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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소백산 단풍

by 변기환 2013. 10. 20.

누군가가 버섯이 흉년인 해는 단풍도 곱지 않다고 하길래 정말로 버섯과 단풍이 인과관계가 있는지 사실 확인차 초암사 앞에 차를 세워두고 9시 20분 국망봉으로 출발합니다.



흔히 소백산 단풍을 보려고 죽령에서 연화봉, 희방사에서 연화봉, 삼가 야영장에서 비로봉 구간을 오르는데, 소백산 단풍은 국망봉 아래 돼지 바위에서 시작된 계곡 물이 아홉 번 굽어 흐르는 죽계구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들어가며 감상해야 제격이지 말입니다.



중간 과정 다~~~ 생략하고 국망봉에 올랐습니다. 평소 2시간 정도 걸리는 데 오늘은 날씨가 선선해 예전 기록을 10분 단축했습니다. 휴일인데도 개미 새끼는 커녕 날벌레 하나 날아다니지 않네요.



정상에 올라서니 손이 시릴 정도로 추워 급히 재켓을 꺼내입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봅니다.



조금 이른 듯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고 있네요.



소백산에서 달이 제일 먼저 뜬다는 상월봉입니다.



맙소사 여기서 월악산 영봉이 뚜렷이 보이네요. 쇠뿔처럼 우뚝 솟은 산이 영봉입니다.



단양의 시멘트 공장들은 휴일에도 뿌연 연기를 뿜으며 정상 가동하는군요.



오른쪽부터 비로봉 연화봉 그 너머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도솔봉입니다. 소백산을 대표하는 봉우리가 위상에 걸맞게 각각 긴 능선을 거느리고 있네요.



으악새 슬피 우는 화왕산, 민둥산, 신불산이 가을 산이라면 철쭉꽃이 장관인 소백산은 가을보다는 여름이 더 잘 어울리는 산입니다.



구름이 껴 뿌옇긴 하지만 가을 하늘이 높으니 백두대간을 따라 멀리 태백산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지는군요.



순흥면도 훤히 내려다 보이고



단산면도 한눈에 다 들어오지만,



구인사 방향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군요.



일찍 내려가 봤자 할일도 없으니, 비로봉으로 돌아 하산한 다음, 선비주막에서 막걸리 한사발 하고 달밭골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철쭉 터널을 지나 비로봉으로 향합니다.



전망 좋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정상에서 시작된 단풍이 아래로 옮겨 붙고 있네요. 단풍은 산 전체에서 20%가 물들기 시작하면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라고 하고 80% 이상이면 절정이라고 합니다.



가을은 다람쥐와



청설모가 바쁜 계절입니다.



한적한 곳에 점심 차려 먹고 좀 쉬다가...



가야 할 비로봉을 땡겨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군요.



평소 바싹 마른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무척 듣기 싫었는데 오늘은 왠지 정겹게 들립니다.



어렴풋 하긴 하지만 연화봉 너머 제2 연화봉 정상에 서 있는 강우 레이더 관측소가 보이네요.



오늘은 비로봉도 일손 바쁜 가을 장날처럼 손님이 없어 한산하네요. 역시 가을 소백산은 인기가 없습니다.



철쭉이 필 때면 연화봉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등산객 행렬이 장관인데 오늘은 썰렁 하네요.



보호가 잘된 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오손도손 자라고 있습니다.



비로봉에서 비로사로 하산합니다. 7부 능선까지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네요.



5부 능선으로 내려서자 여긴 막 물들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선비주막에 도착했습니다.



운전이 걱정 되긴 하지만 아직 1시간 이상 여유가 있으니 우선 급한 불부터 끕니다.



한 깡통만 수혈을 한다는 게 어느새 이 병째 따고 있네요.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너머로 전설의 고향에서나 들을법한 대금 소리가 구성지게 들리길래...



억새를 헤치며 급히 올라보니 영주 국악 동호회원들이 신선놀음을 하고 있네요. 관객이라곤 나 혼자 밖에 없는데 곡명 모르는 15분짜리 대금 4중주를 연주합니다.



멀리서 녹화를 했더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네요. 다들 열심히 연주하는 데 자세히 들어보니 박자도 리듬도 맞지 않고 가끔 음정도 틀리는 것 같지만, 깊은 산중에 낭랑하게 울리는 대금 소리를 듣고 있으니 살짝 취했던 정신이 맑아지면서 막걸리에 파전이 급하게 땡기는군요.



진한 커피 한잔 얻어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같이 내려가 막걸리 한 잔 하자는 걸 이미 깡통 맥주 두 개에 알딸딸해진 지금 막걸리까지 섞어 먹었다가는 최소 50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는 대금을 덜컹 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극구 사양하고 달밭골로 내려갑니다.



누군가가 부실하게 쌓아 놓은 돌탑에 돌 하나를 괴며 마음속으로 아들에게 당부합니다. 너는 사람 위에서 나대지 말고 주춧돌처럼 든든한 기초가 되어라.



자락길을 따라 흐르는 우렁찬 계곡 물소리에 근심도 걱정도 고민도 싹 가시네요.



7개의 다리를 건너 다~~~ 내려왔습니다.



오늘 총 16km 5시간을 걸었습니다. 오늘 다녀온 결과 버섯과 단풍은 전혀 인과관계가 없고 절정은 10월 26일 경이 되겠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탐방 지원센터에 들러 주어 온 쓰레기를 그린포인트로 적립하고 2013년 소백산 단풍 구경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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