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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Climbing

소백산의 설경

by 변기환 2014. 12. 17.

며칠 전 동창모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술에 취해 머리에 휴지를 두르고 방방 뛰어 다니던 친구가 뜬금없이 "너 요즘도 산에 다니냐? 그러다가 산에서 얼어 죽는다."며 재수 없는 소리를 해됩니다. 내가 산에 갈 때 김밥 한 줄, 핫팩 하나 사 준 적 없는 놈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알흠다운 불금을 달리는 시방 산통을 던지고 ㅈㄹ이야. 내가 성질대로 한마디 했다간 싸움 날까 싶어 웃는 얼굴로 "조심할게" 하고 말았지만, 속으로는 "너나 조심해라! 그렇게 허구한 날 술 처먹으면 니 명까지 못산다. 시키야!!!"

 

그리고 어젯밤 평소처럼 잠들기 전 막걸리 몇 잔을 보약 달여 먹는 정성으로 마시며 이웃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소백산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식에 내일은 무슨일이 있어도 소백산을 다녀와야겠다 생각하고 일찍 쓰러진 것 같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두 병이나 비웠네요. ㅠㅠ

 

비로사 아래 삼가동에 도착하니 영하 14도 겨울 등산은 추울수록 더 매력이 있지만 추워도 너무 춥네요. 삼가동 야영장에 차를 세워 뒀어야 했는데 술이 덜 깼는지 술로 인해 간덩이가 부었는지 또 어이없는 실수를 합니다. 비로사까지 제설을 한 것 같아 210만 원짜리 옵션인 무적 4WD를 믿고 살금살금 기어가니 앞에서 트랙터가 눈을 밀고 있습니다. 이게 아닌데...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 오지만, 돌릴 곳이 마땅찮아 4WD 중에서도 ATCC 기능이 있는 4WD이니 조심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비로사 직전 오르막을 넘어서는 순간 갑자기 몇 번 헛바퀴를 돌더니 손쓸틈 없이 뒤로 그냥 미끄러집니다.

 

 

미끄러지는 순간 21년 4WD 운전 경력으로 당황하지 않고 비탈쪽으로 몰아 세운 후 전진과 후진을 번갈아 가면서 200여 미터를 뒤로 기어 안전한 곳에 차를 세워 놓고 나니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 눈길에서는 4WD 할배도 소용없음을 또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너무 놀라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이렇게 무사한 것도 소백산 산신령의 보살핌 때문인데 인사라도 드리고 가는 게 예의 일 것 같아 후달리는 다리를 진정시켜 가며 쉬엄쉬엄 다녀왔습니다.

 

 

칠부능선에 올라서자 눈이 무릎까지 쌓여 걸음은 더디고 얼굴을 할퀴는 칼바람과 핫팩을 얼려버리는 엄청난 추위에 뇌마저 얼어 어떻게 다녀 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체감 기온이 영하 20도는 넘은 듯... 이하 설명 없이 사진으로 소백산의 멋진 설경을 대신합니다.

 

 

 

 

 

 

 

 

 

 

 

 

 

 

 

 

그리고 칭구에게...

"니 예언대로 산에서 안 얼어 죽으려고 평소 안 입던 내복까지 껴입었다. 시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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