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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안동 천등산

by 변기환 2014. 8. 7.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오후... 천등산을 오르기 위해 봉정암을 찾았습니다. 안동시 서후면에 학가산과 마주보고 서 있는 해발 574m 천등산은 숲이 울창하고 산세가 수려해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봉정사와 부속 암자인 영산암, 지조암, 개목사가 산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에 절이 많다는 것은 풍수지리상 명당이 많다는 것...

 

문화재 관람료 2,000원을 내고 등산로를 찾아 봉정암을 지나 영산암까지 몇 번을 오르내렸지만, 찾지 못해 물어물어 봉정사 일주문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고 일주문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물 없이 맨몸으로 오릅니다.

 

 

그동안 내 발이 되어 준 2002년 식 수동에 상시 사륜 쏘렌토는 중고차 매매 상이 변값을 준다길래 인터넷 동호회에 판매 글을 올렸더니 사흘 만에 매매 상이 제시한 금액 두 배 이상 받고 멀리 경남 양산으로 보냈습니다. 새 차를 운전해보니 그동안 내가 말 안 듣는 사나운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다녔네요.

 

 

봉정사 일주문 오른쪽에 국화꽃따기 체험장 푯말 옆으로 천등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국화를 대량 재배하는군요. 단재 신채호 선생이 사대주의, 남존여비, 허례허식, 당파싸움의 원인이었으며 그로 인해 나라가 망했다고 땅을 치며 한탄했던 유교를 계승하고자 세계유교문화 축전을 열고 유교 박물관을 세우는 등 쓸데없는 짓을 해대는 자칭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은 마가 유명하지만 국화차 생산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천등산 등산코스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길이 폐쇄되었고, 이정표가 없어 길을 잃기 쉽습니다. 몇 년 전 집사람이 친구와 여길 올랐는데 엉뚱한 곳을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마을 주민 도움으로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나도 네이버 지도만 믿고 코스를 정했다가 내려올 때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을 했습니다.

 

 

이정표도 없는 등산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훤히 드러난 나무뿌리가 애처롭네요.

 

 

이정표는 없고 갈림길은 많으니 길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처가 너무 심하군요. 예전에 맨발로 단양의 도락산을 오르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이유를 물으니 등산화를 신으면 흙을 무르게 해 빗물에 쉽게 쓸려가고 등산화에 묻어가는 흙으로 인해 등산로가 파헤쳐지는 거 싫어서 그런답니다. 그땐 정신 상태가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길 보니 당시 이해하지 못 했던 행동이 이제야 공감이 가네요.

 

 

개목사를 지나칩니다. 개목사는 원래 흥국사로 불렸다고 합니다. 옛날 안동지방에는 소경이 많았는데 여기에 절을 세운 뒤에는 눈병이 없어져 조선시대에 개목사로 개명을 했다고 합니다.

 

 

 

송이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임시 숙소 잔해가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널려있네요. 매년 사용할 거 보이지 않는 곳에 쌓아놓고 널브러진 포장으로 덮어 놓으면 될걸...

 

 

멀리 천등산 정상이 보입니다.

 

 

성의 없는 이정표에서 정상, 천등굴 방향으로 오릅니다.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이었는데 선녀가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의 수행에 감복해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비췄다고 해서 천등굴이라 했고 그래서 산 이름도 천등산이라 불리게 되었다네요.

 

 

봉정사를 출발한 지 30분... 천등산에 올랐습니다. 근처에 정상석이 놓여 있지만 산 높이가 내 사진촬영 기준에 못미처 패쓰합니다. 이정표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개목사, 봉정사 방향의 반대쪽인 수릿재 쪽으로 내려갑니다.

 

 

한참을 가다가 널찍한 쉼터 몇 미터 전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지조암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다니는 사람이 없어 길은 희미하고 잡목이 우거져 신경 쓰지 않으면 금세 길을 잃고 맙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느낌이 안 좋아 다시 돌아와 직진했는데 이후 길이 끊겨 울창한 숲을 헤치며 힘들게 정글을 탈출했습니다.

 

 

다행히 금방 지조암이 나타나는군요. 봉정사의 부속 암자인 지조암 일부 건물은 최근 새로 지었는지 매우 깨끗하네요.

 

 

사바세계가 끝나는 돌계단에 서서 내려다보니 딱 트인 전망과 고즈넉함, 단조로움이 내가 평소 꿈꿔왔던 곳입니다.

 

 

시멘트 길을 따라 봉정사로 내려가는 길 옆 연못엔 연이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 같은 탐스러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 내려왔습니다. 비가 올 것 같아 서두른 탓에 1시간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문화재 관람료 2,000원을 냈으니 잠시 봉정사를 둘러봅니다.

 

 

봉정사 부속 암자인 영산암은 봉정사와 백여 미터 떨어져 있고 사찰 답지 않게  ⎕자 구조입니다.

 

 

 

한옥의 특징 중 하나가 마당을 비워 채광을 좋게 하는 것인데 마당 가운데 정원을 꾸미는 것은 전형적인 일본식입니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이라는 국보 제311호 봉정사 극락전...

 

 

국보 15호 대웅전... 보물 448인 화엄강당과 보물 449호 고금당을 포함한 보물 6개를 보유한 봉정사에는 가치있는 문화재가 꽤 많군요.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었는데 마침 안동 KBS에서 촬영을 하고 있어 방해가 될 것 같아 고마 돌아왔습니다. 더위에 늘어져 있다가 짧지만 한 바퀴 돌면서 땀을 한 됫박 흘렸더니 더위에 찌뿌둥 했던 몸이 풀리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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