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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문경 대야산

by 변기환 2014. 8. 17.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황금연휴... 오후에 비 예보가 있지만, 그동안 아껴뒀던 문경의 명산 대야산을 찾았습니다. 높이 931m...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인 대야산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에 걸쳐 있는 암산입니다. 백두대간 단전 아래쯤 위치한 대야산은 북으로는 백화산과 희양산을 지나 이화령으로 남으로는 속리산 문장대를 지나 천왕봉으로 이어지며 산 깊숙이 파고든 계곡 비경이 뛰어나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용추계곡을 품고 있습니다.

대야산 주차장을 출발 용추계곡을 지나 월영대에서 밀재를 돌아 대야산을 오른 후 피아골과 월영대를 거쳐 하산하는 가장 긴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정상에서 하산하는 일부 구간 GPS 기록이 날아갔네요.

중간에 날아간 부분을 고려하면 거리는 약 9.8km, 3시간 50분 정도 걸렸네요. GPS 트랙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는 점심 먹으려고 약 10분 정도 쉰 것 외에는 쉬지 않았으니 시간을 많이 단축했습니다.

등산 지도에는 용추골에서 밀재를 돌아 대야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3시간 20분, 대야산에서 피아골로 내려가는데 2시간 20분, 총 5시간 40분 걸리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고도 그래프 경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특히 피아골 구간은 거리는 가깝지만, 수직 경사에 크고 작은 날카로운 바위를 오르내려야 하는 위험한 코스이라 대부분 산악회가 밀재 쪽으로 오르고 내려가더군요.

구글어스에 GPS 트랙을 합성해 보니 경사가 완만한 것 같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코스입니다.

안내도에는 왕복 6.3km, 4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아마 피아골 구간을 왕복했을 때 거리와 시간인 것 같네요.

계곡물이 차 물에 들어가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물놀이 즐기는 행락객이 좋은 자리는 다 선점했습니다.

아이를 핑계로 어른이 더 즐거운 게 물놀이죠.

광복절을 낀 황금연휴라 전국에서 모인 산악회가 초딩들 소풍 가는 것처럼 긴 줄을 섰습니다..

좌측 대야산 방향은 밀재를 돌아 정상을 오르는 긴 코스이며 우측 피아골 방향은 바로 대야산 정산을 오를 수 있는 짧은 코스입니다. 나는 밀재로 돌아가는 왼쪽 길을 선택했습니다.

급한 선수들이 아침부터 달리는군요. 술 마시기에는 이른 오전 벌써 여기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술에 취해 해롱대는 행락객이 보입니다.

길게 늘어선 산악회를 따라가다가 걸음이 너무 느려 양해를 구하고 추월합니다.

슬슬 가팔라지는군요.

대야산이 은밀하게 감춰둔 비경 용추계곡... 계곡을 따라 흐르는 옥수는 너른 암반을 만나 뛰어난 계곡미를 뽐내고, 우거진 숲은 계곡과 조화를 이뤄 마치 무릉도원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용추계곡 외에도 선유동계곡과 화양구곡이 대야산에서 시작됩니다.

이정표에서 밀재로 돌아가거나 대야산을 바로 오르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등산객 모두 대야산으로 바로 오르고 일부러 멀리 밀재를 돌아가는 바보는 나 하나뿐이네요.

밀재에 도착했습니다.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곳이며 밀재에서 조항산, 청화산을 거쳐 속리산으로 넘어갑니다.

올랐던 방향에서 오른쪽 계단으로 오릅니다.

꾸역꾸역 오르니 사방을 가렸던 잡목이 사라지고 주위가 훤해지네요.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사방 조망이 좋습니다. 문경의 둥글둥글한 바위산은 단양의 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옅은 구름에 묻혀 어렴풋하지만 공룡의 등뼈같이 날카로운 속리산 능선이 보입니다.

밀재에서 대야산 정상까지는 숨이 깔딱 넘어갈 만큼 가파르고 힘든 구간이 계속 이어집니다.

14mm 광각렌즈로 담을 수 없는 크기가 어마어마한 바위가 위태롭게 얹혀있네요. 대문바위랍니다.

대야산도 희양산처럼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산 같네요. 백두대간이고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위험한 구간에 계단이 없고 군데군데 매어놓은 로프는 가늘고 낡아 요령 없는 초보가 오르기는 많이 힘든 산입니다.

지나온 길을 돌아 봅니다.

저기를 오르면 정상인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네요.

정상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올라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습니다.

그동안 높은 산을 많이 올라 고소공포증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곤 하지만 높은 곳에 서면 주위가 핑 돌고 염통이 벌렁벌렁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수직 절벽을 오르면 정상인 줄 알았는데 또 한고비가 남았네요.

드디어 해발 930m 백두대간 단전 부근에 위치한 대야산에 올랐습니다. 2시간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지나온 능선입니다.

대야산에서 서쪽으로 갈라진 능선에 솟은 중대봉...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아...

덜 익은 라면 한 사발 급히 먹고...

서둘러 피아골로 내려섭니다.

내려가는 길 정말 험하네요. 월영대에서 피아골로 오르는 코스는 짧지만 거의 60도 이상 가파른 경사가 계속됩니다.

몇 번이나 계곡을 건너야 하는 피아골 구간은 물이 불어나면 건널 수 없으니 소나기나 집중호우가 내린 후에서는 피해야겠네요.

용추골로 내려왔습니다.

빠지면 잡을 곳이 없어 위험한 하트 모양으로 파인 용추폭포 상단 용추...

익사사고가 잦은 용추폭포 중단 용추...

3단으로 흘러내리는 용추폭포... 하단 소는 넓고 얕아 중단에서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3m가량 암반을 타고 미끄러지는 재미가 끝내주겠네요.

숙달된 조교 오빠의 시범을 보고 있는 꼬맹이 훈련병 표정이 무척 진지하네요.

하루에 수백 명이 모여 더위를 식히는 용추계곡은 찾는 사람은 많은데 주차장도 없고 화장실은 입구에 딱 하나 뿐입니다. 참고로 화장실에서 용추폭포까지는 1km, 월영대까지는 1.8km...

상류 행락객이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런 것에는 관심 없고 물놀이 삼매경에 푹 빠진 불쌍한 영혼들...

다 내려왔네요. 1시간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아침에 한산하던 길이 막바지 피서를 즐기려는 행락객이 몰고 온 차로 꽉 찼습니다. 대야산을 마지막으로 문경에 알려진 산은 다 오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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