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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아재들에게 휴식이란?

by 변기환 2016. 6. 5.

황금연휴를 맞아 모이기만 하면 사고를 치는 남자 셋이 급 벙개를 쳐 또 뭉쳤습니다. 일단 술 장고에 술을 가득 채워 놓으니 곳간에 양식 꽉 찬 듯 든든하고 뿌듯한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밥도 안 주면서 고급 호텔 뺨을 쌍으로 때리는 어마 무시한 펜션 가격에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모르는 것이 항개도 없는 동네 행님에게 부탁해 소백산 비로사 아래에 조그마한 농막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빌렸습니다. 



채소도 무한 리필...



오디도 무한 리필...



마당에서 바로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네요.



제2 연화봉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계곡 물은 보기만 해도 그냥 붕어 알이 쪼그라드는군요.




씨알이 좀 잘긴 하지만 다슬기도 바글바글...



멀리 소백산 제2 연화봉이 보입니다.



슬슬 오늘 당면 과제인 먹방을 준비합니다.



농막 주인이 미리 와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챙겨 놓았네요.



오디와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도 좀 따 놓고...



가볍게 목을 축입니다. 멀리서 한달음에 달려온 사촌 행님과 여동생에게 어렵게 윤허를 얻은 매제 모두 반갑습니다.



방안에 굴러다니는 중궥산 블루투스 스피커에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꿀물보다 더 단 맥주를 들이켜니...



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예티가 뛰어노는 히말라야 깊숙한 곳에 숨어있다는 샹그릴라도 복사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무릉도원도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도 전혀 안 부럽네요.



아직 해가 중천에 걸려 있고 웬만해서는 낮술을 하지 않지만, 오늘은 예외입니다.



또 건배~~~



만찬 준비를 합니다.



마당 한쪽에 자라고 있는 무한 리필 유기농, 무농약 채소도 뜯어 씻어 놓고...



후다닥 고동을 삶았습니다.



왠지 몸이 건강해 질 것 같은 느낌...



죄인은 냉큼 사약을 받으렷다~



은근한 숯불에 매콤하게 양념한 바닷장어도 한판 구웠습니다.



칠성급 호텔 주방장 버금가는 쉪의 요리에 매제가 매우 어설픈 장식을 했네요.



장어는 꼬리부터...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삼겹살도 궜습니다.



데코레이션은 이렇게 하는 거다 보고있나? 매제...



평소 햄 같은 가공 육류를 잘 안 먹는데 밖에서 먹으니 뭐든 꿀맛이네요.



준비해간 음식과 술을 반도 못 먹었는데 선수들 초저녁에 맞탱이가 갔습니다. 남자는 죽어도 철이 안 든다고 하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짓을 할 듯...



안 자겠다고 버티는 선수를 어르고 달래 억지로 재워놓고 혼자 조용히 계곡 물 흐르는 소리와 부엉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체내 알코올 농도를 수면 모드까지 높여줍니다.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아침이 밝았네요. 비실거리는 선수를 위해 해장 라면을 끓였습니다. 녀자들이 없으니 아침이 한결 여유가 있네요. 평소 같으면 입 짧은 녀자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지지고 볶고 했을 텐데...



빈 깡통에 돌 굴러다니는 것 같은 어질어질한 머리를 조심스럽게 움직여 겨우 뒷정리를 하고 잠시 쉬었다가 우주 최강 해장국인 매운탕으로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유명한 매운탕 집을 찾았습니다.



아~~~ 이거거등~~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에 밤새 바짝 긴장했던 위 섬모가 이제야 고단한 몸을 뉘는군요. 술 먹은 다음 날 빵 쪼가리나 베이컨 따위로 해장해야 하는 미주나 구라파 백성들이 갑자기 불쌍해지는 거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과음으로 약간의 가벼운 일탈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였으며 무의미한 중년의 푸석푸석한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네요. 올가을 또 뭉치자고 밤새 목 놓아 외쳤지만, 여동생이 다시는 허락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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