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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단양 가은산

by 변기환 2014. 12. 8.

연일 계속된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토요일 오랜만에 산을 찾았습니다.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와 승리에 거쳐있는 해발 565m 가은산은 단양의 명산 금수산에서 남으로 뻗은 줄기에 솟은 산입니다. 옥순봉 쉼터를 출발 가은산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에 올라서면 발아래에 거북이가 뭍으로 올라서는 듯한 형상을 한 구담봉과 퇴계 이황 선생이 극찬한 옥순봉의 기암을 따라 흐르는 충주호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고 장회나루 뒤편 제비봉과 마주 보고 있는 말목산 그리고 겹겹이 쌓인 능선 너머로 소백산, 도락산, 월악산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조망이 무척 좋은 산입니다.



옥순대교 건너 옥순봉 쉼터에서 등산이 시작됩니다.



가은산까지는 3.6km...



옥순봉 쉼터를 출발 새바위, 벼락 맞은 바위를 지나 둥지봉에서 가은산을 올랐다가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것으로 계획했으나 새바위와 둥지봉 샛길은 출입을 막고 있어 아쉽지만, 주능선을 따라 가은산에 올랐다가 되돌아오는 것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동안 늘 흐렸던 하늘이 맑아 멋진 경치를 기대했지만...



짙은 연무로 인해 조망이 좋지 못합니다.



멀리 새바위가 보입니다. 정면에서 보면 새 같지 않은데 측면에서 보면 새처럼 생겼다고해서 새바위입니다.



곳곳에 새바위와 둥지봉 출입을 막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데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온갖 불법을 다 저질러 대는 산악(惡)회가 그런 현수막을 비웃듯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새바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러다 사고가 나면 또 남 탓을 하겠지요?



우리나라 산에서만 볼 수 있는 요상한 풍경… 가은산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취사를 할 수 없는데 라면을 끓여 먹고 있습니다. 평소 과하게 먹는 점심... 산에서만큼은 조금 부족하고 찬들 어떻습니까? 덜 익어 꾸들꾸들한 컵라면을 사시나무 떨듯 먹는 한 끼... 그게 겨울 등산의 묘미가 아닐까요?



단양의 산들은 멀리서 보면 비슷한 모습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가은산 아래까지는 완만한 능선과 때로는 낮은 계곡이 이어집니다.



양지는 얼었던 진흙이 햇살에 녹아 질퍽질퍽 하지만...



햇살이 미치지 못하는 협곡은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뼈속까지 시립니다. 오늘 아침 제천의 기온이 영하 14도...



슬슬 가팔라집니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코스지만 가은산 아래부터 정상까지 급경사를 치고 올라야 합니다.



30여 분 가파른 화강암을 기어오르자 그림 같은 멋진 조망이 펼쳐집니다.



발아래엔 구담봉이... 그 뒤로 도락산이 보입니다.



옥순대교 너머 뽀족하게 솟은 산이 월악산입니다.



제비가 날아가는 듯한 날렵한 모습을 한 제비봉...



충주호를 두고 제비봉과 마주한 말목산 너머로 소백산 제2 연화봉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잡목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뒤편 좌우로 망덕봉과 금수산이 가은산을 감싸고 있습니다.



눈이 제법 쌓였습니다.



정상에 올랐습니다. 정상은 능선과 달리 잡목이 사방을 막고 있어 주위를 둘러볼 수 없네요.



1시간 26분 걸렸군요.



돌아가는 길에 오십 대 중반 아주머니가 쓰러져 있습니다. 보따리 내놓으라는 분 몇 번 경험한 후로는 일행이 있으면 모른척하고 지나치는데 아파서 똘똘 구르는 사람을 멀뚱멀뚱 보고만 있는 게 안타까워 등산학교에서 배운 대로 조처를 했으나 회복불가… 평소 하지 않은 운동을 갑자기 한 탓에 근육 경련이 온 듯합니다. 걸을 수 있겠냐고 물으니 도저히 못 걷겠답니다. 일행이 업고 가겠다고 우기길래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 체온을 올려주고 119에 도움을 청하라 일러준 후 핫팩 몇 개를 주고 왔습니다.



마치 중국 장가계의 보봉호를 보는 듯...



따끈한 커피 한잔 하고 내려갑니다.



장회나루와 청풍나루를 왕복하는 셔틀 유람선...



희고 푸른 바위들이 마치 대나무 순 모양으로 천여 척이나 힘차게 치솟아 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해서 퇴계 이황 선생이 옥순봉이라 명했다고 합니다.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와 괴곡리를 잇는 옥순대교...



결국 119가 출동 했네요.



자신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악회가 정한 산을 무리해서 오르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등산을 소풍처럼 여기고 산악회를 친목 단체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산은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됩니다. 3주 전 동네 뒷산처럼 만만하게 보는 소백산에서 산악회원 1명이 실종된 지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겨울 등산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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