만 있어도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이동네 주민들은 어떻게 참고 견디는지...

우측은 호두밭 좌측은 사과밭...

호두나무 사이사이 빈 공간을 놀리지 않고 들깨며 고추, 고구마 등 온갖 작물을 심었네요. 내 농장도 아닌데 가뭄에 무럭무럭 자라는 농작물을 보니 흐뭇합니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극심한 가뭄이지만 최첨단 농법으로 가뭄을 극복하고 고추에 물을 주는군요.

우측 황학산에 올랐다가 백화산을 돌아 내려올 겁니다.

마을을 요리저리 빠져나와 산속으로 들어섭니다.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가 없어 길 찾기가 쉽지 않네요. 요기서 왼쪽 방향입니다.

잡초가 우거진 길을 걸을 때는 혹 뱀이 있을지 모르니 스틱으로 툭툭 치면서 걷는 게 요령입니다. 더워서 짧은 바지를 입고 왔는데 가시넝쿨에 찔리고 억새 잎에 베어 초장부터 다리에 상처 투성이네요.

근래에 다녀간 등산객이 없는지 등산로는 짙은 잡초에 묻혔습니다.

간이 상수도 취수장을 건너갑니다.

어젯밤 꿈이 좋아 산삼이라도 캐지 않을까 오르는 내내 온 사방을 둘러봐도 산삼은 커녕 도라지 한 뿌리도 못 봤습니다

한참을 걸어도 예상했던 갈림길이 보이지 않아 지도를 보니 많이 지나쳤네요. 오는 길에 갈림길을 못 봤으니 무시하고 계속 갑니다.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오늘 만나게 될 네 개이정표 중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납니다. 여기서 오른쪽 황학산 방향입니다.

네이버 등산 지도가 거의 정확한데 가끔 맞지 않아 당황하게 합니다. 몇 달 전 네이버 지도를 믿고 운달산을 내려오다 헤맨 적이 있습니다.

계곡 길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원시림이 시작되는군요. 대부분 등산객이 이화령을 출발해 황학산과 백화산을 오른 다음 분지리로 하산하거나 백화산에서 마원리로 내려오기 때문에 마원리에서 황학산을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어 이정표도 없고 길도 무척 험합니다.

길이 희미하고 군데군데 흔적이 옅어지지만, 가끔 먼저 다녀간 등산객이 매어놓은 리본이 있어 길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시간 걸었으니 10분 쉬어갑니다. 써모스 코리아 기업 마인드가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라 다시는 사고 싶지 않지만 탁월한 성능에 욕을 하면서도 또 사게 됩니다. 보냉병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이가 얼얼하네요.


능선이 가까워지니 길을 점점 희미해지고 사방에 널려있는 돌무더기 때문에 걷기가 힘듭니다.

집채만 한 바위 아래에서...

그나마 희미하게 흔적이라도 있던 길이 갑자기 사라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을 할 수 없네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할 수도 없고...

이 부분 경로를 확대해보니 길을 찾아온 온 사방 헤매고 돌아다녔군요.

아~~~ 이 노부부를 안 찍은 줄 알았는데 다행히 멀리서나마 찍었네요.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멀리서 말소리가 들려 길을 잃었다고 소리쳤더니 기꺼이 먼 길을 내려오셔서 쉽게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노부부가 아니었으면 산에서 숨 쉰 채 발견될뻔했습니다.

노부부의 도움을 받아 거친 계곡을 벗어나니 여유로운 능선길이 나타납니다.

오늘은 조망이 완전 꽝입니다.

두 번째 이정표를 만납니다. 근처에 있는 황학산을 오른 후 점심 먹고 다시 돌아와 백화산을 정복할 겁니다.

이 길이 이화령에서 황학산백화산을 거쳐 곰틀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라 등산로가 널찍하고 이름 모를 꽃향기며, 상큼한 풀냄새, 그윽한 땅 냄새, 거기에 온갖 나무들이 뿜어대는 피톤치드의 상쾌함에 취했는지 기분에 취했는지 반쯤 몽롱한 기분에 배고픔도 잊고 황학산을 향해 전력질주합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첫 번째 목적지인 황학산이 보입니다.

남이 볼까 숨어서 하늘을 향해 수줍게 피는 하늘나리가 여긴 지천에 널렸네요.

황학산에 올랐습니다.

컵라면을 가져왔는데 차 트렁크에 사촌 형님이 준 전투식량이 있길래 가져왔습니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거라 어떤 맛일까 무척 기대가 되는군요.

뜨거운 물을 붓고 1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길래 4분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도 준비했습니다. 빨리 먹고 빨리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 등산에서 15분이라는 시간은 후식 먹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인데 별다른 도구 없이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순 있지만 기다리고 먹기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군요.


라면 수프를 다 넣으면 짜서 못 먹는 내 입에는 짜도 너무 짜네요. 서너 술 뜨다가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 그대로 봉인해 저녁에 맨밥과 섞어 다 먹었습니다.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왔던 길을 돌아가 다시 두 번째 이정표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백화산이 1.1km 거리입니다.

멀리 가야할 백화산이 보이는군요.

짙은 연무는 시간이 지나도 걷히지 않네요.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도 하고...

다시 오르기도합니다.

인생... 내려다보고 살아야 하고 넘치면 비우고 때론 미련 없이 버려야 하는데 그렇게 살고 싶은데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찬 내 영혼은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백화산을 올랐다가 돌아와 여기 옥녀봉 삼거리에서 마원리, 옥녀봉 방향으로 하산할 겁니다.

쓰레기를 얌전히 놓고 간 걸보니 산악회 짓이군요. 후진국형 떼거지 등산문화는 언제쯤 없어질런지...

최종 목적지인 백화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백두대간 길목이라 이곳을 스쳐간 수많은 영혼들이 흔적을 남겼네요.

조망 참 많이 아쉽습니다.

왔던 길을 돌아가 옥녀봉 갈림길에서 옥녀봉 방향으로 걷다가...

마원리 길림길에서 마원리로 내려섭니다.

평지처럼 보이지만 서 있기 조차 힘든 엄청난 경사입니다.

뒤통수가 땅에 닿을 듯한 지독한 경사를 힘들게 기어 내려오니 이번엔 발목 아프고 무릎 시린 너덜지대가 나타납니다.

한참을 걸어 처음 만났던 첫 번째 이정표가 서있는 지점으로 내려왔습니다.

잡초가 우거진 험한 길을 걸어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더위에 지쳐 손이라도 담그고 싶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고 오를 때 봐 놨던 곳이 있어 참고 내려갑니다.

그곳이 바로 이곳...

물 담는데 0.00001초... 물이 얼마나 찬지 정신이 번쩍 드네요. 동네 목욕탕에서 십 년 묵는 때 미는 수준으로 씻고 나니 몸도 마음도 멘탈도 상쾌합니다.

인적 없는 한적한 곳에 오두막 짓고 마당에 자란 잡초 뽑다가 지치면 읽고 싶은 책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틈틈이 읽고 싶은데 소박한 꿈은 언제쯤 이루어질는지...

짙은 연무 때문에 정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주흘산이 산을 내려오니 어렴풋이 보이네요.

오늘 걸은 거리가 10km, 4시간 걸렸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에 다녀온 등산이라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지만, 나는 또 다른 산을 오르기 위해 계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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