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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청량산 축융봉

by 변기환 2013. 10. 29.

지난 일요일 십 년 넘게 모임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가을 야유회를 다녀왔습니다. 애초 계획은 중부내륙순환열차인 O-train을 타고 묵호 가서 회를 먹고 돌아오는 거였는데 한 달 전에 계획한 걸 느긋한 총무가 예약을 늦게 해 표를 구할 수 없어 청량산과 도산서원을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단풍이 절정이라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부터 차가 무자게 밀리네요. 그동안 수없이 청량산을 다녔지만 오늘 같은 날은 처음입니다.



입구부터 약 8Km 넘게까지 양쪽으로 빼곡히 주차해 놓았습니다. 올라가면서 차 댈 곳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일찍 도착한 친구가 자리를 잡고 있어 쉽게 차를 세웠네요.


올라가는 차, 내려가는 차, 산을 오르려는 등산객과 아침부터 자리 깔고 먹어대는 행락객이 뒤섞여 그야말로 인산인해... 시골 대목 장날처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 틈에 끼여 앞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면서 떠밀려 하늘다리까지 올라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쉽지만 하늘다리는 과감하게 포기하고 청량산 건너편 축융봉을 오르기로 합니다.



봉화군에서 청량산성을 너무 티 나게 복원해 놓았네요. 청량산성은 삼국시대에 축조 되었으며 고려 공민왕이 2차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을 때 개축되었다가 선조의 지시로 다시 보수했답니다.


당시에는 말 5필이 동시에 나란히 다닐 수 있는 넓은 도로가 성을 따라 나 있었으며 성 전체 넓이가 천삼백오십 척이고 안에는 열 개의 우물과 두 개의 시내가 있어서 수천 명의 병마를 수용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는데 재산면과 청량산을 잇는 기존 도로를 산을 깎고 파내 2차 선으로 넓히고 직선화시켰네요.



물병 하나 없이 맨몸으로 갔는데 친구 집사람 배낭이 무거워 보여 대신 메고 보니 뭘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무게가 15kg은 넘을 듯합니다.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니 막걸리가 3병, 캔 맥주 5개, 물 4병이 들었네요. 일단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먹을 수 있는 건 먹어 없앱니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단풍은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축융봉은 해발이 845m입니다. 가파르거나 험한 구간이 없고 등산로가 널찍해 어린아이도 쉽게 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산이라고 땀 좀 나는 제법 난이도 있는 구간도 있습니다.



청량산의 최대 명소인 자란봉과 선인봉을 잇는 하늘다리가 보입니다.



가까이 땡겨보니 자란봉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네요.



청량산성을 지나 산책로 같은 오솔길을 잠시 걷다 보니 멀리 축융봉이 보입니다.



다~~~ 올랐습니다.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청량산을 배경으로 청량산 전체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네요. 풍기 군수 주세붕이 청량산을 유람하며 명명한 축융봉을 뺀 나머지 11개의 봉우리가 다 적혀 있습니다.


예전 청량산에는 연대사를 비롯한 20여 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청량사와 응진전만 남아있고 청량사 바로 옆에는 퇴계 이황이 공부한 장소에 후학들이 세운 청량정사가 있습니다. 



망원렌즈의 좁은 화각으로는 청량산을 다 찍을 수 없어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전체를 찍어봅니다.



청량사와 템플스테이 숙소 그리고 오른쪽으로 응진전과 요사채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군요.



청량사와 템플스테이 숙소입니다. 영화 워낭소리 첫 장면에 나오는 탑이 보이네요.



왼쪽 건물이 응진전이고 그 옆이 승려가 기거하는 요사채입니다.



요기서 영양 일월산이 보이는군요.



칠백리 낙동강이 청량산을 휘돌아 흐릅니다.



장인봉 너머 장인봉 만큼 높은 곳에 수만 평 고랭지 채소 재배지가 보이는군요.



청량산 건너편 마을은 해발이 높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전망이 좋아 살기 좋을 것 같지만 눈 오는 겨울엔 대책이 없겠군요.



임산도로를 따라 하산 하면서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또 막걸리 한 병을 비웁니다.



총무가 아침부터 이것저것 준비한다고 분주하길래 오늘 점심을 잔뜩 기대했는데 달랑 김밥만 사 왔네요. 그러면서 새벽부터 김밥을 싸느라 잠을 설쳤다는 구라를 치니 몇몇 친구 부인은 그걸 믿고 연신 감사의 인사를 해댑니다.



가을 억새 구경하러 멀리 신불재나 민둥산까지 갈 필요 없네요. 규모는 훨씬 못 미치지만,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밭의 우울한 풍경이나 서걱이는 거친 느낌은 신불재나 민둥산 못지않습니다.



아~~~ 정말로 단풍이 절정이군요.



볼품없고 초라하지만 이런 정겨움이 있어 늦가을이 서글프지 않네요.



공민왕이 2차 홍건적의 난을 피해 잠시 청량산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공민왕당은 이곳 주민들이 공민왕을 기리기 위해 매년 제를 올리는 사당입니다.



느긋하게 돌아오니 그동안 차들이 좀 빠졌네요.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 우측에 있는 학소대는 인공폭포입니다. 겨울에는 물을 뿌려 거대한 빙벽을 만듭니다. 청량산엔 이런 인공폭포가 두 곳 있습니다.



오늘 청량산을 찾은 버스만 100여 대는 넘을 것 같네요. 잠시 도로가에 차를 세웠는데 앞뒤 옆으로 버스가 막아 차 빼는 데 무자게 힘들었습니다.



청량산을 뒤로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도산서원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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