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

2박 3일 가족여행 - 무주 리조트

by 변기환 2013. 3. 3.

삼일절 연휴, 짧은 봄방학을 마치고 다시 기숙사에 들어가 빡센 단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추억에 남을 여행하기로 했다.


여행지는 무주 리조트와 대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로 유명한 전남 담양, 같이 여행할 가족은 사촌 여동생 식구 셋...


왕복 700km 넘는 거리를 차 두 대로 움직이기 뭐 해서 차를 빌렸다. 시끄럽고 더딘 디젤차 몰다가 LPG 차 몰아보니 완전 신세계다.


디젤차는 좀 달리고 싶으면 말 다루듯 거칠게 다뤄야 하는데, 이건 말 잘 듣는 새색시같이 조용하고 부드럽다.



집 나서면 개고생이라는 데 두 녀자 신 났다. 자~ 출발합니다. 신나게 놀아 봅시다.



이놈은 집에서는 눈만 뜨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차만 타면 쓰러진다.



두 시간 달려 무주 리조트에 도착, 관광 곤돌라 이용료가 성인 12,000원 좀 비싼 것 같아 망설이는 데



검은 선글라스 쓴 삐끼 총각이 접선해서는 10,000원에 끊어 주겠단다. 회원권을 이용하는 것 같은데, 회원 이용료가 8,400원이니 지가 1,400원 먹고 우린 두당 2,000원 할인받고 뭐 괜찮은 조껀이다.



설원을 가르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스키 타 본지가 언제였던가? 세상 느리게 살아야 하는데 돌아보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주로 참나무에 기생하며 한겨울만 푸르게 산다고 하는 겨우살이, 차로 마시면 신장을 보호하고 술독을 풀어 주며 고혈압, 당뇨에 좋단다.


겨우살이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는데, 소화되지 않는 끈끈한 액체가 씨를 감싸고 있어 이놈을 떼려고 새가 나무에 궁둥이를 비비는 순간 그 나무에 붙어 기생한다.



아저씨 거기에 머리 내밀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버지 하는 거 보고 바로 따라 한다. 그래서 애 보는 데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날씨 참 포근하다.



상제루(上帝樓)... 왕이 오르는 누각이라...



발아래 펼쳐진 풍경이 시원스럽다. 겨울 산을 오르면서 늘 봐 왔던 풍경이지만,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올라 내려다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예전에 구천동에서 출발해 백련사, 오수자굴을 거쳐 덕유산을 오르던 중 다리에 쥐가 난 선수 때문에 곤돌라를 못탈까봐 이 길을 3번이나 오르내린 적이 있다. 그땐 마음이 급해서 그랬는지 꽤 멀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겨우 600m...



넌 미끄러우니 아이젠 해라. 아빠는 산이라면 산소통, 아이젠, 스틱 없이 단독 등반한다.



곤돌라를 타고 잠시 걸어 해발 16,140m를 금방 올라왔다. 누운 소 똥 누듯 쉽게 올라왔으니, 세상 많이 좋아졌다.



사촌 여동생 모자(母子)



쉽게 올라선지 별 감흥도 없다. 100m를 전력 질주한 듯 거친 숨을 토하며 내려다봐야 힘차게 뻗은 굵직한 능선들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데...



별 느낌 없음 --;



40대 중반이라는 걸 잊은 듯 열여섯 소녀같이 들뜬 녀자들... 입이 귀에 걸렸다. 예전엔 한 이틀 잘 해주면 한 달은 잔소리 없이 편했는데, 요즘은 이런 데 데려오고 사나흘 잘 해줘도 약발이 며칠 안 간다.


경상도 녀자들이 나긋한 맛은 없는 듯...



내친김에 향적봉 대피소까지 가 보기로...



2011년 겨울, 장정 셋이서 김밥 두 줄 나눠 먹고 6시간 넘게 여길 올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려가는 곤돌라를 못 탈까 봐 주린 배를 안고 여길 지나쳤다.



