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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구왕봉 희양산

by 변기환 2014. 7. 24.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인 희양산은 경상북도 문경과 괴산군의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있습니다. 산세가 험해 의병의 본거지기도 했으며 산 정상 일대는 바위로 이루어진 위험한 난코스기 때문에 일반인이 겨울에 등산하기엔 위험하지만 전문 클라이머들은 즐겨 찾는 산입니다.

출발지인 괴산군 연풍면 주진리 은티마을 입구에 널찍한 주차장이 있으나 등산로 입구까지 거리가 멀어 길이 좁고 급경사긴 하지만 차를 몰고 올랐습니다.

은티마을에서 본 희양산입니다.

지름티재로 올라 구왕봉을 정복 다시 내려와 희양산을 오른 후 성터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초장에 길을 잘못 들어 반대로 돌았습니다.

전체 거리가 7km인데 다섯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7km에 다섯 시간이라... 중간중간 경치를 즐기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기도 했지만 지나온 경로를 보니 역시 상당히 험한 코스였네요.

오늘은 선수가 하나 따라 붙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부장 구미 선수 김샘... 상업이 전공인데 작년 충남대에서 6개월 교육을 받고 체육선생으로 변신... 체육선생이라는 이 선수가 물, 도시락 없이 몸만 왔습니다. 왼쪽 희양산 방면으로 오릅니다.

널찍한 길을 따라 걷다가 생각 없이 리본이 달린 쪽으로 들어섰습니다. 계속 가야 했는데...

시작은 아주 여유롭습니다.

돌을 떡 주무르듯 다루는 잉카인들이 안데스 산맥에 세운 공중도시 마추픽추의 돌담처럼 정교하게 쌓여있네요.

슬슬 가팔라집니다. 어젯밤 12시까지 달렸다는 구미 선수 김샘이 몇 년 전 수술한 도가니를 단단히 단속했군요.

경사가 상당한 길을 지나 산등성이에 올라섰습니다. 지도에 구왕봉이 희양산 반대편에 있다는 걸 기억하고 시루봉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다시 이정표가 서 있는 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돌무더기가 혹 희양산성이 아닐까 해서...

구미 선수 김샘이 촬영한 사진을 보니 맞네요.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잠시 쉬다 갑니다.

백두대간의 단전쯤에 해당하는 이 구간은 북으로는 지지난 주에 다녀온 백화산, 황학산을 거처 이화령으로... 남으로는 대야산을 지나 속리산까지 이어집니다.

희양성터 이정표에서 희양산 방향으로 오릅니다.

가파른 구간을 힘겹게 오르니 소나무와 잡목에 가려졌던 하늘이 벗겨지면서 멋진 풍광이 펼쳐집니다. 가야 할 구왕봉의 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희양산 아래에 부처님 오신 날에만 일반인들 출입을 허락한다는 은둔형 사찰인 봉암사가 보입니다.

옅은 연무로 멀리 조망이 아쉽긴 하지만 가까이 보이는 경치는 한편의 그림 같습니다.

소나무의 생명력은 참 모집니다.

삼 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주말 부부... 주중 외로움에(???) 매일 밤 필름이 끊기는 구미 선수 김샘이 겁을 상실했네요.

발아래는 미끄러지면 시신 찾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서 있기도 힘든데 겁을 상실한 구미 선수 김샘은 사진 찍느라 여기저기를 분주히 뛰어다니는군요.

우물처럼 파여 있고 지독한 가뭄에도 물이 고여 있습니다. 도락산 정상부근 바위에 있는 우물처럼 개구리가 살지 않을까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가보니 개구리는 커녕 생명체라고는 없네요.

희양산에 도착했습니다.

혼자였으면 컵라면을 먹었겠지만, 선수를 데려왔으니 대접이 소홀하지 않도록 도시락을 싸 왔습니다.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도시락 싸는 것도 무척 조심스럽습니다.

가장 위험한 곳에 걸터앉아 한 숟가락 뜰 때마다 숨이 막히게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며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 먹고 잠시 쉬다가 다시 희양산성 방향으로 돌아와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에서 구왕봉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며칠 전 자전거 사고로 다친 팔과 손이 아직도 퉁퉁 부었는데 오늘 밧줄 잡고 오르내리느라 용을 썼으니 쉽게 낳지 않겠네요.

수직에 가까운 절벽 밧줄을 잡고 내려가야 합니다.

가야 할 구왕봉입니다. 희양산만큼 위엄 있어 보이진 않지만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듯 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등산객이 봉암사로 넘어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 놓았습니다. 꼭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야박한 인심에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울타리를 쳐야 할 정도로 등산객에게 시달렸다고 생각하니 절박한 심정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군요.

은티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네요.

지름티재 갈림길에서 구왕봉으로 오릅니다.

지름티재에서 구왕산까지가 500m 거린데 어찌나 가파른지 한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힘겹게 오르다가 희양산을 돌아봅니다.

구미 선수 김샘은 몸만 왔고 내가 가져온 물 1리터는 벌써 떨어졌습니다. 아직 한참을 올라야 하고 내려가야 할 길도 먼데 큰일입니다.

구왕봉 도착...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정상에 등산객이 쉬고 있어 물을 조금 나눠줄 수 있냐고 물으니 봉암사에서 수도 중이라는 스님이 먹을 양만 남겨 두고는 전부 주시네요. 따끈한 커피며 과일까지 잔뜩 얻어 먹었습니다.

하산길에 느낌이 쏴 해 살펴보니 독기 품은 뱀 한 마리가 길을 가로 질러 쏜살같이 달아납니다.

힘겹게 올랐던 산을 내려갑니다.

지름티재 삼거리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합니다.

봉암사에서 울타리를 친 것도 부족해 초소를 세워 놓고 지키고 있네요.

하산길을 상당히 여유롭습니다.

길을 잘못 든 지점입니다. 여기서 직진해야 했는데 리본만 보고 숲으로 들어가 계획했던 길을 반대로 돌았습니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문경의 낮 최고 기온이 33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으로 목욕을 했네요. 힘들었지만 믿고 따라오는 친구가 있고 주위에 가고 싶은 산이 즐비하며 산을 오를 수 있는 힘이 있으니 모든 게 감사하고 벌써 휴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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