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삼시 세끼를 라면으로 때웠더니, 살이 정확히 3근이나 빠졌다. 막걸리에서도 라면 맛이 났고 생맥에도 수프 냄새가 났다. 냉장고는 텅 비었고 뭔가 아삭아삭하고 매콤 짭쪼름한 게 생각나 후다닥 장을 봤다.
바보도 여름에는 안 담근다는 깍두기와 밥 도둑 열무김치를 담그기로...
무는 대충 썰어 굵은 소금을 팍팍 뿌려 절여둔다. 절이는 동안 두어 번 뒤집어준다.
열무도 깨끗이 씻어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소금에 한 시간 정도 절인다.
열무 한 단 양이 상당하지만, 절여지면 겁나 줄어든다.
찬물에 헹궈 탈탈 털고 채반에 받쳐 남은 물기를 쫙 빼준다.
홍고추, 양파, 생강, 마늘, 새우젓을 믹서기에 때려 넣고 대충 간다.
물 2컵에 밀가리를 서너 숟가락 풀어 풀을 쑨 다음 식히고 위 양념과 고춧가루, 까나리 액젓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조금 짭쪼름하게 간을 맞추는 게 좋다.
열무가 부드럽게 구부러지면 알맞게 절여진 것...
물기를 뺀 열무에 양파, 실파, 홍고추를 넣고 잘 섞어준다.
열무를 조금씩 깔고 양념 끼얹기를 반복한다.
살짝살짝 버무려야지 빨래 빨듯 빨아 대면 풋내가 나 이미 조진 거다.
상온에 서너 시간 뒀다가 김치냉장고로 직행....
잘 익거라 며칠 후에 보자...
일단 여름에 깍두기를 담근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여름 무는 물이 많고 단맛이 적어 깍두기를 담가도 맛이 없기 때문이다. 비결은 절인 무의 물기를 서너 시간 이상 쫙 빼 주는 것... 가끔 채반을 툭툭 두드려 무에 남아 있는 물기를 말끔히 빼낸다.
실파, 고춧가루, 간 마늘, 간 생강, 설탕, 새우젓, 까나리 액젓을 넣고 버무린다. 무 자체가 단맛이 적으니 조금 달게 간을 하는 게 포인트...
처음엔 뻑뻑하지만, 계속 조물조물하면 금세 물기가 돌고 실파는 부드러워진다.
한 달은 먹을 수 있겠다.
일단 비주얼은 좋네~
고춧가루를 곱게 갈았더니 빛깔도 좋고...
생각난 김에 두 달 전 담근 마늘장아찌도 개봉...
급하게 오이냉국도 뚝딱 말았다. 이게 며칠 만에 먹는 밥인지...
보기도 좋은데...
심지어 열라 맛있다.
'Cook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프리카 부침, 김말이 튀김, 닭가슴살 버터구이 (10) | 2015.11.01 |
---|---|
겁나 쉬운 오이 냉국 (10) | 2015.08.21 |
통마늘 장아찌 (6) | 2015.06.15 |
달래 전과 달래 비빔밥 (8) | 2015.04.07 |
만두 대충... (6) | 2014.12.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