등산 다니는 나한테 아들이 늘 하는 말이 "아빠! 내려올 걸 왜 힘들 게 올라가요?" 이놈아! 세상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살아보면 세상살이 니가 이해 못 하는 게 더 많다.



천 년을 산다는 주목은



죽어서도 천 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는데, 100년 도 못사는 인간은 더 겸손해야 한다. 



이걸 내가 왜 탔던가 ㅠㅠ



이런 거 그냥 눈 꼭 감고 느긋하게 즐기면 항개도 안 무섭다.



어이 박서방 아저씨 너무 좋아서 침 흘리면 뒷사람 얼굴 젖습니다.



내리는데 총각이 하는 말이 "아버님은 다른 분 사진 찍지 마시고 셀카 찍었어야 했습니다." ㅠㅠ 나도 아네! 이사람아!



1990년 난닝구 만들 던 쌍방울이 국립공원인 덕유산을 헬기로 굴삭기와 불도저를 싣고 와 정상부터 뭉개기 시작한다. 환경적으로는 재앙 이었지만, 공기단축엔 최고였다.


그렇게 건국 이래 최초이며 추후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국립공원 정상을 정부의 정치적인 묵인 속에 일개 기업이 밀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근래 100년 동안 인간이 파헤친 흙의 양이 46억 년 동안 자연적으로 옮겨진 양보다 더 많다고 한다.


손대지 말아야 할 국립공원을 파헤친 저주가 내린 걸까? 쌍방울은 무리한 무주 리조트 개발로 1997년 부도가 나, 결국 법원에 화의신청을 하게 된다. 98년 마이클 잭슨이 투자를 할 것처럼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 대한전선 계열사로 흡수된 쌍방울은 2011년 무주 리조트를 부영건설에 매각한다.


부영건설이 대규모 투자를 하여 부족한 객실을 증축하고, 낡은 객실을 리모델링 하는 등 정상화시킬 거라고 하는데 내가 하루 묵어본 느낌은 층간 소음이 심하고 지저분한 게 별로였다.


일단 체크인 하고



추운데 니가 고생이 많다.



박서방 우선 속부터 코팅하고 한잔 하세...



저녁 먹으러



일대 식당을 다 돌아보고 오늘 저녁은 여기로 결정



어른 넷, 중고딩 둘이 주꾸미+순살 닭 2인 분, 묵은지 매운 갈비찜 중(中) 주문


부인 왜 천장에 매달려 있소??? 어여 이리 내려오시오.



주꾸미+순살 닭 2인분인데 양도 많고 짜지도 않고 매콤한 게 담백했다.



묵은지 매운 갈비찜도 생각보다 맵지 않고 양도 푸짐한 게 좋았다. 근래 먹어본 음식 중 제일 좋았다.



녀자들 성화에 오늘은 굵고 짧게 가기로...



먹고 난 후 밥 세 그릇을 볶았더니 배 터지는 줄 알았다.



배 좀 꺼지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뭐 사달라고 조르는 중,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조르면 안 사줄 수 없다.



어른들 한 잔 할 동안 니들은 오락실에 가 있거라.



근처 호프집 "서유기"에 들렸다 가 가격표 보고 바로 탈출... 전에 수입 맥줏집에서 생각 없이 아사히와 호가든 병맥 작은 거 4개 먹고 8만 원이나 쓴 아픈 기억이 있어서...



근처 독일 생맥줏집으로 이동


나, 사촌 여동생은 쌉싸름한 슈바츠비어 스타우트, 매제와 집사람은 헤페바이젠



술김에 호텔 로비도 어슬렁거리고... 살짝 취하면 세상이 즐겁다.



아침이 밝았다.




술이 덜깻나 사진이 살짝 넘어갔다.



아침 해 멕이고 짐 챙겨서 담양으로 출발...


'Trav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족여행 영덕 고래불 해수욕장  (16) 2013.04.07
2박 3일 가족여행 - 담양  (8) 2013.03.04
늦가을 풍경  (4) 2012.11.18
백천계곡  (6) 2012.10.22
울진 소광리  (2) 2012.08.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